자치소식

강남 아파트 재건축 ‘35층’ 가닥잡나

반포·잠실 5단지 서울시 규제기준 수용…현대·은마 “35층으로 주거환경 악화” 반발

등록 : 2017-03-02 14:32 수정 : 2017-03-02 16:51

크게 작게

재건축을 앞두고 35층 이하 층수 규제 논쟁이 진행 중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35층 높이 제한은 무분별한 고층화와 경관 훼손 등을 고려한 기준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아파트의 고층 재건축이 ‘35층 이하'로 가닥이 잡힐까? 지난달 26일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주민들이 그동안 주장해온 ‘50층 재건축'을 접고 서울시 기준인 35층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반포 주공1단지와 신반포3차 아파트 등도 35층 이하로 수정한 재건축정비계획이 지난 25일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앞둔 서울의 아파트 가운데 높이 문제를 풀지 못한 단지는 현대아파트 등이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지구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두 곳만 남게 됐다.

잠실5단지는 왜?

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3종 일반주거지역에 50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2030서울플랜’(도시기본계획)을 근거로 심의를 보류해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결국 조합은 논의 끝에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낮추는 등 서울시 기준을 수용하고 사업 진행에 다시 박차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2014년 ‘2030서울플랜’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전역에서 준수해야 할 건물 높이 기준을 도시기본계획에 명시했다. 성장과 공급에만 초점을 맞춘 주먹구구식 개발, 고층건물이 랜드마크라는 잘못된 인식, 법 제도의 미비 등으로 무분별한 고층화가 나타나고 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기준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서울시가 건축허가 심의를 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고는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높이 관리 기준은 입지와 밀도, 용도에 따라 최고 높이를 차등 관리하는 것이 뼈대다. 서울시는 개발 밀도와 최고 높이의 비례, 건축 계획과 사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종 일반주거지역의 최고 높이 기준을 35층으로 정했다. 실제 표고(어떤 지점을 정해 수직으로 잰 일정한 지대의 높이) 100~120m의 높이로, 남산 소월길과 낙산을 넘어선다. 2009년 한강 변 초고층 건축이 허용되던 시절에 건립된 아파트의 최고 층수 수준이기도 하다. 고밀도의 업무상업 기능이 집중될 필요가 있는 중심지는 50층 안팎의 초고층 건축이 가능하다.

이 기준에 따라 잠실5단지도 지역별로 건물 높이가 달라진다. 잠실 역세권은 도시 공간 구조상 ‘광역 중심’에 해당하므로, 잠실역 주변 제한된 범위 안에서 50층 이상이 가능하다. 수정된 잠실5단지 계획을 보면, 잠실역사거리 인근 준주거지역에는 50층 높이의 4개 동이, 나머지 3종 일반주거지역에는 모두 35층 이하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잠실5단지의 결정에는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영향을 미쳤다. 조합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면 조합원 한 사람당 재건축에 따른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올해 12월31일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완료하는 재건축 단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대·은마 아파트의 반발


현대아파트와 은마아파트, 강남구는 서울시의 ‘35층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단지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상 중심지가 아니어서 35층 이하로만 재건축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만들 수 없고, 통경축(조망권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공간, 아파트의 동과 동 사이 거리를 뜻하는 건축용어) 확보가 어려워 오히려 경관이 악화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대아파트에서 20년 이상 살고 있는 손아무개씨는 “35층 이하로 지으면 많은 동을 지어야 하는데, 그러면 녹지를 조성할 공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동 간 거리가 좁아지면 햇빛도 보기 힘들다. 주민 불편을 고려하지 않고 도시 전체만 생각하는 서울시 기준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최근 짓고 있는 재건축 현장에 수없이 가봤다.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1층 면적의 비율)이 19%로 나머지 80% 정도는 공지이기 때문에 쾌적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두 단지의 반발에는 기대수익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구 공인중개사 이아무개씨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대지 면적이 좁아 입주 때 추가분담금을 최대 2억원까지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분양가를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규제를 보는 다른 시선

‘35층 규제’가 타당한지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최근 세계적으로 초고층 건축이 랜드마크로 자리하고 있는데, 모두 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 역시 입지와 용도에 따라 50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지역은 일반주거지역이라 제한이 필요하다”며 기본계획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시간이 흐르면 감가상각에 따라 집값이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로 오히려 입주 후 25년이 넘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며 왜곡된 주택시장을 꼬집었다.

반면, 강남구만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한강 변 주거지역은 주거 기능뿐만 아니라 한강과 연계된 활동적인 기능도 고려돼야 한다. 외곽 주거지역과는 다른 규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