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식물 재배 교육서 상담, 치료까지 ‘척척’

종로·동대문·양천·은평구, 공공 반려식물클리닉센터 시범 운영

등록 : 2023-05-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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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0일 서울 자치구 4곳(종로·동대문·양천·은평구)에서 반려식물클리닉센터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클리닉센터에서는 식물 재배 교육과 아픈 식물에 관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4월19일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의 텃밭에서 ‘실외 반려식물 퍼머컬처 교육’ 수강생들이 실습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4월부터 식물전문가 2명씩 상주하며

종로, 실외서 식물 키우기 실습 수업

동대문, 14개 동 순회 서비스도 추진

양천, 월요일 대신 토요일 오후 운영

은평, 지역축제 때 부스 만들어 홍보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반려식물을 키우는 교육도 하고 병든 식물 치료도 하는 공공 클리닉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서울시가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에 반려식물병원을 열었고 자치구 4곳(종로·동대문·양천·은평구)은 반려식물클리닉센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반려식물클리닉센터에는 식물전문가 2명이 상주하며 교육, 상담, 치료 서비스를 한다. 클리닉에서는 간단한 약제 처방과 병충해 관리 등을 제공한다. 집중관리가 필요하면 서울시 반려식물병원으로 인계해 ‘입원치료’를 받도록 한다. 반려식물병원에서는 정밀진단이 가능한 전문장비를 갖추고 다양한 식물 관련 전공자들의 협진도 이뤄진다.


지난 4월19일 오전 종로구 무악동 반려식물클리닉센터에서 ‘실외 반려식물 퍼머컬처 교육’ 첫 수업이 열렸다. 6월 말까지 격주 3시간씩 5회 열린다. 13명의 수강생이 참여했다. 40~70대 중장년층으로 남녀 성비는 비슷했다. 클리닉은 이전 도시농업 교육센터를 새롭게 단장해, 교육장과 입원치료실, 텃밭 등이 한곳에 모여 있다.

1시간의 이론 수업 뒤 수강생들은 텃밭으로 나와 각자 맡은 공간에 상추 모종과 마리골드를 심었다. 벌레가 덜 생기는 들깨 씨앗도 뿌렸다. 강사인 윤신혜 식물전문가는 수강생들에게 혼작의 의미를 설명해주며 식물의 특성을 알려줬다. 윤씨는 “정원식물과 텃밭식물을 같이 키우면서 수확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며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식물을 키우는 감각을 길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 외관.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40대 1인가구 손주연씨는 지난해 종로구청에서 상자 텃밭을 분양받아 상추, 치커리를 길렀다. 10여 종의 허브도 키웠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정서적으로 안정감과 행복감도 느꼈고 작지만 삶에 큰 위로가 됐다.

키우는 식물 수가 20여 개로 늘면서 잎사귀에 갈색 반점이 생기는 등 원인과 대처 방법을 알기 어려운 힘든 상황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찾아봤지만 뾰족한 답이 없어 답답해하던 차에 도시농부 누리집에서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 개원 소식과 첫 프로그램 수강생 모집 안내문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손씨는 “동네에 반려식물 클리닉이 생겨 너무 반가웠다”며 “식물 키우기를 생활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에서 아픈 식물 상담은 하루 두어 건 이상 꾸준히 있다. 이용자 연령대는 20~60대로 폭넓다. 상담이나 진단 내용은 물 주는 방법, 키우는 환경, 영양 부족 등 생리작용 문제가 주로 많다. 식물에 왜 문제가 생겼는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 클리닉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 등을 알려준다. 윤씨는 “20~30대 1인가구도 반려식물에 관심이 많다”며 “키우던 식물에 문제가 생기면 더 안타까워하다가 문제점과 해결책을 알게 돼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다른 자치구의 반려식물 클리닉도 각기 특장점을 살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대문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는 접근성이 좋게 지하철역(2호선 신답역)에서 가까운 공공건물(답십리 청소년 독서실) 1층과 지하 1층에 자리를 잡았다. 실습할 수 있는 텃밭은 자동차로 10여분 거리 중랑천에 마련했다.

4월26일 동대문구 용신동에서 한 주민이 반려식물클리닉센터의 찾아가는 서비스를 받고 있다. 동대문구 제공

동대문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는 방문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 동 주민센터와 손잡고 14개 동 순회 서비스를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4~5월) 9곳, 하반기(9월) 5곳에서 진행한다.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 장소로 찾아가면 된다. 운영 일정과 장소는 구청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정현주 식물관리사는 “전화와 방문, 찾아가는 서비스가 같이 이뤄지면서 한 달 동안 상담·진료 200여 건이 진행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6월에는 ‘실내식물 및 텃밭 정원 가꾸기’ 교육도 한다.

지난해 자체 사업 ‘반려식물 동행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양천구는 주민 반응이 좋아 올해 서울시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아파트 단지 6곳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계획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일까지 2곳에서 진행돼 상담과 진료 건수가 300건을 넘었다. 2명의 식물전문가와 함께 ‘공원친구들’ 봉사자들도 참여해 집에서도 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게 진단한 뒤 분갈이와 방재 등을 참여자가 직접 해보도록 운영한다.

양천구 반려식물 클리닉은 월요일에 쉬는 대신 토요일 오후 상담과 진료를 한다. 주중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서다. 실제 토요일 시간은 예약이 가장 빨리 마감된다. 임민경 양천구 생태농업팀 주무관은 “주민들이 반려식물과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은평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는 불광동 향림도시농업 체험원 안에 들어섰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데도 개소 뒤 20여 일 동안 130여 회 상담과 치료가 이뤄질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초기에는 더 많은 주민에게 클리닉센터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10만여 명의 주민이 참여한 불광천 축제 때 3일 동안 부스를 만들어 안내와 상담, 치료 100회를 진행했다. 임석희 은평구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구 인권센터와 함께 매달 1회 공공주택 단지에 가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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