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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맞은 관악구 ‘별빛신사리 상권’…유동인구·매출액 ‘쑥쑥’

관악구, 2020년부터 5년간 80억원 투입…상징 막걸리도 출시
1년 만에 유동인구 12%, 매출액 18% 늘고 다양한 축제 진행

등록 : 2023-05-11 14:45 수정 : 2023-05-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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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이용 만족도·청결도·친절도 모두 100점 만점에 80점 넘겨

특화·배달 메뉴와 밀키트 개발 지원

별빛내린천 수변 무대도 새롭게 단장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발돋움할 것”

관악구는 2020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신림역 일대 상권을 서울 대표 상권으로 만드는 ‘별빛신사리 상권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4년째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막걸리 출시와 함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4일 찾은 신원시장은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쾌적했다.

“탄산이 없는 막걸리인데도 시원해요.”(김경아·54) “막걸리를 마시면 더부룩한데, 이 막걸리는 더부룩하지 않네요. 텁텁하지도 않고 깔끔한 것 같아요.”(박영란·57) 지난 4일 관악구 신원시장 내 ‘원조홍어’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두 사람이 “정말 맛있다”며 맛 자랑을 했다. 김씨는 “막걸리를 자주 먹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탄산이 들어간 막걸리는 뒷맛이 끈적한데 이 막걸리는 담백하고 뒷맛이 새콤해서 좋다”고 했다. 맞은편에 앉은 박씨는 “집에서 한 병 정도는 사서 먹을 것 같은데, 밖에서 여럿이 모여 먹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관악구가 지난 3월14일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막걸리 ‘마크 홀리 별빛신사리 7.0’을 출시했다. ‘별빛신사리 상권’을 상징하는 상품이다. 별빛신사리는 ‘별빛이 내린 신림사거리’라는 뜻이다.

‘마크 홀리 별빛신사리 7.0’은 알코올도수 7도, 용량 500㎖, 주 고객층은 20~30대 엠제트(MZ)세대와 여성이다. 프리미엄 쌀 품종인 ‘김포 참드림’을 사용한다. 전통 누룩 대신 맥주 효모와 효소제를 사용해 숙성 기간이 짧고, 100% 자연당으로 맛을 낸다. 막걸리병은 일반 플라스틱병이 아닌 고급스러운 유리병을 사용했다. 일반 시중에는 1만원, 온라인에서는 8900원에 판매한다. 일반 막걸리가 3천~4천원인 데 견줘 2배 이상 비싼 편이지만, 지금까지 1300여 병이 팔렸다.


관악종합시장에 있는 배송센터는 하루 3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 있다.

오지숙 관악구 지역상권활성화과 시장활성화팀 주무관은 “맛을 위해 유리병에 막걸리를 담다보니 원가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마크 홀리’만의 은은하고 깔끔한 맛을 위해 탄산을 넣지 않았죠. 탄산을 넣으면 발효해 맛이 변할 수 있는데, 마크 홀리는 탄산이 없는데다 유리병이라서 3개월 동안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요.”

오 주무관은 “별빛신사리 상권을 알리기 위해 내놓은 특화 상품으로 세련된 상권 이미지를 위해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며 “지금은 온라인 판매를 주로 하지만 앞으로 시장 내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관악구는 신림역 일대 상권을 서울 대표 상권으로 활성화하려고 ‘별빛신사리 상권 르네상스’를 추진해왔다. 별빛신사리 상권은 신림역 3·4번 출구 일대 순대타운이 중심인 서원동 상점가와 별빛내린천(도림천) 옆 도로를 따라 통로형(골목형)으로 길게 뻗어 있는 신원시장, 바로 옆 건물형 관악종합시장 등을 묶은 대규모 상권이다. 관악구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 ‘상권 르네상스’ 공모에 선정돼, 2020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5년 동안 80억원을 들인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3차 연도 사업이 끝나고 올해부터 4~5차 연도 사업이 남았다.

구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막걸리 ‘마크 홀리 별빛신사리 7.0’을 지난 3월 출시했다.

“소비 형태 변화로 상권이 위축되고 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잦아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별빛신사리’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상권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관악구는 지난 3년 동안 별빛신사리를 대표하는 상징물 설치, 낡은 시설 교체, 편의시설 설치 등 기반 시설을 정비했다. 별빛내린천에 수변 무대를 새롭게 단장하고 야간 조명과 포토존도 만들었다. 공연·전시, 플리마켓, 순대타운 방문 이벤트 등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열었다. 신림·서원·신원동 주민들에게 무료로 배송하는 별빛 멀티스페이스(배송센터)는 하루 이용자가 3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 있다.

지난해는 10월 말부터 한 달 동안 ‘관악 별빛 산책(조명축제)’을 열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주민들이 별빛내린천과 시장을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만들고, 시장으로 오는 유동인구를 늘려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또한 상권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마케팅 지원단을 운영하고 상권 내 3곳에 전자 광고판을 설치해 소상공인들이 홍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도형 관악구 지역상권활성화과 시장활성화팀장은 “낡았다는 이미지를 바꾸고 시장을 찾는 손님을 늘리고 쾌적한 환경에서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개별 점포 지원도 했다.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해 개별 시장 상인들의 경쟁력을 높였다. 10개 점포를 중점 육성해 상권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했다.

지역 주민 김경아씨와 박영란씨가 신원시장 홍어 전문점 ‘원조홍어’에서 홍어회무침 안주와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특히 지난해에는 상권 점포의 특화 메뉴와 배달 메뉴 개발을 지원했다. 막걸리와 함께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배달 메뉴 5개와 밀키트 3개 등 8개를 선정했다. ‘원조홍어’ 홍어무침, ‘베들레햄떡집’ 사골떡국, ‘신림동 미자네’ 백순대볶음 등이 대표 밀키트다. 오 주무관은 “1인가구도 늘어나고 배달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배달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원조홍어가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라고 했다.

‘원조홍어’는 홍어회와 즉석 홍어회무침 전문점이다. 주인 한승열(39)씨는 2017년 1월부터 이곳에서 어머니 김영애(60)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한씨는 정보통신 업종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다 창업의 꿈을 이뤘다. 김씨는 학교 조리실에서 근무하다가 아들 창업에 힘을 보탰다. 홍어회는 저온에서 한 달 동안 숙성시킨 홍어회와 미나리, 직접 만든 양념(초장)을 묶어 1만5천원에 판다. “좋아하는 분들은 계속 찾죠. 주력 상품은 홍어즉석무침인데 오이, 양파, 배, 양념으로 즉석에서 무쳐줘요.” 한씨는 “행사가 있을 때 단체 주문도 자주 들어오고 많이 나간다”며 “고기나 막걸리를 먹을 때 함께 먹으면 좋다”고 했다.

한씨는 지난 3월부터 관악구 지원으로 홍어무침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재료를 따로 포장해 택배로 보내면 직접 무쳐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택배용 밀키트 개발을 하다가 잘되지 않아 지난해 구청 지원을 받게 됐어요. 진공포장이 잘 안 돼 고민이었는데 진공포장 방법을 배웠죠.” 한씨는 “덕분에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번 온라인으로 구매해 먹어본 뒤 직접 가게로 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원조홍어’ 주인 한승열씨가 홍어회무침을 들어보였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별빛신사리 상권 유동인구와 점포 715곳의 월평균 매출액이 늘었다. 서울시 상권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22년 유동인구는 90만 명으로 2021년 80만 명보다 10만 명(12%)가량 늘어났다. 월평균 매출액도 2022년 1667만원으로 2021년 1409만원에 견줘 258만원(18%) 늘었다.

상권 인지도를 비롯해 만족도, 친절도, 청결도도 높아졌다. 별빛신사리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위탁 운영하는 서울신용보증재단 상권지원센터 상권 르네상스팀이 지난 3월2일부터 6일까지 ‘별빛신사리 상권’ 방문객 500명을 설문 조사하고 상인 10명을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다. 상권 인지도는 2021년 71.2%에 견줘 2022년 73.6%로 2.4%포인트 올랐다. 상권 이용 전체 만족도는 81.4점(100점 척도)으로 친절도는 80.4점, 청결도는 81점, 시설·환경 만족도는 80.8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 모두 80점 이하였으나 올해 조사에서 모두 80점을 넘겼다.

관악구는 별빛신사리 상권 르네상스 4년째를 맞은 올해 16억원을 들여 별빛 축제, 별빛 멀티스페이스 거점화 등 20개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올해 별빛신사리 상권 르네상스를 포함한 전통시장 활성화에 52억원, 골목상권 활성화에 109억원을 들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선다. 하 팀장은 “올해는 11월부터 두 달 동안 별빛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유동인구 20% 증가 등을 통해 서울 대표상권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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