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여성 워라밸’ 향상이 곧 주민 행복이죠”

서대문구, 2012년부터 3연속으로 ‘여성친화도시’ 지정돼

등록 : 2023-04-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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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여성이룸센터에서 6일 주민들이 ‘아트 라이프 드로잉’ 그림 수업을 했다. 여성을 위한 곳이지만 남성도 수강할 수 있다.

여성 창업인들 보금자리 구실 하는

서대문여성이룸센터 2021년 개관

서울 첫 자치구형 시간제보육도 시작

전국 지자체 중 ‘첫 여성안심마을’ 운영

“여성친화 높여 구민 살기 좋은 구 건설”

“언젠가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텐데,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걱정됐죠. 상하 관계가 명확한 수직 문화도 답답했어요. 지금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니까 좋아요. 무엇보다 워라밸이 중요해요.” 6일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여성이룸센터 창업이룸터에서 만난 이윤현(31)씨는 “창업한 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며 웃었다. 이씨는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2021년 4월 어린이에게 동물보호(이해) 교육을 하는 1인 기업 ‘구름손’을 창업했다.

“반려견 때문에 이웃 간 갈등이나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들을 교육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씨는 창업한 지 5개월째 되던 2021년 9월 서대문여성이룸센터 창업이룸터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매월 관리비 3만원만 내면 돼 사무실 임대료 걱정을 덜었다.

“사무실이 없다 보니 많이 불편했어요. 따로 구하려 해도 비싼 임대료가 걱정이었죠.” 이씨는 “멘토링도 받을 수 있고, 공공기관 공모사업도 서대문여성이룸센터와 협력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며 “여성 창업자 지원과 네트워킹이 더욱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대문구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여성친화도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을 높이고, 돌봄과 안전을 구현하는 도시를 말한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전국 시·군·구 중에서 5년마다 심사를 거쳐 여성친화도시를 지정한다. 서대문구는 2012년 처음 지정된 뒤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지정됐다. 이렇게 서대문구가 3회 연속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데는 서대문여성이룸센터 개관, 서대문구형 시간제보육, 여성안심마을 만들기 등의 역할이 컸다.

서대문구는 2021년 9월 서대문여성이룸센터를 개관했다. 여가나 취미 활동 위주로 운영하던 여성센터를 개선해 여성 취·창업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여성 관계망을 지원하는 거점 공간으로 만들었다. 여성 창업자가 입주한 창업이룸터, 다양한 취·창업 관련 강의를 할 수 있는 강의실, 공유부엌, 다목적홀 등을 갖췄다. 장영미 서대문구도시 관리공단 여성가족팀장은 “현실 분위기를 반영해 취미보다 취업과 창업 위주로 공간과 프로그램을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이룸터에는 이씨를 포함해 여성 창업자 6팀이 입주해 있는데 1인 기업 4팀, 2인 기업 2팀이다. 초기 창업자에게 맞춤형 멘토링과 컨설팅, 사업모델 개발과 판로개척 등 자립 기반 마련을 지원한다. 입주 기업사업과 연계한 동아리 운영과 여성이룸센터 특강도 개설한다.

구름손을 창업한 이윤현씨가 반려견 사진을 들어보였다.

서대문여성이룸센터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여성의 만족도도 높다. 윤영란(71·연희동)씨는 2021년 10월부터 서대문여성이룸센터에서 그림을 배워 지난해 9월 한국색연필화 공모전에 응모해 입선했다. 윤씨는 “이곳에서 평생 취미를 만났다”며 “손 놀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성희(64)씨는 서대문여성이룸센터에서 20년 넘게 퀼트 강의를 했다. 올해는 이달부터 6월 초까지 ‘친환경 디아이와이(DIY) 퀼트 공예’를 가르친다. 이씨는 “이곳은 여성이 집 밖에 나와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취미 생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심 정보도 공유해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2018년부터 어린이집에서 서대문구형 시간제보육을 운영한다. 서울시 자치구 중 시간제보육을 운영하는 곳은 서대문구가 처음이다. 아이를 키우는 주민 요구가 늘어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시간제보육과 따로 만들었다. 시간제보육은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6개월~36개월 미만 영아가 시간 단위로 어린이집이나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올해 서대문구 전체 14개 동 중에서 서대문구형 시간제보육을 운영하는 곳은 6곳으로, 보건복지부형 시간제 돌봄을 운영하는 곳을 더하면 모두 13곳이다.

서정 새빛어린이집(홍제3동) 원장은 “보건복지부형 시간제보육을 운영하지 못하는 동에 서대문구형 시간제보육을 운영해 집 가까운 곳에서 시간제보육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육아휴직을 끝내고 직장에 복귀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또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잠시나마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다시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을 얻게 돼 엄마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여성 1인가구가 많은 지역을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안심마을’로 지정했다. 여성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역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대학가와 전철역이 가까운 신촌동은 전체 가구 중 71%가 1인가구로, 구 내 1인가구 18%가 이곳에 있다. 대부분 저층 주거지역으로 여성을 표적으로 삼는 범죄 발생 우려가 큰 지역이다. 서대문구는 구, 경찰, 학교, 주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여성안심마을 운영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여성 안전망을 만든 것이다. 안전시설물 설치, 안전물품 지원, 안전순찰 강화, 여성의 안전역량 강화, 1인가구 사회관계망 형성 등을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대문구는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2027년까지 ‘함께 만드는 여성친화도시 서대문’을 목표로 성평등 정책 추진 기반 구축, 여성의 경제·사회 참여 확대, 지역사회 안전 증진, 가족친화(돌봄) 환경 조성, 여성의 지역사회 활동역량 강화 등 5대 정책을 추진한다.

여성친화도시 지정 초기에는 여성에 집중해 정책을 추진했지만 앞으로 노인, 장애인, 어린이 등 범위를 넓힌 여성친화도시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최미영 서대문구 가족정책과 양성평등정책팀장은 “여성친화도시가 여성만을 위한 도시는 아니다”라며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여성친화 정책을 추진해 여성뿐 아니라 모든 구민이 살기 좋은 서대문구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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