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주민자치 참여 놓고 열띤 토론

2부 ‘지방분권, 주민이 묻고 주민이 답하다’

등록 : 2016-11-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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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토크쇼’ 2부 주민토크에 참여한 ‘성북신나’의 오창민 사무국장이 주민자치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성북구 정릉동에는 협동조합 ‘성북신나’가 있다. 성북문화재단에서 혁신활동가로 일했던 청년 10명과 지역활동가 8명이 의기투합해 2014년 2월에 만들었다. 현재 조합원은 83명이다. 20~30대 청년들이 많지만 40~50대 지역주민들도 적잖다. 성북신나는 지역재생과 청년 일자리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을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면서 주민이 되고, 주인으로 나서는 일들을 만들어간다.

마포구 서교동에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2014년 8월에 만든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홍대 앞에 있던 서교예술실험센터가 2013년 임대기간 만료로 폐관 위기를 맞자, 문화예술인들이 폐관 반대 캠페인을 펼치다가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문화예술 생태계의 자치권 갖기를 목표로 문화예술인들이 자신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해가려 한다.

서대문구청은 지난해부터 신촌 도시재생을 주제로 지역의 대학들과 협력하고 있다. 신촌 지역 대학들에서 지역 연계 수업을 정규 강의로 편성하고, 수강하는 학생들은 지역재생 과제를 뽑아 현장 탐방, 주민 인터뷰 등을 한다. 실제 사업으로 실행되기도 하는데, 지은 지 40년 된 연세대 앞 지하보도가 전시 공간 등 창작놀이센터로 새롭게 꾸며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서울의 여러 곳에서 주민들이 갖가지 자치 실험들을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지방분권 토크쇼’에서는 그 사례들이 소개됐다. 오전 1부에서는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 논의에 이어, 2부 주민 토크에서는 성북구, 마포구, 서대문구 등의 주민자치에 대한 이야기와 주민들이 일상에서 맞닥뜨린 지역 문제를 지자체와 함께 풀어가는 노력에 관해 토론이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김의영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토론에 앞서 주민자치가 이뤄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1970년대 말 이탈리아가 지방자치제를 시작한 뒤 북쪽과 남쪽 지역 간에 눈에 띄는 차이가 벌어졌는데, 여기에는 공동체가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지, 행정과 협력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는지 등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지역 사례를 직접 관찰하고 이번 토론에 참여한 청년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지역 일에 왜 참여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전체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두고 지역에서의 작은 활동으로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주민자치를 행정이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방법론,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공동체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가’와 같은 실천적 문제들을 질문해, 참석자들과 활발히 토론했다.

오창민 성북신나 사무국장은 “주민자치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스스로 답을 찾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실패할 기회도 줄 정도로 믿고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홍표 서대문구 지역활성화과장은 지원사업이 처음부터 실패를 전제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민관 협력에 차질이 생기면 현장에 가서 주민들을 만나 얘기 나누고, 각자 처한 여건에 대해 소통하며 협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문식 홍우주이사장은 공유의 경험이 우리 사회에서 부족하다며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 같은 공간부터 공공재라는 인식을 갖고 공유지로 이용해봤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글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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