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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골목상권 부활 주역’, 청년 창업자 키웁니다”

2021년 출범한 서울시 골목창업학교, 38명의 수료생 배출
이론-실습-멘토링 3박자 교육에 7천만원 창업지원 융자

등록 : 2022-11-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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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운영하는 ‘골목창업학교’ 3기 교육생 이예지씨(왼쪽)가 지난 3일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골목창업학교 실습실에서 전문가로부터 일대일 레시피 교육을 받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골목시장을 다시 활성화할 인재를 양성하는 골목창업학교는 13주 동안 이론-실습-멘토링 3박자의 ‘창업을 위한 원스톱 교육’을 제공한다. 이씨는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미식 경험을 체험하게 해주는 키토김밥집 사업을 꿈꾸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엄선된 소수의 ‘준비된 청년’ 대상으로 고품질 교육 진행

배달앱 활용전략까지 ‘꼼꼼히’ 교육

‘일대일 조리 실습’에 제품 품평회도 열어

성공한 멘토 통해 ‘성공노하우’ 전수도

“키토김밥 사업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미식 경험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데요. ‘골목창업학교’ 교육이 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사업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이예지·28)

“프렌치 살롱이나 영국 커피하우스처럼 커피를 마시면서 품위 있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을 운영했으면 합니다. 골목창업학교 교육을 통해서 이런 꿈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어 좋아요.”(이현명·36)


지난 3일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골목창업학교에서 만난 두 청년의 말이다. 두 사람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운영하는 이 ‘학교’의 3기 교육생이다. 지난 9월14일부터 오는 12월9일까지 13주 동안 이론과 실습교육, 그리고 멘토링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현실화해가는 중이다.

골목창업학교는 2021년 7월 1기생 20명으로 출발했다. 이어 올해 들어 지난 5월에 2기생 20명과 9월에 3기생 20명을 선발했다. 각 기수는 13~14주 동안 교육받고 수료한다. 수료 이후 창업에 나서게 되는데, 현재 38명의 수료생 중 9명이 창업에 성공했고, 올해 안으로 13명이 더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목창업학교의 핵심 목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청년 인재 육성’이다. 골목창업학교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신용보증재단 상권혁신팀의 김지욱팀장은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상권이 침체하자 서울시에서는 코로나 이후 상권을 다시 활성화할 청년들을 미리 키워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이를 위해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2021년 골목창업학교를 출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출범한 골목창업학교는 다른 교육기관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창업 준비가 된 청년들’을 중심으로 교육생을 선발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창업을 완료한 청년 기업을 대상으로 인큐베이팅하거나 준비 정도를 묻지 않고 교육을 제공하는 여타 교육기관과 다른 점이다.

사실 골목창업학교는 서울에 사는 39살 이하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다만 김지욱 팀장은 “골목창업학교의 심사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 등 2단계로 진행된다”며 “면접심사에서는 창업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 등 창업의 현실성을 깊이 따지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된 사람이 교육생으로 선정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생들도 대부분 골목창업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창업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온 이들이라고 한다.

이예지씨는 몇 년 동안 다른 이들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에 다니면서 ‘분식점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그는 탄수화물인 밥 대신 고단백 계란을 넣고 싼 일종의 계란김밥인 키토김밥 마니아다. 이씨는 “키토김밥에 대한 경험이 너무 좋았다”며 “그래서 단순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직접 사장이 돼서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씨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 창업 강좌 등도 다수 찾아보는 등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전체 창업의 그림을 그리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골목창업학교 교육생 모집공고를 봤다.

이현명씨는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3년 전부터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다. 이씨는 “월급쟁이 바리스타로 마음 편하게 다녔지만 진짜로 오래 앉아 있고 싶은 좋은 카페를 발견”했다. 그는 이때부터 “나도 그런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이씨 또한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우다가 골목창업학교에 지원했다.

골목창업학교가 이렇게 ‘준비된 청년’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 완성을 위해 소수의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집중적으로 맞춤형 교육을 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골목창업학교의 두 번째 특징은 이론교육부터 실습, 창업 전후 컨설팅, 그리고 자금지원까지 한곳에서 제공하는 ‘원스톱 창업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서울시 소상공인담당관의 장현아 주무관은 “창업하려는 청년의 경우 교육 따로, 컨설팅 따로, 자금 조달 따로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골목창업학교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한곳에서 제공한다”며 “이런 점도 창업과 성공 가능성을 모두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론-조리실습-현장 멘토링’이 그물망처럼 체계적으로 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이론교육’에서는 상권분석, 노무·세무 컨설팅부터 브랜딩, 마케팅까지 창업 전후 현장에서 꼭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3년간 바리스타로 활동했던 교육생 이현명씨는 ‘커피를 마시면서 품위 있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운영을 꿈꾸고있다. 이씨는 골목창업학교 교육을 통해 고용인이 아닌 오너 마인드를 갖게 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김지욱 팀장은 “이론과정에서는 또한 배달앱 활용전략 등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구체적 방법까지 가르치면서 창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게 된다”고 말한다.

골목창업학교 내 실습공간에서 진행되는 ‘조리실습교육’은 전문가가 교육생의 레시피를 일대일로 진단하고 코칭하는 과정이다. 골목창업학교는 이 실습교육을 위해 조리실·바리스타실·베이커리실은 물론 촬영 스튜디오 등까지 갖추고 있다.

장현아 주무관은 “실습교육을 받은 뒤 교육생이 만든 제품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 품평회도 2번 정도 진행한다”며 “이를 통해 교육생들이 자신의 제품을 검증하고 수정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 멘토링’은 성공한 소상공인의 창업 노하우와 경영철학을 직접 체험할 기회다. 멘토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이 가지고 있는 멘토풀에서 뽑은 성공한 소상공인이나 전문가들이다. 일대일로 진행하거나 4명 정도가 한 팀이 돼서 이들을 찾아가 생생한 성공사례를 전달받게 된다. 멘토링은 주말을 포함해서 최대 18번까지 가능하다.

이예지씨는 현재 멘토링을 한 번 진행했지만 “영등포에서 샌드위치점을 운영하는 멘토와의 만남에서 진솔한 얘기를 나눈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사실 개인 입장에서는 만날 수도 없는 분인데요. 골목창업학교를 통해서 그런 분들을, 어떤 의미로는 대등한 위치에서 만날 기회를 갖게 돼서 정말 좋았습니다.”

골목창업학교는 또한 창업자금 문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 수료한 교육생에게 최대 7천만원의 창업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것이다. 통상 서울에서 창업하기 위해서는 권리금과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1억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7천만원 저리 융자는 교육 수료생이 실제 창업으로 나서는 데 큰 힘이 된다.

이론교육부터 멘토링까지 촘촘하게 짜인 교육과 안정된 자금지원은 교육생들을 점차 창업에 걸맞은 ‘오너’로 변화시킨다. 이현명씨는 “바리스타로 일할 때는 월급쟁이의 편안함에 안주하느라 오너의 마인드를 몰랐다”며 “교육을 들으면서 브랜딩·마케팅·수익관리 등을 포함해 ‘내가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것이구나’ 하는 마인드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창업자 마인드’를 갖게 된 교육생들은 “교육 시간이 쌓일수록 창업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사실 제 인생의 키워드는 성장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창업을 통해서 제가 가진 악습을 좋은 습관으로 만드는 성장을 이루고 싶습니다. 현재 창업은 내년 중순쯤으로 생각하는데, 이미 가게 이름도 ‘로지 러브스 김밥’으로 정해놨습니다. 장미꽃 같은 김밥을 통해 저도 성장하고, 또 그 가치를 소비자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이예지)

“카페 이름을 잠정적으로 ‘언더그라운드’라고 붙였어요. 언더그라운드에는 지하라는 뜻도 있지만, 주류가 아닌 비주류라는 뜻도 있어요. 뭔가 독특한 분위기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멋진 커피 공간이 될 것 같아요. 장소는 남영동 정도를 생각하는데, 요즘은 남영동 거리를 지날 때마다 어떤 건물이 좋을지, 경쟁 카페는 어떤 곳이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걸어가게 됩니다.”(이현명)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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