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스타트업 CEO, ‘첨단의 끝’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다

⑥ 디캠프 입주기업들이 ‘메타버스/NFT 수업’에 열중하는 이유

등록 : 2022-06-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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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1일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오피스 아워 강의 ‘NFT(대체불가토큰)/메타버스와 스타트업의 IP(지식재산권) 전략’의 진행 모습. 프론트원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첨단의 끝’에 서서 더 넓은 가능성을 보기 위해 강사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디캠프 제공

스타트업은 ‘제로’에서 ‘일’ 만드는 존재

항상 ‘변화의 핵심’에서 ‘새로운 길’ 모색

핫한 주제인 ‘메타버스’로 수업 열리자

높은 참여 보이며 질문도 쏟아져나와

“스타트업 생리, 새로움에 매료되는 것”

스크린 골프 저작권 침해 사건 살피며

“지식재산권 사용 주의” 재확인하기도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대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한 이 명언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짚어낸 말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자였던 피터 틸이 쓴 책의 제목 <제로 투 원>이 상징하듯이, 성공한 창업자란 첨단의 끝에 서서 ‘제로’였던 것들을 새로 조합해 가치 있는 ‘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첨단의 끝’을 찾아야 하고, 거기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5월31일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오피스 아워 강의 ‘NFT(대체불가토큰)/메타버스와 스타트업의 IP(지식재산권) 전략’도 그 현실의 끝을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오피스 아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재단인 디캠프의 주요 교육프로그램이다.

유미특허법인의 이원일 파트너 변리사가 강사로 나선 이번 오피스 아워는 최근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메타버스 및 대체불가토큰 관련 지식 재산권 문제’를 풀어보는 자리였다. 강의는 ‘메타버스 관련 주요 지식 재산권 이슈’와 ‘메타버스 관련 특허 동향’을 살펴본 뒤 ‘메타버스 및 NFT 관련 스타트업의 지식 재산권 확보 전략’을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강사로 나선 유미특허법인의 이원일 파트너 변리사가 메타버스 및 NFT와 관련된 여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디캠프 제공

이 변리사는 우선 메타버스상의 지식재산권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골프존 사건’을 소개했다. 이 사건은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골프존을 대상으로 회원제 골프장을 소유·운영하는 인천국제컨트리클럽(CC) 등이 낸 저작권 침해 소송 사건이다. 원고들은 ‘골프장 골프코스의 모습 내지 종합적인 이미지를 무단 사용해 3D 골프코스 영상으로 제작한 뒤 이를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법원은 2020년 3월 골프존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 변리사는 “이는 현실세계에서 일정한 권리를 갖는 저작물을 메타버스에서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복제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리사는 따라서 “메타버스 내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나 아바타, 그리고 패션·가구·건축물 등도 지식재산권을 고려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스타트업이 큰돈을 들여 메타버스 내에 구축한 내용이 지식재산권 위반 판결을 받는다면 어쩌면 그 스타트업은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의에서는 NFT와 관련해 저작권 해석을 잘못한 탓에 낭패를 본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 변리사는 “NFT는 블록체인으로 만든 고유한 아이디를 가진 디지털 파일”이며 “원본을 대체불가능한 방식으로 증명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NFT를 설명했다. “쉽게 말해서 온라인상에서 ‘등기필증’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 변리사는 “이때 무권리자가 디지털 자산을 NFT로 발행(민팅)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리사는 이와 관련한 사례로, 2021년 6월 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워너비인터내셔날이 이중섭·박수근·김환기 등 국내 미술계 3대 거장의 작품을 NFT로 발행해 경매하려다 취소한 사건을 제시했다. 취소 사유는 유족의 반발이었다. 워너비인터내셔날 쪽과 유족 사이에 저작권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미술품 컬렉터는 작품에 대한 ‘소유권’만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서 낳은 결과다. 지식재산권은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지만, 메타버스나 NFT 등 첨단 상황에서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해 살펴봐야 함을 보여준 사례이다.

강의 뒤 한 입주기업 관계자가 질문하고 있다. 디캠프 제공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메타버스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술이 공개되기 전에 특허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저희가 NFT를 민팅한 사례 중에서 표절 논란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축구선수 손흥민이 골을 넣는 모습을 일반인이 촬영한 것을 민팅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이 변리사는 각 질문에 대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년 안에 특허 출연하면 괜찮다” “네이버 블로그 등과 관련해 표절 논란이 있을 때와 비슷한 경우로, 네이버 등의 대처 방안 등을 살펴보면 될 것” “유명 연예인을 민팅할 때는 당사자 등과 초상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등으로 즉석에서 답을 해나갔다.

이 변리사는 스타트업 관계자로부터 강의 관련 질문이 쏟아진 것에 대해 “스타트업은 생리 자체가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을 통해 비즈니스 하려고 하기 때문에 강의장 열기가 뜨거웠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같은 메타버스/NFT라도 대기업은 기존 비즈니스 확장 개념에서 접근하는 등 스타트업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제로’에서 ‘원’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주제에 대해 훨씬 탐색적이고 포괄적인 이해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강의에 참석한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첨단의 끝에 조금 더 다가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음성 기반 인공지능을 활용해 메타버스 아바타를 생성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루언트’의 전예찬 대표는 “음성만으로 3디(D) 아바타의 입 모양과 맞추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관련해서 특허 출원을 추진 중인데 이번 강의가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서 자료 전달 때 발표 영상이나 목소리 등도 함께 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프리젠트’를 개발한 ‘코발트’의 김서현 부대표는 “문서에 목소리나 영상을 첨부하면 소통이 훨씬 쉬워지는 측면이 있다”며 “저희는 이때 첨부되는 목소리나 아바타 자체도 NFT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하지만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려는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날 논의된 주제 외에도 더듬이를 항상 세계를 향해 더 넓게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이 변리사도 “스타트업의 진입과 성공 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템과 기술뿐만이 아니라 인사, 마케팅, 파이낸스 등 더 많은 부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과 사람, 기술 등 모든 것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으로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화하는 세상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과 노력뿐일지 모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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