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기발한 발상 전환의 ‘충격’

백상예술대상 김풍년 연출

등록 : 2022-05-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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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릿속엔 서캐가 있기 때문에 복잡해요.”

최근 ‘아르코 온라인극장’에서 상영된 <터키행진곡>이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상을 받을 때 김풍년 연출가는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서캐는 머리에서 자라는 이의 알을 가리킨다.

김 연출이 이렇게 ‘서캐’를 언급하면서 소감을 말한 이유는 “이렇게 작아도 될까?” 싶은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작품 속에 녹여온 극단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김 연출가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서캐처럼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신선한 충격 때문이라 짐작한다. 수상작은 ‘죽음을 대하는 낯설고 경이로운 풍경’을 이야기하는 극단의 2021년 창작 신작인 <터키행진곡>이다. 아스팔트에서 태어난 애벌레가 어떻게 그곳을 탈출하고 다시 아스팔트보다 더 뜨거운 석양으로 뛰어드는지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절규와 절망의 존재인 ‘죽음’을 존엄하고 용감한 인간의 마지막 모습으로 그려낸 연극은 돌아올 수 없는 강 앞에서 담대하게 발을 떼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형상화했다.

그가 이 작품을 만든 배경에는 직전에 두번이나 담대하고 용감한 죽음의 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란다. 죽음을 무서워하거나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대하는 당사자들의 태도에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것은 오스트리아에 전쟁하러 온 터키군인보다 터키군악대에 시선을 사로잡힌 모차르트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총과 칼보다 군악대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던 모차르트가 시대에 남을 역작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도 김 연출가처럼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작품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처럼 주제에 대한 변주와 변조가 뒤죽박죽인 론도 형식으로 전개된다. 보통의 연극처럼 서사가 친절하지 않은 이번 작품을 관람하는 방법을 이렇게 들려줬다. “이야기를 따라가려고 하면 전체를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보시길 바랍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 김풍년은 극단미추 마당놀이에서 연극을 배워 작당모의의 작가와 연출가로, 춤판야무의 작가와 드라마투르그로 활동 중이다. 2019년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 뉴스테이지(Newstage) 연출부문에 <구멍을 살펴라>(2019), <용선>(2020)이 선정됐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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