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의한,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연극’ 붐

시니어 극단 전국 10여 개 넘고 연극제도 열어

등록 : 2019-08-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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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바탕을 둔 연극에 배우로 참가

노인복지·노인문제 해결 동시 만족

여러 사람과 소통, 소외·고독사 안녕~

극단 대학노애 단원들이 7월1일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종로마루홀에서 열린 제3회 서울시니어연극제에서 <다함께 차차차>를 공연하고 있다.

시니어 극단이 늘어나면서 노인복지와 노인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서울에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대학노애(老愛)’를 비롯해 송파복지센터이 ‘앙코르’, 우리마포복지관은 ‘오늘’,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오색단비’, 목동실버복지문화센터에서도 극단을 운영한다. 전국에 10개가 넘는 시니어 극단이 활발히 활동한다. 이들 극단은 시니어 연극제를 비롯해 다양한 일반 연극제에 참가해 역량을 뽐낸다.

시니어 극단이 늘어난 데는 사회참여도가 높은 활동적인 노인 인구가 늘어난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11년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문화 관련 교육 사업으로 연극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한몫한다. 노인복지관은 노인의 취미 생활과 사회참여 활동 등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노인의 복지 증진에 필요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시니어 연극은 노인의 문화 감수성을 충족시켜주는 통로가 될 뿐만 아니라 고독사와 소외 등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루리 종로종합노인복지관 문화복지과 문화1팀장은 7월31일 “연극은 어르신들의 문화 복지 차원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여가를 즐기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함께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은 노인복지에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했다.

요즘 60대 이상 노인 세대는 젊은 시절 경제활동에만 전념해 문화활동이 크게 부족했다. 이런 노인들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사건이나 감정을 연극으로 직접 표현해내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살고 싶었던 삶을 보여준다거나 자신의 삶 자체를 연극 대본에 녹여내는 것을 의미 있게 여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연극이라는 문화 매체는 노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5일 제3회 시니어연극제 폐막식이 열렸다.

극단 ‘오늘’은 우리마포복지관이 사회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운영하는 연극반이다. 복지관 소속 60대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시니어 연극단이다. 2014년 연극반이 생긴 뒤 <달콤한 내 인생>(2014), <신장한몽>(2015), <불효자는 웁니다>(2017), <아, 그리운 어머니>(2017), <이별, 그리고 사랑>(2018) 등 꾸준히 활동한다.

극단 오늘은 7월 초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종로마루홀에서 열린 제3회 서울시니어연극제에서 다문화 가정 문제를 다룬 <우리 함께 살아요>로 대상을 받았다.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내며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마포복지관에서 극단 오늘을 담당한 정덕진 사회복지사는 “노인들의 문화 복지에 대한 관심사를 반영해 연극반을 만들었다”며 “먹고사느라 바빴던 젊은 시절에 관심은 있었지만 해보지 못했던 것을 지금 이루고자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사회복지사는 “젊은 시절 꿈꾸고 품었던 것을 실현하는 극단 오늘은 어르신들의 꿈과 함께하며 신노년 문화, 노년복지를 새롭게 만든다”고 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대학노애는 단원들의 경험을 대본에 녹여 노인의 고독사를 주제로 만든 연극 <다 함께 차차차>로 서울시니어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박상준 대학노애 연출가는 “지난해 노인들의 우울증과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을 때, 이를 연극 안에서 풀어보자고 극단 단원들에게 제안했다. 시니어 단원들이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터놓고 얘기해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기초가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연출을 맡았지만, 어르신들의 열정과 노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해 나도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며 “연극이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극단 대학노애가 서울시니어연극제에서 <다함께 차차차>를 공연하는 모습.

시니어 극단은 고독사와 노인 소외 등 자신들과 직접 관련 있는 노인문제에서부터 가족 간 사랑, 다문화 가정, 층간 소음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한국시니어스타협회는 지난해 12월, 1958년에 태어난 ‘58년 개띠생’들이 중심이 돼 대학로 엘림홀에서 연극 <58주점>을 무대에 올렸다. 개띠 해에 태어나 환갑을 맞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극본, 연출, 배우, 스태프 대부분이 58년생으로 이루어졌다.

이처럼 관심은 높아졌지만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여전히 노인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지역사회의 예산 문제로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이루리 종로종합노인복지관 팀장은 “어르신들은 연극 교육과 관람, 전문 연극인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연극을 하는 것은 세대가 다른 연출가, 배우, 스태프 등과 소통할 기회로, 이 같은 문화활동을 좀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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