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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로 유혹하는 거리, 직장인의 소울푸드

마포음식문화거리

등록 : 2018-07-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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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디에나 ‘마포갈비’가 있을 정도로 마포의 고기 문화는 유명하다. ‘껍데기’·주물럭·돼지갈비·소갈비·갈매기살·양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에서 신석초등학교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약 800m 정도 되는 토정로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고기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마포갈비와 주물럭으로 소문난 마포음식문화거리이다.

마포음식문화거리는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이자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외식 장소로 유명하다. 때로는 죽마고우와 술 한잔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는 회포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1970년대 여의도가 개발되고 마포대교가 놓이면서 여의도 허허벌판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직장인들이 이곳의 고깃집을 찾았다. 고깃집들은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기 위해 양념으로 잰 돼지갈비와 간장, 마늘로 버무린 소고기 등 안줏감을 내놓았는데, 이때부터 마포갈비·주물럭이 유명해졌다.

그 시절 사람들은 쫄깃쫄깃한 ‘껍데기’와 달콤짭짜름한 돼지갈비를 씹고 뜯으면서 일터에서 쌓인 피로를 잊었다. ‘주물럭’은 주방기구가 변변치 않던 시절에 식사 주문이 들어오면 바가지에 고기를 담아 소금을 넣고 주물러 섞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특별한 모임에서는 소갈비나 주물럭을 찾았고, 퇴근길에는 가볍게 소주 한잔에 소금구이를 먹었다. 돼지갈비는 아이가 두셋 있는 젊은 부부가 부모님 모시고 와서 먹기에 안성맞춤이고,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 쓰는 대학생들은 돼지 ‘껍데기’에 열광했다. 1980~90년대 이곳의 고깃집들은 만루 홈런을 날린 4번 타자처럼 그렇게 마포의 전설을 만들어갔다.

용강동을 비롯한 토정동과 마포동 일대는 조선시대 삼남(전라도·충청도·경상도) 지방의 세곡들과 새우젓, 각종 어물과 전국의 물자가 모여드는 마포 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또한 조선 실학자 토정 이지함의 실사구시 정신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깃집이 줄어들었지만, 지역 상인들은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하고 마포나루의 명성을 되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포구와 상인회는 2012년 도화·용강 상권 활성화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지난해부터는 용강동 상점가 주민주도형 골목경제 활성화 사업을 하고 있다.

해마다 10월이면 마포음식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마포갈비를 맛볼 수 있다. 토정 이지함 선생을 기리는 기념식과 청춘 노래자랑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맛과 흥이 넘쳐나는 축제가 된다. 여기에 역사문화 자원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서 만든 조형물이 재미를 더해준다. 토정로 중간 지점 사거리에는 토정 이지함 선생 동상을 비롯해 아기 업은 아낙네, 구부정한 노인, 떠돌이 강아지와 용 조형물까지 시대적 모습을 감각 있게 재현했다.

마포는 여전히 사람을 불러모으는 묘한 힘이 있다. 고기 굽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맛있는 냄새가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불판 위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질 때면 일상의 고단함과 삶의 희로애락을 내려놓고 소소한 행복이 시작된다.

마포에서 먹는 갈비와 주물럭, ‘돼지 껍데기’는 특별하다. 마포 고기는 전 세대가 일군 성공의 열매이자, 타향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솟게 하는 신비의 영약이다. 연일 계속되는 더위에 지친 여름, 보양식으로 마포고기 먹고 기운 내면 어떨까.

백성미 마포구 공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마포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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