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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대박집 공통점? 1인 가구 밀집 지역 위치

서울지역 매출 톱 3 배달음식점의 대박 비결

등록 : 2016-05-04 16:02 수정 : 2016-05-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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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배달음식점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지난해 서울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톱3를 차지한 배달음식점을 찾아가 그들의 노하우를 살펴봤다. 세곳은 배달의민족 배달앱(바로 결제 기준, 전화 주문 등 제외)만으로 2015년도 1억5000만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전화 주문과 다른 배달앱까지 포함하면 실제 매출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흥미로운 것은 세곳 모두 창업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신생 배달음식점이라는 점이다.

18가지 선택이 가능한 ‘한 그릇 세가지 맛’ 24시홍반점

위치: 관악구 은천동 전화: 050-6457-8756 인기 메뉴: 한 그릇 세가지 맛, 쿵푸닭날개볶음, 차돌박이짬뽕

“빌라 1층 현관문 비밀번호는 OOOO입니다. 맛있게 해 주세요.” 요청 사항과 함께 주문서가 출력됐다. 오후 7시가 되자 쉴 새 없이 단말기가 주문서를 내뱉었다. 24시홍반점은 은천동에 자리한 중국집이다. 중식 경력 15년차인 김창근(41)씨는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자신만의 식당을 차렸고, 1년 만에 서울 배달앱 매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곳에는 짬짜면(짬뽕과 짜장면)을 뛰어넘는 ‘한 그릇 세가지 맛’이 있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 중 식사 2개와 탕수육, 칠리탕수육, 깐풍육, 깐풍새우, 깐쇼새우, 유린육 중 요리 1개를 조합한 메뉴다. 무려 18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다른 중국집이 따라올 수 없는 다양함이다. 여기에 입가심을 위한 콜라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새우 요리가 조합된 메뉴가 가장 비싼 1만3000원이고, 나머지 12가지 메뉴는 1만원이다.

“한 그릇이지만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고객의 욕구를 채워 주고 싶었습니다.” 김씨가 ‘한 그릇 세가지 맛’을 개발한 이유다. 24시홍반점의 배달 거리는 최대 2㎞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약 3만명이라고 한다. 배달 거리를 짧게 한 것은 주문에서 배달까지 최대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란다.

24시홍반점에 한 그릇 주문이 많은 것은 바로 이들 싱글족 때문이다. 여러 음식을 제공하면서도 싱글족의 주머니 부담을 덜어 주려는 전략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쿵푸닭날개볶음’과 ‘황비홍중새우’, ‘절단꽃게볶음’ 등 술손님을 위한 ‘추천 안주요리’도 따로 마련돼 있다. 김씨는 “맥주와 함께 먹기 좋은 인기 메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해장을 위한 ‘차돌박이짬뽕’, ‘굴수제비짬뽕’, ‘바지락통낙지짬뽕’ 등 메뉴가 다양했다. 고객 상황을 고려해 메뉴를 개발하고 추천해서 선호도를 높인 것이다.

“그렇다고 메뉴 가짓수 늘리는 것이 목표는 아닙다. 맛과 품질을 유지하지 못하는 메뉴 개발은 오히려 독이 되겠지요.”

생닭으로 아낀 4000원이 만든 차이 삼형제두마리치킨

위치: 관악구 서림동 전화: 050-4830-1242 인기 메뉴: 간장마요드레싱, 매운간장치킨, 허니커리치킨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써야죠.” 서림동 삼형제두마리치킨 사장 박용일(40)씨가 밝힌 성공의 비결이다.

핵심은 생닭에 있다. 조미된 양념물에 재워진 ‘염지닭’을 사용하면 시간이 크게 절약되지만 박씨는 생닭을 선택했다. 생닭이 염지닭에 견줘 한 마리당 4000원가량 싼 데다, 염지닭은 맛 차별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품질과 가격을 꼼꼼히 따져 유명업체의 정품 생닭을 산다. 그중에서도 양계장을 직접 운영해 신선도가 높은 곳의 닭만 선택한다. 튀김 기름과 양념도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시세보다 20% 정도 싸게 사온다.

하지만 치킨 점포들이 모두 박씨처럼 저렴하게 재료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 생닭 120마리, 순살닭 6상자(1상자 12㎏)를 날마다 소비해야 견적서를 받을 수 있다. 장사가 잘되면 문제없지만 처음부터 가능할까? “처음 시작할 때는 인근 점포들과 함께 공동구매를 했지요. 지금은 혼자서도 견적서를 받을 만큼 커졌지만요.”

직접 천일염으로 간을 하는 박씨의 프라이드치킨은 심심한데도 맛이 있다. 반면에 간장마요드레싱(간장과 마요네즈를 양념으로 사용하는 치킨)과 의성진짜마늘간장닭 등 양념치킨은 양념의 풍미가 뛰어났다. 삼형제두마리치킨에는 고추핫양념, 허니커리치킨, 치즈스노 등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양념치킨 종류가 많다. 박씨는 “생닭 구입으로 절약한 4000원을, 대신 독특한 양념 등에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다양한 고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죠.”

박씨는 점포 임대료를 포함해 창업자금으로 4000만원가량이 들었다고 한다. 홀 테이블 대신 대형 냉장고, 일회용 종이상자 대신 배달용 보온가방, 값비싼 새것 대신 성능 좋은 중고 제품 등 모든 것에 강약을 두었다. 그 전략이 통했고, 결과는 창업 1년 만에 서울에서 배달앱 전체 2등, 치킨집 1등으로 돌아왔다.

품질에 대한 자존심, 별도의 배달비 청구 김태완스시

위치: 강남구 논현1동 전화: 050-7996-2242 인기 메뉴: 꽃등심초밥, 나가사키라멘, 연어회덮밥

서울 배달음식점 매출 3위가 일식집이라고?

데이터를 뽑은 배달의민족 쪽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초밥과 생선을 배달해 3위를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현1동의 김태완스시는 믿기지 않는 사실의 주인공이다.

일식 요리사 김태완(45)씨는 2014년 10월 논현동 번화가에 일식집을 차렸다. 경제력 높은 1인 가구가 밀집해 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개업과 함께 포장 판매와 배달을 시작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주문은 물밀 듯이 밀려왔다.

“일식은 품격이 떨어지면 장사 끝입니다.” 김씨는 정통 일식 25년 경력의 베테랑답게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재료는 무조건 최상급을 고집했다. 개업과 함께 흔히 돌리는 전단지도 품격을 떨어뜨릴까 봐 아예 무시했다. 입소문이 중요한 일식의 특성을 고려해 배달앱과 배달대행 서비스만 선택했다. 수수료가 원가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배달대행은 5개월 정도만 이용했다. 주변의 일부 횟집들은 배달비 부담을 줄이려고 품질에 손을 댔지만, 거꾸로 김씨는 별도의 배달비(기본 3000원)를 받기 시작했다.

“일식은 온도와 모양 유지가 관건입니다.” 제대로 된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별도로 받은 배달비를 전용 용기 개발과 세심한 포장에 투자했다. 최고의 요리사와 친절한 배달원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식구들에 대한 대우도 남달리 했다. 급여는 물론이고 직원들에게 비법 전수, 창업시 지원, 분점에 대한 공동투자 등 특별한 비전도 제시했다.

“배달은 수단일 뿐, 손님은 매장과 같은 맛과 품질을 기대합니다.” 김씨는 단골손님은 배달이 늦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남들과 다르게 배달비를 받고 있지만 이의를 제기한 손님도 없다고 한다. 품질에 대한 자부심, 이것이야말로 김씨의 성공 비결이다.

글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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