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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역사·트렌드 ‘삼태극’의 조화

동대문구 DDP 주변 디자이너들의 비밀 기지

등록 : 2017-12-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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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프리고

동대문 지역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최근 이 지역에 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동대문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파리를 생각하면 에펠탑이 연상되듯이, 언어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과거의 몇몇 기억을 들춰내 의류도매상가들을 기억할 사람도 있겠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동대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의류유통단지였다. 1990년대 중반 불황의 그림자가 덮치기 전까지 상인들과 구매자들은 밤을 잊은 채 옷을 사고팔았다. 의류시장으로 보자면 동대문의 전성기였다.

지금은 2014년 많은 우려 속에서 문을 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주변과 상생을 이루며 대한민국 디자인의 발신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동대문 주변이 젊은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활동무대로 변신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젊은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면서, 이 지역을 찾은 디자이너들이 동대문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젊은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닿자 경리단길, 연남동 등이 새로운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다가간 것처럼 동대문이 달라지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장프리고’다. 올해 문을 연 이곳은 과일가게와 바가 결합한 독특한 공간이다. 냉장고를 모티브로 한 출입문에는 간판조차 없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듯, 오실 분만 오라는 배짱이다. 장프리고의 대표는 과일 안주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이러한 공간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의 곁에는 디자인과 건축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과일을 유통하던 친구까지 합세해 새로운 콘셉트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런웨이가 떠오르는 높은 복도와 이전 건물 벽을 활용한 전시공간 등은 그렇게 탄생했다. 장프리고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에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에그하우스’는 동대문 일대 또 하나의 명물이다. 알뜰족이 사랑하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달걀 모양을 테마로 한 숙박업소다. 여기도 달걀, 저기도 달걀, 달걀 디자인 천국인 이곳은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문, 접시, 침구, 액자, 쓰레기통 등 숙소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 노란색 소품들은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도 긴장을 풀게 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강아지 깃발이 펄럭이는 수상한 건물이 있다. 허름한 건물의 5·6층 안은 예상 밖이다. 최소한의 가구와 천장, 계산대를 감싼 흰색 타일 등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멋들어진 카페다. 소박하면서도 간결한 구성이 돋보이는 ‘투피스’에서는 갓 사업을 시작한 친구 사무실에 들른 것 같은 친근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인테리어부터 메뉴까지 선택과 집중에 충실한 결과다. 그래픽디자이너가 상주하며 개인 작업을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겸 갤러리로,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을 주기적으로 전시한다. 오래된 건물에 숨어 있는 신기한 디자이너들의 비밀 기지를 만나고 싶다면 투피스를 방문해보길 권한다.

투피스


지금 동대문은 역사와 지역의 이미지 방언과 최신의 트렌드가 삼태극의 문양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곳의 진가를 만나고 싶다면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최근 발간한 <동대문 디자인 여행>을 보면 된다. 한번 펼치면 동대문에 가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권희대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출판팀장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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