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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연극무대 같은 동네

성북구 ‘성북천’

등록 : 2017-12-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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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에는 문화예술인이 많이 산다. 그중 연극인이 1000여명이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의 60% 정도다. 이들 대부분이 삼선동, 동선동, 성북동에 살고 있다. 대학로가 지나치게 상업화하면서 연극인들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성북구로 둥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로와 벽(한양도성) 하나를 사이에 둔 삼선동(사진)이 압도적으로 많다. 삼선동을 ‘오프 대학로’라고 이르는 이유다.

예술가들은 머무는 공간을 예술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평범한 주택가 속으로 스며들었으나 어귀부터 개성이 묻어나는 연습실, 낭만이 가득한 작은 카페, 익살스러운 간판을 내건 선술집….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예술 감성 충만한 청년 예술가들의 모습은 낯섦과 편안함을 한꺼번에 주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배우 조재현, 오달수 등 중견 배우들이 후배 연극인들에게 한턱내는 현장 목격담도 자주 들린다.

이들은 수시로 마당으로 나와 수준 높은 무료 공연을 펼친다. 대표적인 마당이 ‘성북천 분수마루’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삼선교역 지상에 마련된 분수마루는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성북천이 시작되는 곳이자 삼선동·성북동·혜화동이 만나는 지점이다.

성북구를 대표하는 축제 ‘누리마실 세계음식축제’(봄) ‘성북동 야행’(봄·가을) ‘라틴아메리카축제’(여름) ‘세계맥주축제’(여름) ‘삼선녀 축제’(가을) ‘유로피언 크리스마스마켓’(겨울) 등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지역 예술인들은 뮤지컬, 마임, 상황극, 노래 공연 등 다양한 장르로 이 행사를 이끈다. 이런 과정에서 지역 대표 콘텐츠가 탄생하기도 한다. 극단 ‘더늠’이 만해 한용운을 모티프로 제작한 뮤지컬 <심우>가 대표적이다.

모든 세대를 만족시키고도 남을 ‘가성비 갑’ 맛집이 즐비한 것도 삼선동의 특별한 매력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한 집 걸러 한 집이 ‘성지’다. 나오기 무섭게 완판이 기본인 ‘삼태기 도너츠’부터 주인장의 불친절도 애교로 봐주게 되는 수제 맥줏집 ‘섭’(Sub), 전국의 막걸리를 값싸게 맛볼 수 있는 ‘성북동 막걸리’까지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맛집이 골목마다 등장한다.

감성과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엔 성북천이나 장수마을을 걸으면 된다.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성북천에는 주민과 예술인이 참여한 설치미술품은 물론 어린이 놀이시설도 ‘예술적’으로 설치해 마치 지붕 없는 갤러리 같다. ‘서울의 산토리니’로 알려진 장수마을은 한양도성의 백미로 꼽히는 구간을 두르고 있다.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사진 포인트로 소문난 곳이다.

삼선동에 사는 한 연극인은 “삼선동은 동네 전체가 거대한 연극무대 같다. 등장인물의 삶과 고민이 담긴 세트처럼 골목을 걷다 보면 그 안에 사는 사람이 보이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4호선 한성대입구·삼선교역에서 내리면 1·2번 출구는 삼선 작은 시장과 성북천, 3·4번 출구는 한양도성과 장수마을, 5번 출구는 북정마을과 한양도성, 6·7번 출구는 길상사와 간송미술관 등으로 이어진다. 어느 출구를 선택하든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박수진 성북구청 언론홍보팀 주무관

사진 성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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