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유튜브 가입 20만’ 기념…셔플댄스 배워 영상 올려”

⑤ 69살에 유튜버에 도전한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등록 : 2023-02-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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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는 69살에 유튜버에 도전해 1년5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겼다. 조 대표는 모든 사람이 ‘자기 세상을 만들 용기’를 가질 것을 권한다. ‘조관일TV’ 유튜브 동영상 촬영 모습.

1974년 농협 입사…‘친절’ 주제 첫 책 내

정치권 진출 쓴잔…연구소 설립·집필

강의 의뢰 쏟아지며 총 60권 출간 기록

2018년 4시간 영상 학습…유튜브 시작


5개월 동안 구독자 250명 ‘묵묵히 버텨’

5천 조회수 달성 뒤 ‘4년간 21만 가입’


“아침마다 기대감·호기심으로 세상 봐”

‘자기 세상 만들 용기’ 가지는 게 출발점

나이 69살에 유튜버에 도전해, 1년5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긴 이가 있다. 조관일(74)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이야기다. 현재 조 대표가 운영하는 ‘조관일TV’ 구독자는 21만 명이 넘는다. 늦은 나이로 유튜버에 도전한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졌다.

조 대표는 고3 때부터 발명가가 되고 싶어 농학과를 졸업하고 발명에 매진했다. 안장을 올렸다 내리면 바퀴에 공기가 주입되는 자전거를 발명했지만, 자기 길은 아닌 것 같아 전공을 살려 농협에 입사했다.

1974년에 농협에 들어가 친절 교육을 열심히 받았지만, 직원들은 고객에게 불친절했다. 그는 고객에게 어찌 대해야 할지 궁리했다. 인사할 때 허리를 몇 도 굽혀야 좋은지 직접 실험해 23.5도가 적당하다는 걸 알아냈다. 그러다 강원연수원에서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객장 경험을 살려 친절 교육을 했다. “강의를 들은 연수원장이 강의한 그대로 책을 만들라고 지시했어요.” 그렇게 그의 첫 책 <고객 응대>(협동연구사 펴냄)가 사내용 책으로 만들어졌다.

어느 날 자신의 책 <고객 응대>가 서점에 깔렸다. 기분이 묘했다. 조 대표는 자료를 모아 외부용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1983년 말 <손님 좀 잘 모십시다>(협동연구사 펴냄)라고 책 제목을 바꿔 출간했다. 책이 나오자 백화점에서 강의 의뢰가 들어왔다. 농협에서도 그를 서울로 불러 강의를 맡겼다. 병원과 항공사 등 전국에서 강의 의뢰가 쏟아졌다. 88올림픽을 앞둔 때라 친절 교육 수요가 많았다. 농협에 다니며 전국으로 강연을 다녔다. 2004년 상무로 은퇴하기까지 20권의 책을 냈다.

조관일 대표의 저서들. 첫 책 <고객 응대>가 보인다.

농협을 그만두고 나오자, 강원도지사에게 연락이 왔다. 도지사는 정무부지사를 제안했다. 강원도에서 행사 때 인사 몇 번 나눈 사이일 뿐인데, 도지사는 그를 눈여겨봤단다. 2005년부터 그가 부지사로 일했고 이듬해 3월, 춘천시장 후보로 나가길 권유받았다. 여론조사도 1등이었다. 춘천시장 당내 경선에 도전했지만, 공천받지 못했다. 선거비로 큰 비용이 들었다. 2007년 <비서처럼 하라>(샘앤파커스 펴냄)라는 책을 냈는데, 20만 권 가까이 팔렸다. 이 책이 선거비용을 복구해줬다. 다음해, 국회의원 당내 경선에 나섰지만, 또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해 8월,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응모해 사장이 됐다. 석탄공사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그는 취임 100일 동안 전국에 있는 공장 중 울릉도를 제외한 48개 공장을 방문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정부 방침을 따른 구조조정이었지만, 일자리를 잃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2009년, 시무식을 막장에서 진행해 파격적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다. 그 무렵 막장이란 표현을 부정적으로 쓰는 일이 많았다. 불륜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 하고, 정치권의 악습을 ‘막장 정치’라고 표현하는 일이 빈번했다. ‘막장’이 일터인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그는 ‘막장은 희망입니다’라는 글을 언론에 보냈다.

조관일 대표가 강의하는 모습.

“최일선의 생산직 사원들은 막장을 뚫어 검은 보석 같은 석탄이 쏟아져 나올 때 ‘착탄’(着炭)이라고 환호합니다. 그것은 보람의 환호이자 앞으로 더 전진할 수 있다는 도전과 희망의 외침입니다. … 드라마든 국회든 간에 희망과 최고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 함부로 그 말을 사용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의 호소는 대서특필됐다. 그해 석탄공사는 이자 비용을 제외하고 흑자를 달성했다.

다음해, 강원도지사 후보로 당내 경선에 또 도전했지만 공천받지 못했다. 들어간 선거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다시는 정치에 도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선거에 나갈 때 아내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내는 반대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공천만 받았다면 일 잘했을 거라고 말해요.”

그는 창의경영연구소를 만들고 집필에 몰두했다. 그해 6권의 책을 냈는데, <멋지게 한 말씀>(샘앤파커스 펴냄)이 큰 힘이 됐다. 그 뒤로 작가이자 강사를 본업으로 삼았다. 그는 놀라운 조어 능력을 책에 선보였다. 특히 책 <회사는 유치원이 아니다>(21세기북스 펴냄)에서 꼰대를 위한 처방으로 ‘우황청심원’을 소개했다. ‘우’월적 지위는 잊어라. 상‘황’이 변했음을 알라. ‘청’년 시절을 돌아보라. ‘심’판하지 마라. ‘원’칙을 지켜라. 한번 들으면 기억하기 좋은 표현을 잘 만들어냈다.

2009년 막장 시무식.

2018년 5월, 후배가 유튜브를 하라고 제안했지만, 그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강연에서 주장했던 ‘도전하는 삶’과 자기 모습이 괴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영상편집을 4시간 동안 속성으로 배워 7월에 첫 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5개월 동안 구독자는 250명뿐이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버텨보기로 했다. 어느 날 2시간 전에 올린 영상 ‘재치 만점 건배사’의 조회수가 5천이 넘은 걸 보게 됐다. 이 일이 변곡점이 돼 구독자가 급격히 늘었다. 관련해서 <유튜브로 놀면서 매달 500만원만 벌면 좋겠다>(샘앤파커스 펴냄)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최근엔 구독자 20만 명을 넘긴 기념으로 셔플댄스를 배우고 춤추는 영상을 올렸다.

“아침에 눈뜰 때마다 기대감이 있어요. 그리고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80~90%는 강의 의뢰라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요. 영상도 규칙적으로 올려야 하니 사물을 볼 때도 호기심에 차서 보게 되고, 그게 유튜브를 하는 좋은 점이에요.”

‘조관일TV’ 유튜브.

유튜버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중간에 반응이 없다고 포기하지 말아야 해요. 그리고 악플에는 대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최대 변곡점은 그가 첫 책을 세상에 내놓은 때가 아니었을까? 인생 최대 고비였던 세 번의 선거로 은퇴자금을 다 까먹은 시기에도 책은 그를 어려움에서 구해줬다. 그는 자신이 펴낸 60여 권의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자기 세상을 만들 용기>(클라우드나인 펴냄)를 꼽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기 세상을 만들 용기를 가졌는지 묻는 것 같다. 우리 모두 끊임없이 도전하는 조 대표처럼 내 세상을 만들 용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강정민 작가 ho098@naver.com

사진 조관일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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