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쏙 과학

‘기후위기’라는 게 없다고? 과학적으로 보여주마!

㊱ 서울시립과학관 특별기획전 ‘기후비상’에서 보는 기후변화의 증거

등록 : 2022-09-01 17:18 수정 : 2022-09-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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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0일까지 서울시립과학관 별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기후비상’ 전시장 입구. ‘하키스틱 커브’가 그려져 있다.

“기온 1.5도 상승까지 6.10년 남아”

붉은 전광판 글씨 또렷이 경고하지만

“산업혁명 전에 따뜻한 기후 존재” 등

전시장 한쪽에는 반대 주장도 소개



하지만 이어 펼쳐지는 과학적 근거들

국내 카이스트 교수팀 메타버스 실험

인간활동 있는 지구와 없는 지구 비교

활동 있는 곳, 태풍 의한 호우 늘어


미래엔 홍수-가뭄 동시 발생 확률↑

재해 대비는 더욱 어려워질 것 전망돼

“기후변화는 이제 과학 아닌 윤리 문제”

“1.5도 상승하기까지 6.10년 남았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붉은 전광판 글씨로 또렷하게 박힌 ‘6.10’이라는 숫자가 눈에 띄었다. 벽면에는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올라가는 빨간 실선이 그려져 있었다. 그 옆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1도 상승했다. 하지만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변화되는 1만 년의 긴 시간 동안에는 약 4도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단기간의 급격한 지구 온도 변화 그래프는 마치 하키스틱을 뉘어놓은 것 같은 형태라서 ‘하키스틱 커브’라 한다.”

서울시립과학관 별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기후비상’ 전시장 입구.

서울시립과학관 별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기후비상’ 도입부 풍경이다. 입구에 놓인 ‘기후비상 특보’에는 ‘1.5도 상승, 10년도 남지 않아’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누적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00기가톤(GtCO₂)일 때 지구의 온도는 약 1.5도 상승한다. 현재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약 2500기가톤으로, 1.5도가 상승하기까지 채 10년이 남지 않은 것으로 예측된다.”

그때까지 더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 즉 탄소예산은 500기가톤이 남아 있다. 전세계에서 한 해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약 34기가톤. 2020년 33.3기가톤, 즉 333억톤에서 지난해 349억톤으로 늘었다. 이 추세대로면 6~9년 뒤인 2028~2031년에는 ‘1.5도’ 저지선이 뚫린다. 중국 칭화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 등 국제연구팀이 지난 3월 <네이처 리뷰스>(Nature Reviews)기고문에 발표한 분석이다.

이 충격적인 전시물을 지나가면 ‘기후위기란 없다’고 주장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메시지가 벽면에 붙어 있다.

“산업혁명 이전에도 따뜻한 기후가 존재했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증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온이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 건너편 벽면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이 있다.

“중세 온난기는 유럽 지역에서만 나타났던 현상으로 다른 지역은 오히려 기온이 떨어졌다.”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기온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지만 평균 기온은 급증하는 추세이고, 이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량과 거의 일치한다.”

“지난 8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ppm 이상을 넘지 않았으나, 산업혁명 이후 크게 증가하여 현재는 420ppm이 되었다.”

여기서 잠깐! 이 내용들을 점검하고 넘어가자.

먼저 ‘하키스틱 커브’. 서기 1000년 이후 조금씩 떨어지던 지구 온도가 1900년대 이후, 특히 1980년대 이후 가파르게 치솟는 모양이 마치 하키스틱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01년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의 3차 보고서에 실린 이래 이 그래프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공격을 끊임없이 받았다. 그들의 논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 보고서와 그래프 제작에 참여한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전세계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해 과거 기온을 추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미국 네바다 지역특정 나무에 가중치를 줬다. 그래서 중세(900~1400년) 온난기가 드러나지 않은 하키스틱 모양이 나왔다.’

그러나 ‘하키스틱’ 그래프를 둘러싼 논란은 2020년 이미 끝났다. 기후학자들의 연구협력 네트워크 ‘과거 글로벌 변화 2000’ 등 많은 학자가 검증에 달라붙은 덕분이었다. 이들은 8개 대륙과 전세계 해양의 자료를 수집해 2000년간 기온 변화를 분석했다. 그결과, 두 가지가 드러났다.

‘중세 온난기는 전 지구적 현상이 아니라 유럽에서 일어난 지역적 현상이다. 이어진 소빙하기의 경우, 지구 모든 지역의 기온이 동시에 내려간 건 아니었다.’

다시 말해, 산업혁명 이전에도 따뜻한 기후가 존재했지만 그건 유럽 지역에서만 나타난 일이었단 뜻이다. 지구는 한 지역이 지나치게 춥거나 더우면 다른 지역이 이를 상쇄하며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바깥이 춥든 덥든 인간이 평균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를 반박할 과학 원리는 또 하나 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지구 기온을 높인다.’ 이미 19세기에 밝혀진 원리다. 1822년엔 프랑스의 조제프 푸리에가 지구의 대기에 의해 태양열이 머물면서 지구 온도가 높아진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1856년에는 아일랜드의 존 틴들이 실험을 통해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가 열을 가두는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같은 인간 활동은 태풍, 홍수, 가뭄, 산불 등 재난을 야기한다. 이건국내 연구자가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밝혀냈다. 김형준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팀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있는 지구와 그렇지 않은 지구를 시뮬레이션한 ‘메타버스 지구’를 만들어 실험했다. 그 결과, 동아시아 태풍에 의한 호우 빈도의 증가는 인간 활동이 있는 지구에서만 나타났다.

다시 전시회로 돌아가보자. 이 전시 중 ‘지구의 시그널’ 코너는 기후변화 증거를 모아놨다. 첫 번째 시그널은 ‘얼어붙은 하늘’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바다 얼음이 녹아수증기가 늘면 시베리아의 눈이 증가하고 고기압이 발달한다. 이것이 엘니뇨와 라니냐, 인도양 바닷물 온도에 영향을 준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감소한다. 제트기류가 생긴다.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온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지난겨울 한파로 철원 영하 26도, 서울 영하 18도를 기록했다.

‘얼어붙은 하늘’ 코너는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 시그널은 ‘녹아내리는 땅’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얼어 있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언 땅에 갇혔던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가 방출된다. 전시물은 “영구동토층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량은 1조8000억t으로 현재 대기 중에 있는 양의 2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열을 품은 바다’는 세 번째 시그널이다. 이 코너에는 1901년부터 2020년 사이 해수면 온도 변화를 그린 인포그래픽이 붙어 있었다. 해온이 0.5~1도 상승하면 주황, 1~1.5도 상승하면 다홍, 그 이상은 빨간색으로 표현한 지도였다. 북대서양, 그린란드 앞 바다 말고는 모든 바다가 붉었다. 콩고와 나이지리아, 우루과이, 호주 남부 인근 바다는 암적색에 가까웠다. 해온이 2.5도 이상 올라갔단 뜻이다.

전시를 보던 청소년 중 한 명이 말했다.

“우린 이제 망한 거야?”

그건 아니다. ‘1.5도 상승 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후가 더 위험해지고 대비는 더 어려워질 뿐이다. 김형준 교수는 “기후변화로 홍수-가뭄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면서 인간이 재해에 대비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통합 적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다. 그는 덧붙였다.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입니다. 경제적 이득 때문에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해야 하는 것입니다.”

글·사진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참고 자료: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콘텐츠사이트 ‘사이언스올’,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김백민, 2021).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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