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식민지배가 후세에 끼친 영향 보는 곳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

등록 : 2021-05-20 16:46 수정 : 2021-05-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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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일제강점기 시작과 끝을 함께하며 식민지배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용산에는 통감부 청사가 자리 잡았고 러일전쟁 이후 일본은 대륙 침략 전초기지로 이용하기 위해 100만 평에 달하는 군사철도기지를 조성했다. 해방 이후 용산에는 독립운동 선열 묘역이 들어섰다. 1946년 7월 김구 선생은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삼의사 유해를 효창공원에 모셨다. 2년 뒤엔 임시정부 요인(이동녕 주석, 조성환 군무부장, 차리석 비서장)들이, 다음해 7월엔 김구 선생이 이곳에 묻혔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효창공원과 맞닿은 청파동에는 식민지역사박물관(청파로47다길 27)이 있다. 서울에는 수많은 박물관이 있지만 이곳은 조금 더 특별하다. 일제강점기를 전문으로 다룬 최초의 역사박물관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2018년 8월29일 문을 열었다. 경술국치(1910년 8월29일) 108주기에 맞춰 날을 정했다. 역사박물관 건립은 민간에서 추진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독립운동 학계,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됐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도 박물관 건립에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건립 기금 모금에 참여했다.

박물관에는 운요호 사건(1875년)부터 해방(1945년)에 이르기까지 70년에 걸친 일제 침탈과정,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 치열했던 항일 투쟁 과정을 상세히 전시했다. 현재 박물관에는 1만여 점에 이르는 물품이 전시돼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 피해자 유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상당수의 전시자료를 기증했다.

박물관 1층에는 기획전시실·뮤지엄숍, 2층에는 일제강점기 전시 체험공간이 있다. 3층과 4층은 연구와 자료 보존공간이다. 현재 1층에서는 기념전 ‘일제 부역 언론의 민낯’이 열리고 있다. 일제가 발행을 허가한 1920년부터 1940년 폐간되기까지 20여년간에 걸친 두 신문(조선·동아일보)의 일제 협력 행위를 고발한다.

2층에는 상설전시장이 있다. △일제는 왜 한반도를 침략했을까 △일제의 침략전쟁, 조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한 시대의 다른 삶(친일과 항일) △과거를 이겨내는 힘,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등 4부로 나눠 전시공간을 꾸몄다. 일제 식민지배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거사 청산 운동 과정을 실물자료 중심으로 보여준다.

강제병합 당시 순종의 칙유와 데라우치 통감의 유고, 삼일독립선언서 초판본, 을사오적 등 친일파의 훈장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차리석 선생, 문화부장을 지낸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의 유품까지 희귀한 자료를 모았다.


박물관 운영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25명 이하)하고 있으며 박물관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별도 공지 때까지 입장료는 무료다.

에스파냐 출신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 나는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근현대사는 아픔이다. 하지만 잊지 않고 간직해 또다시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기억해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

현재 용산구에는 등록 박물관 9곳(서울 전체 128곳)이 있다. 또 옛 용산철도병원(한강대로14길 35-29) 건물을 보수해 일제강점기, 미군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용산의 모습을 다룬 ‘용산역사박물관’을 내년 상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다.

최영철 용산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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