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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탄생과 예술의전당

서울, 이곳 l 서초구 예술의전당

등록 : 2026-11-05 11:52 수정 : 2026-1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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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박물관 국악뜰의 모습.

서초구 하면 대개 번화한 도시나 값비싼 주거지 정도를 떠올리는 이가 많다. 서초구는 1988년 강남구에서 분리됐다. 기억하는 이가 많겠지만 그전까지는 강남구 서초동, 강남구 반포동 등으로 부르며, 이 일대를 모두 강남이라 통칭했다. 본래 조선 시대 한양이라 하면 한강 북쪽을 지칭하는 말로 좁게는 사대문 안쪽을, 넓게는 성저십리에 해당하는 도성 주변까지를 가리킨다. 서초구는 조선 말까지 경기도 과천군에 속했으며, 1963년에야 비로소 서울시에 편입됐다.

1970년대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의미로 영동 개발이 이뤄지면서 지금의 강남이라는 지역이 탄생했으니, 그전까지 강남 일대는 허허벌판이거나 농촌이었다. 경부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왔고, 강북의 주택 부족을 해결하고 인구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다. 경기고, 휘문고, 서울고 등 명문 학교들이 강남으로 대거 이전했으며, 특히 86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강남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오늘 소개할 예술의전당도 바로 이 무렵 생겼다.

강북은 역사가 오래됐다는 인식이 있지만 서초구는 허허벌판이었던 1970년대나 이후 개발된 도시의 모습만 생각하지, 서초에 오랜 역사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품은 한반도 어느 구석인들 사람이 살았던 역사 없는 곳이 있겠는가.

예술의전당 인근에는 왕촌(王村)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고려 멸망 뒤 왕씨들이 정착해 500년 동안 거주해온 곳이다. 왕씨뿐 아니라 전(全)씨와 전(田)씨, 옥(玉)씨도 이 일대에 많이 살았다는데, 조선왕조의 박해를 피해 왕씨들이 왕(王)과 모양이 비슷한 한자로 성을 바꾸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술의전당은 1982년 처음 건립이 논의됐다. 1970년대 산업화와 1980년대 성장을 발판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무엇보다 1981년 서울이 88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복합예술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처음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은 신문로의 옛 서울고등학교 자리와 장충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남산 기슭이었다. 서울고등학교 자리는 높은 토지 매입비 때문에 수용이 어려웠고, 남산 기슭은 가용 면적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강북에서 마땅한 위치를 찾지 못하자 후보지로 떠오른 곳이 지금의 서초역 주변 대법원 자리(당시엔 서울시청 예정 부지)와 서초 꽃마을이었다.

이 중 서초 꽃마을이 있던 자리, 즉 우면산 자락이 예술의전당 부지로 최종 선정됐다. 제일 처음 지어진 건물은 국립국악원. 이어서 음악당과 서예박물관이 생겼고, 1992년 12월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기까지 예술의전당이 완성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1992년 12월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됐을 당시 예술의전당 조감도.

예술의전당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있는데, 바로 건축가 김석철이다. 김석철은 10년간 예술의전당 건축을 맡았는데, 특히 그가 설계한 오페라하우스의 외관이 한국의 갓을 형상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영향으로 외국인 사이에서 한국의 갓이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미 30년 전에 갓에서 디자인을 잡은 건축가의 선구안이 놀라울 뿐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우면산 쪽으로 꽤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대성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그 시작이 384년 백제 침류왕 때부터 이어진다.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창건한 목조사찰이 이곳에 있었다고 하며,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성사의 목불좌상은 조선 후기 때 나무로 조각한 것을 후대에 도금한 것이다. 또한 1919년 3·1 운동 때 만세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 중 백용성 스님이 바로 이 대성사에 머물면서 민족운동을 전개했다고 하니, 우면산 자락에 새겨진 역사가 실로 깊다.

국악박물관에는 다양한 국악기를 전시해 직접 연주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예술의전당 앞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악기점과 악기 수리점 등이 있어 서리풀 악기거리로 지정했다.
클래식 연주회라고 하면 고급 문화라는 인식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는 이가 많은데, 예술의전당은 기업의 후원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연주회가 매월 열리고 있으며, 서예박물관과 국악박물관처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

서예박물관과 오페라하우스 사이에 음악분수 가 있다.

연주회를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우면산의 자연과 예술의전당 건축물의 아름다운 조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찾아올 이유는 충분하다.

글·사진 강현정 작가(전 방송인) sabbuni@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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