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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 산은 무엇으로 불리길 바랄까?

서울, 이곳 l 강북구 솔밭공원

등록 : 2026-09-10 14:16 수정 : 2026-09-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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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파트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주민들과 지자체의 의지로 천혜의 소나무 군락지가 살아남게 되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름에 불만이 많았다. 흔한 이름이 싫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성인이 된 후 절차를 밟아 개명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좋든 싫든 대개는 태어날 때 지어진 이름으로 평생을 산다. 내 것이지만 남이 만들어주고, 내 것이지만 오히려 남이 더 많이 사용한다.

이름도 유행이 있어 이름만으로도 웬만큼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 내 어머니 세대에서는 명자, 숙자와 같이 ‘자’로 끝나는 이름이 흔했고, 내 나이 또래에게선 현정이, 윤정이 같은 이름이 흔했다. 2000년 이후 출생한 아이 중에는 무슨 무슨 ‘빈’으로 끝나는 이름이 많다. 그러고 보면 이름은 아주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산물이다.

솔밭공원은 자연적인 소나무 군락지로, 백 년생 소나무가 대략 1천 그루쯤 자생하고 있다.

솔밭공원은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마을에 있는 소나무 군락지이다. 소나무 군락지라 하면 대개 산비탈에 있기 마련이지만, 솔밭공원은 드물게 평지에 있다. 그것도 주거지에 에워싸여서 말이다. 산림청은 경관이 아름답고 생태적 가치가 우수한 숲 100곳을 골라 100대 명품 숲으로 지정했는데, 그중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홍릉 숲과 인왕산자락 숲 등과 함께 강북구 우이동의 솔밭공원 소나무 숲이 명품 숲으로 선정됐다.

솔밭공원은 북한산 둘레길과도 이어지며 주변에 국립4·19민주묘지, 손병희 묘소, 여운형 묘소 등이 있다.

솔밭공원이 주거지 사이에 조성된 데는 사연이 있다. 수유동, 우이동 일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혹시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다. 이 소나무 숲은 원래 특이하게도 사유지였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땅 주인이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려 개발 신청을 내자 주민들이 숲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결국 서울시와 강북구가 사유지였던 솔밭을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했고 그 덕분에 천혜의 소나무 자생 군락지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솔밭공원에는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마치 군번줄처럼 나무에 번호표를 매달아놨는데, 100살 넘은 소나무가 1천여 그루 이곳에서 자생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코끝이 시원해지는 솔향과 소나무 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숲의 풍경은 가히 솔밭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일 것이다.


인수봉, 만경대, 백운봉 세 봉 우리가 뿔처럼 솟아 있다 하여 삼각산으로 불렸다.

그리고 또 하나. 눈앞에 거대하게 펼쳐지는 북한산의 풍광을 빼놓을 수 없다. 솔밭공원을 오기 위해 북부간선도로를 달릴 때부터 나는 이미 허연 화강암 암벽의 존재감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보름달이 뜬 밤 아무리 멀리 달려도 달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처럼 인수봉이 그랬다. 달리는 내내 내 자동차의 왼쪽 자리를 버티고 있더니 강북구청 사거리쯤에서는 정면에서 떡하니 위용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나는 암벽등반을 해본 적도 없거니와 그 위험한 걸 왜 하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던 사람이다. 그러나 막상 눈앞에 거대한 바위산을 마주하고 나니 폭신한 흙과 풍성한 나무로 덮인 육산(肉山)과는 또 다른 골산(骨山)의 매력을 단번에 알아버렸다.

강북구 우이동은 어디에 있어도 북한산이 보이고, 어디에 숨어도 바위산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동네다. ‘소 우’에 ‘귀 이’를 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이동 지명은 소의 귀를 닮은 우이암에서 유래한다. 마을의 삶 자체가 북한산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사실 이 산의 이름은 오랜 세월 북한산이 아니라 삼각산으로 불려왔다. 인수봉, 만경대, 백운대. 가장 높은 이 세 봉우리가 뿔처럼 솟아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 시대부터 삼각산이라는 명칭이 사용됐으니 삼각산으로 불린 역사에 비하면 북한산으로 불린 역사는 한참 짧다.

솔밭공원 내부에 조성한 삼각산탑. 이곳이 예로부터 삼각산으로 불려왔음을 알려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고적 조사사업 이후 지도에 북한산으로 표기하면서 북한산이라는 이름이 불리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는 1983년 이 지역을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삼각산이라는 이름이 사라졌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김상헌의 시조에서도 삼각산으로 불렸고, 심훈은 ‘그날이 오면’에서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라고 노래했다.

삼각산이라는 이름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은 지금도 삼각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때로는 가게 이름에 남아 있다. 이름은 행정기록보다 그것을 불러주는 사람들에 의해 생명력을 갖는다. 내 것이면서 나보다 남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이름. 이 산은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길 바랄까.

글·사진 강현정 작가(전 방송인) sabbuni@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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