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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8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유엔은 65살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24년 말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서울의 경우 65살 이상 인구는 7월 말 기준 약 19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1%를 차지한다. 서울 역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2년 서울의 65살 이상 인구 비중은 37.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고령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전망됐지만 2052년에는 서울 인구 10명 가운데 4명 가까이가 65살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서울에서 노인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이제 복지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할 권리와 이동권 그리고 사회적 역할과 자존감까지 노년의 삶 전반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
생계 위한 ‘새벽 첫차’… 무임승차 논란이 남긴 질문
지난봄 서울 어르신들의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무임승차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이는 지난 3월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대 노인의 지하철 무료 이용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출퇴근 피크 시간대에 노인의 무료 이용을 한두 시간 제한하는 방안이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 도입 당시 65살 이상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4%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21.2%까지 높아졌고 무임승차 이용자도 빠르게 늘면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제안 배경이다.
하지만 오전 5~7시 건물 청소 등 새벽 근무를 나서는 생계형 이동이란 점을 간과하고 노인의 이동은 ‘비생산적이고 혼잡을 더한다’는 인식만 강화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논란은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을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단순히 보호와 지원 대상으로 볼지 아니면 사회의 구성원이자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의 주체로 볼지에 대한 문제다.
최근 한 단체가 실시한 노년의 삶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사회적 역할’과 ‘자존감’을 꼽았다. 노년층이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는 달리 서울시복지재단의 ‘202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는 상반된 현실을 보여준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한다고 답한 것이다. 중위소득 50%에도 못 미치는 빈곤층은 10가구 중 3가구에 달한다. 현재 일자리 월평균 소득이 50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도 10%를 넘었다. 어르신들에게 소비 지출액 중 가장 부담이 되는 항목은 역시 식비와 월세, 관리비, 냉난방비, 수도세 등의 주거비였다. ‘사회적 역할’ ‘자존감’ 이전에 ‘노인 소득 보장’을 통한 빈곤 완화 지원이 절실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64살은 되고 65살은 안 된다?…끊어진 고용보험 안전망 생존을 위해 새벽 첫차를 타야만 하는 노인들의 노동은 계속되지만, 우리 사회의 제도적 안전망은 65살이라는 나이 앞에서 멈춰 서 있다. 노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함께 일자리를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적용 제외 연령기준을 상향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노인빈곤 문제와 노인 자살 문제를 함께 바라봤다. 고령층의 노동을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한 경제활동’으로 보지 않고 빈곤한 노인에게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핵심은 ‘고용보험법’ 제10조다. 현행 제도에서는 원칙적으로 65살 이후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은 실업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65살 이전부터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유지하면서 계속 근무한 사람은 65살이 넘어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실업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64살까지 일하다가 퇴직한 뒤 일정 기간 쉬었다가 65살 이후 다시 취업한 경우다. ‘계속 고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65살을 전후해 고용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셈이다. 인권위의 논리는 비교적 명확하다. 우리나라는 고령자의 경제활동이 활발한데도 65살 이후 고령자가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업급여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고 실제로 일했지만 실업급여라는 최소한의 소득안전망은 이용할 수 없는 구조, 인권위는 바로 이 지점을 노인 인권 문제로 판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행 제도에는 연령 기준 제한 조항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 후 용역을 진행해 실태를 파악했으나 정년 연장과 연금 수령 시기, 중장년 계속 고용 활성화 등 내용을 포함한 전반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해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정년 연장 관련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제도적 배제라는 벽에 더해 일자리의 질도 문제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생계비 마련 등을 위해 일하지만 이들은 판매와 서비스 그리고 경비·청소·시설관리 등 저임금·비정규직과 일시적 단순노동에 집중돼 있다. 전문·관리직이나 기술·기능직의 비율은 15% 미만이다. 은퇴 전 경력과 전문성을 살린 일자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는 노년층의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일자리 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노인이 원하는 사회적 역할과 자존감을 충족하기 어렵다. “단순 일자리 넘어 사회적 관계와 돌봄 공백 심각” “연령으로 차별 안 돼
경험·능력 자산화해야” 밥벌이 넘어 자존감으로…서울시 일자리·여가 실험 통할까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2040년까지 공공일자리 30만 개와 민간 일자리 3만 개 등 모두 3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 계획에서 주목할 점은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개수’에서 ‘경력과 경험을 활용하는 일자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민간 기업에 근무환경 개선금을 지원하고 시니어 인턴십을 운영하는 한편, 재가돌봄과 급식 지원, 안전점검 등 어르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일자리도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2025년 1월 개관)를 통해 기업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직무교육부터 취업 지원, 사후관리까지 연결해 2040년까지 누적 3만 명의 취업을 지원할 구상이다. 또한 구직자가 기존 경력과 희망 직무, 근무 조건 등 구직 정보를 등록하면, 센터가 보유한 기업 채용 수요에 맞춰 개별 구직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매칭해 채용으로 연계해주는 구직 지원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계획이 실질적인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일자리 매칭을 넘어 중앙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 등 법적 안전망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탄탄한 제도와 양질의 일자리가 노년 자립을 떠받치는 뼈대라면, 그 안을 채우는 핵심은 정서적 교류와 사회적 관계다.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 역시 일자리를 넘어선 사회적 관계와 돌봄의 공백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실제 202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관계와 돌봄의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낸다. 어르신 네 명 중 한 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연락하거나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신체적·정서적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는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다. 이들 중 절반은 경제적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세 번 미만 외출하는 어르신은 7.2%, 주로 혼자 식사하는 경우는 16.1%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현실에 대응해 지난 3월 ‘어르신 활력충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핵심 사업은 세 가지다. 먼저, 권역별 대규모 복합여가시설인 ‘활력충전센터’를 8곳 조성한다. 약 1만㎡ 규모의 공간에 인문학 강좌와 취미·교양 강좌 그리고 운동 프로그램 등을 마련한다. 2027년 1호점 착공을 시작으로 도심과 동북 그리고 서북과 서남 및 동남 5개 권역에 시설을 조성한다. 도보 생활권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우리동네 활력충전소’도 2030년까지 120곳 만든다. 복지관과 유휴 치안센터 그리고 도서관 등 기존 공공시설을 활용해 10분 안팎 거리에서 여가와 교류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당구장과 탁구장 그리고 요가학원 등 민간 여가시설을 할인받아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동행상점’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제 노년의 삶을 변화시키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다. 노인을 복지의 수혜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노년을 바라보는 철학자들의 관점은 오늘날 서울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노년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완성이자 지혜와 경험이 축적되는 시기로 보았다. 그는 노년층이 국가와 공동체의 조언자로서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은퇴 후에도 생산적 활동과 사회참여를 통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노년 문제를 개인의 쇠퇴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로 봤다. 산업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노동 생산성으로만 평가하면서 은퇴하거나 건강이 약해진 노인을 ‘생산적 가치가 없는 존재’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인은 소득 상실과 빈곤 그리고 관계망 약화와 심리적 소외로 이어진다. 서울의 노인들이 겪는 현실은 두 철학자의 관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노인들은 여전히 일하고 싶어 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원한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에서 보듯 사회는 여전히 노인을 단순노동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어르신들이 은퇴 후에도 경제적·사회적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선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경험과 능력, 지혜를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누구나 나이 때문에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서울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64살은 되고 65살은 안 된다?…끊어진 고용보험 안전망 생존을 위해 새벽 첫차를 타야만 하는 노인들의 노동은 계속되지만, 우리 사회의 제도적 안전망은 65살이라는 나이 앞에서 멈춰 서 있다. 노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함께 일자리를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적용 제외 연령기준을 상향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노인빈곤 문제와 노인 자살 문제를 함께 바라봤다. 고령층의 노동을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한 경제활동’으로 보지 않고 빈곤한 노인에게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핵심은 ‘고용보험법’ 제10조다. 현행 제도에서는 원칙적으로 65살 이후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은 실업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65살 이전부터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유지하면서 계속 근무한 사람은 65살이 넘어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실업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64살까지 일하다가 퇴직한 뒤 일정 기간 쉬었다가 65살 이후 다시 취업한 경우다. ‘계속 고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65살을 전후해 고용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셈이다. 인권위의 논리는 비교적 명확하다. 우리나라는 고령자의 경제활동이 활발한데도 65살 이후 고령자가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업급여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고 실제로 일했지만 실업급여라는 최소한의 소득안전망은 이용할 수 없는 구조, 인권위는 바로 이 지점을 노인 인권 문제로 판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행 제도에는 연령 기준 제한 조항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 후 용역을 진행해 실태를 파악했으나 정년 연장과 연금 수령 시기, 중장년 계속 고용 활성화 등 내용을 포함한 전반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해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정년 연장 관련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제도적 배제라는 벽에 더해 일자리의 질도 문제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생계비 마련 등을 위해 일하지만 이들은 판매와 서비스 그리고 경비·청소·시설관리 등 저임금·비정규직과 일시적 단순노동에 집중돼 있다. 전문·관리직이나 기술·기능직의 비율은 15% 미만이다. 은퇴 전 경력과 전문성을 살린 일자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는 노년층의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일자리 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노인이 원하는 사회적 역할과 자존감을 충족하기 어렵다. “단순 일자리 넘어 사회적 관계와 돌봄 공백 심각” “연령으로 차별 안 돼
경험·능력 자산화해야” 밥벌이 넘어 자존감으로…서울시 일자리·여가 실험 통할까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2040년까지 공공일자리 30만 개와 민간 일자리 3만 개 등 모두 3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 계획에서 주목할 점은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개수’에서 ‘경력과 경험을 활용하는 일자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민간 기업에 근무환경 개선금을 지원하고 시니어 인턴십을 운영하는 한편, 재가돌봄과 급식 지원, 안전점검 등 어르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일자리도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2025년 1월 개관)를 통해 기업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직무교육부터 취업 지원, 사후관리까지 연결해 2040년까지 누적 3만 명의 취업을 지원할 구상이다. 또한 구직자가 기존 경력과 희망 직무, 근무 조건 등 구직 정보를 등록하면, 센터가 보유한 기업 채용 수요에 맞춰 개별 구직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매칭해 채용으로 연계해주는 구직 지원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계획이 실질적인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일자리 매칭을 넘어 중앙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 등 법적 안전망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탄탄한 제도와 양질의 일자리가 노년 자립을 떠받치는 뼈대라면, 그 안을 채우는 핵심은 정서적 교류와 사회적 관계다.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 역시 일자리를 넘어선 사회적 관계와 돌봄의 공백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실제 202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관계와 돌봄의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낸다. 어르신 네 명 중 한 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연락하거나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신체적·정서적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는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다. 이들 중 절반은 경제적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세 번 미만 외출하는 어르신은 7.2%, 주로 혼자 식사하는 경우는 16.1%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현실에 대응해 지난 3월 ‘어르신 활력충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핵심 사업은 세 가지다. 먼저, 권역별 대규모 복합여가시설인 ‘활력충전센터’를 8곳 조성한다. 약 1만㎡ 규모의 공간에 인문학 강좌와 취미·교양 강좌 그리고 운동 프로그램 등을 마련한다. 2027년 1호점 착공을 시작으로 도심과 동북 그리고 서북과 서남 및 동남 5개 권역에 시설을 조성한다. 도보 생활권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우리동네 활력충전소’도 2030년까지 120곳 만든다. 복지관과 유휴 치안센터 그리고 도서관 등 기존 공공시설을 활용해 10분 안팎 거리에서 여가와 교류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당구장과 탁구장 그리고 요가학원 등 민간 여가시설을 할인받아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동행상점’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제 노년의 삶을 변화시키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다. 노인을 복지의 수혜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노년을 바라보는 철학자들의 관점은 오늘날 서울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노년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완성이자 지혜와 경험이 축적되는 시기로 보았다. 그는 노년층이 국가와 공동체의 조언자로서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은퇴 후에도 생산적 활동과 사회참여를 통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노년 문제를 개인의 쇠퇴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로 봤다. 산업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노동 생산성으로만 평가하면서 은퇴하거나 건강이 약해진 노인을 ‘생산적 가치가 없는 존재’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인은 소득 상실과 빈곤 그리고 관계망 약화와 심리적 소외로 이어진다. 서울의 노인들이 겪는 현실은 두 철학자의 관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노인들은 여전히 일하고 싶어 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원한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에서 보듯 사회는 여전히 노인을 단순노동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어르신들이 은퇴 후에도 경제적·사회적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선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경험과 능력, 지혜를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누구나 나이 때문에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서울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