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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성동생명안전배움터에서 진행한 ‘확장현실(XR) 화재안전교육’에 참여한 스위첸아이꿈누리터 초등학생들이 성수역 앞 도로를 구현한 확장현실 맵을 통해 차량 화재 진압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한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고 건축물이 밀집한 서울 도심에서는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3월 중구 소공동 한 캡슐호텔형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한 화재는 외국인 관광객 등 투숙객 다수의 인명 피해를 입혔다. 이달 들어서도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이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119에 신고하기’라고 말하고 어른들은 ‘소화기로 불끄기’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나의 몸을 보호하고 대피하는 겁니다. 소화기로 불을 끄다가 내가 연기를 마시고 생명을 잃으면 안 되잖아요. 두 번째는 어딜 가든 비상구를 확인하고, 특히 집이나 자주 가는 장소에서 어떻게 대피하면 좋은지를 가족이나 지인들과 상의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겁니다. 세 번째는 소화용품들을 구비하는 거예요. 요즘 소화기는 기본이고 콘센트 화재 예방 스티커, 화재용 대피 손수건 등 소화용품이 다양해졌어요.”(장하늘 성동생명안전배움터 주무관)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누전과 과부하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나 로봇청소기 등 배터리 관련 화재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화재는 대부분 사람의 실수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화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관리뿐만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예방과 초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화재와 재난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꾼 문화적 사건으로는 1977년 개봉한 영화 ‘타워링’을 빼놓을 수 없다. 163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중구 대연각호텔 화재 참사(1971)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시민들은 영화를 통해 고층 건물 화재의 참혹함을 실감 나게 경험하고 이런 사고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심을 갖게 됐다. 영화 속 화재 원인이 비용 절감을 위해 규격 미달 전선을 사용하고 안전장치를 생략한 건축주의 탐욕으로 묘사된 점도 당시 고도성장기 한국 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타워링’은 초고층 화재의 위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건물 내부와 외부의 온도와 기압 차이로 계단실과 엘리베이터 승강로 등을 통해 공기가 위로 빠르게 이동하는 ‘연돌효과’, 밀폐된 공간에서 불길이 급격히 확산되는 ‘플래시오버’, 산소가 갑자기 유입되면서 폭발적으로 불길이 역류하는 ‘백드래프트’ 등 화재의 핵심 현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 등 건축물 자체 소방시설의 중요성, 중간층 피난안전구역 마련, 비상용 승강기 등 별도의 피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 여기에 더해 재난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차분하게 행동하기 위해 평상시 반복적인 훈련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이처럼 1970년대 영화가 경고했던 화재 대피의 원리를 첨단 기술로 몸에 익히는 현장이 있다. 성동구(구청장 유보화)가 생활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대응 능력을 키우도록 마련한 ‘성동생명안전배움터’(마조로11길 6)다. ‘성동형 확장현실(XR) 화재안전교육’ 현장인 이곳을 지난 27일 서울&이 찾았다.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된 이날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에 몰입했다. 왕십리 지역 대표 쇼핑몰인 비트플렉스와 성수역 플랫폼 등 주민이 많이 이용하는 실제 공간을 가상현실 화면으로 구성했다.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무선 센서형 소화기를 활용해 가상 화재를 진압하고 유독가스로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소매에 침을 발라 코를 막고 벽에 손을 대고 대피하는 실습도 했다. XR 화재안전교육은 지난 4월 정규 과정이 개설됐는데 6월까지 3개월 만에 교육생 6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체험교육은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성동생명안전배움터에서 진행되며 6살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성동생명안전배움터는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성동구 관계자는 “2015년 서울시 최초의 지역형 종합 안전체험장으로 문을 연 후 누적 8만1230명이 체험형 안전교육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1만5375명이 교육을 받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전국 최초로 이동형 체험차량과 체험키트 배포 그리고 비대면 실시간 교육 등을 활용한 찾아가는 안전교육을 도입해 지금까지 장애인과 어린이, 어르신 등 배움터 방문이 어려운 주민 1만2490명이 이수하기도 했다. 이 시설은 2024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어린이 안전교육 전문기관’과 ‘민방위 교육 인정 안전체험관’으로 지정되며 교육의 전문성과 실효성도 인정받았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안전교육이란 것이 이 시설의 강점이다. 2024년 전국 최초로 ‘가상현실(VR) 침수탈출 생존교육’을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성동구의 지역적 특성과 위기 상황을 반영한 ‘VR 다중인파 위기관리 교육’도 선보였다. 성동생명안전배움터는 화재 이후 대응도 교육의 중요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관리과가 현장에 출동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복지정책과는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주 시설을 지원한다. 청소행정과는 잔재물을 처리해 2차 사고를 예방하고 구민생활안전보험을 통해 부상자 치료 비용을 지원한다. 배움터는 실제 화재 사례를 교육에 반영하고 온라인 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 콘텐츠를 통해 재발 방지와 안전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또한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 등 건축물 자체 소방시설의 중요성, 중간층 피난안전구역 마련, 비상용 승강기 등 별도의 피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 여기에 더해 재난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차분하게 행동하기 위해 평상시 반복적인 훈련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이처럼 1970년대 영화가 경고했던 화재 대피의 원리를 첨단 기술로 몸에 익히는 현장이 있다. 성동구(구청장 유보화)가 생활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대응 능력을 키우도록 마련한 ‘성동생명안전배움터’(마조로11길 6)다. ‘성동형 확장현실(XR) 화재안전교육’ 현장인 이곳을 지난 27일 서울&이 찾았다.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된 이날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에 몰입했다. 왕십리 지역 대표 쇼핑몰인 비트플렉스와 성수역 플랫폼 등 주민이 많이 이용하는 실제 공간을 가상현실 화면으로 구성했다.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무선 센서형 소화기를 활용해 가상 화재를 진압하고 유독가스로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소매에 침을 발라 코를 막고 벽에 손을 대고 대피하는 실습도 했다. XR 화재안전교육은 지난 4월 정규 과정이 개설됐는데 6월까지 3개월 만에 교육생 6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체험교육은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성동생명안전배움터에서 진행되며 6살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성동생명안전배움터는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성동구 관계자는 “2015년 서울시 최초의 지역형 종합 안전체험장으로 문을 연 후 누적 8만1230명이 체험형 안전교육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1만5375명이 교육을 받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전국 최초로 이동형 체험차량과 체험키트 배포 그리고 비대면 실시간 교육 등을 활용한 찾아가는 안전교육을 도입해 지금까지 장애인과 어린이, 어르신 등 배움터 방문이 어려운 주민 1만2490명이 이수하기도 했다. 이 시설은 2024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어린이 안전교육 전문기관’과 ‘민방위 교육 인정 안전체험관’으로 지정되며 교육의 전문성과 실효성도 인정받았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안전교육이란 것이 이 시설의 강점이다. 2024년 전국 최초로 ‘가상현실(VR) 침수탈출 생존교육’을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성동구의 지역적 특성과 위기 상황을 반영한 ‘VR 다중인파 위기관리 교육’도 선보였다. 성동생명안전배움터는 화재 이후 대응도 교육의 중요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관리과가 현장에 출동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복지정책과는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주 시설을 지원한다. 청소행정과는 잔재물을 처리해 2차 사고를 예방하고 구민생활안전보험을 통해 부상자 치료 비용을 지원한다. 배움터는 실제 화재 사례를 교육에 반영하고 온라인 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 콘텐츠를 통해 재발 방지와 안전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장하늘 주무관(왼쪽)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몸이 기억하는 교육으로 재난 대응해야”
“안전설비, 제도, 시민 행동
함께 작동해야 재난 대응 가능” 반복적인 안전교육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인명 피해를 줄인 사례도 있다. 구 관계자는 “지난 23일 사근동 아파트 1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주민 47명이 침착하게 자력 대피해 큰 사고를 막았다. 지난해 7월에는 주택 출입문 앞 쓰레기 더미에서 불이 나자 거주자가 119에 신고한 뒤 비치해둔 소화기로 초기 진화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지난해 3월 광희중학교 급식실 화재 때도 학생과 교직원들이 훈련받은 대로 대피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성동구가 추구하는 안전교육의 핵심은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교육’이다. 구 관계자는 “재난이 무서운 이유는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패닉에 빠지면 평소 알던 지식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 반복적인 체험교육은 낯선 재난 상황을 익숙한 경험으로 바꿔 위기 상황에서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장하늘 주무관은 “재난이 발생하면 지자체에서 통제하고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런 협력 체계를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바로 ‘안전교육’이다. 서울시가 통상적인 안전교육을 진행한다면 자치구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실제와 같은 안전 체험으로 구민들의 재난 대응 역량을 키우는 곳이다. 성동구가 이러한 노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불이 난 뒤의 영웅적인 대응이 아니라 불이 나기 전 위험요인을 줄이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누구나 침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타워링’이 한국 사회에 던진 가장 큰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화재 위험은 커지고 소방관의 노력만으로는 모든 생명을 구할 수 없다. 건축물 자체의 안전설비와 제도 그리고 시민의 행동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성동생명안전배움터의 안전교육은 재난을 추상적인 공포가 아니라 직접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험으로 바꾸는 시도다. ‘타워링’이 초고층 화재의 위험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면 성동구의 XR 안전교육은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화재에 대응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도록 해 가장 강력한 소방시설은 결국 철저한 예방과 반복적인 훈련이라는 점을 솔선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최근 소형 배터리 기반 개인 기기 이용의 급증 등 화재 위험요소가 다양해 기존의 법적·제도적 안전 기준만으로는 신종 재난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규제 중심의 소방 행정을 넘어 시민 개개인이 일상 속 위험을 식별하고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개인 화재 안전 능력’을 국가적 차원의 기본 소양으로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심폐소생술 자격과정과 유사한 표준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VR과 XR 등 첨단 개인훈련시스템을 활용한 ‘개인 화재안전대응훈련 이수증’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함께 작동해야 재난 대응 가능” 반복적인 안전교육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인명 피해를 줄인 사례도 있다. 구 관계자는 “지난 23일 사근동 아파트 1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주민 47명이 침착하게 자력 대피해 큰 사고를 막았다. 지난해 7월에는 주택 출입문 앞 쓰레기 더미에서 불이 나자 거주자가 119에 신고한 뒤 비치해둔 소화기로 초기 진화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지난해 3월 광희중학교 급식실 화재 때도 학생과 교직원들이 훈련받은 대로 대피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성동구가 추구하는 안전교육의 핵심은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교육’이다. 구 관계자는 “재난이 무서운 이유는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패닉에 빠지면 평소 알던 지식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 반복적인 체험교육은 낯선 재난 상황을 익숙한 경험으로 바꿔 위기 상황에서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장하늘 주무관은 “재난이 발생하면 지자체에서 통제하고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런 협력 체계를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바로 ‘안전교육’이다. 서울시가 통상적인 안전교육을 진행한다면 자치구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실제와 같은 안전 체험으로 구민들의 재난 대응 역량을 키우는 곳이다. 성동구가 이러한 노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불이 난 뒤의 영웅적인 대응이 아니라 불이 나기 전 위험요인을 줄이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누구나 침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타워링’이 한국 사회에 던진 가장 큰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화재 위험은 커지고 소방관의 노력만으로는 모든 생명을 구할 수 없다. 건축물 자체의 안전설비와 제도 그리고 시민의 행동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성동생명안전배움터의 안전교육은 재난을 추상적인 공포가 아니라 직접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험으로 바꾸는 시도다. ‘타워링’이 초고층 화재의 위험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면 성동구의 XR 안전교육은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화재에 대응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도록 해 가장 강력한 소방시설은 결국 철저한 예방과 반복적인 훈련이라는 점을 솔선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최근 소형 배터리 기반 개인 기기 이용의 급증 등 화재 위험요소가 다양해 기존의 법적·제도적 안전 기준만으로는 신종 재난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규제 중심의 소방 행정을 넘어 시민 개개인이 일상 속 위험을 식별하고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개인 화재 안전 능력’을 국가적 차원의 기본 소양으로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심폐소생술 자격과정과 유사한 표준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VR과 XR 등 첨단 개인훈련시스템을 활용한 ‘개인 화재안전대응훈련 이수증’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