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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포식자에게 먹힐지라도 부디 살아남기를”

사람& 김민수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장

등록 : 2026-06-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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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장이 지난 11일 사무실에서 서울&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밀물이 들어오면 무인도 아래쪽 둥지는 순식간에 다 잠겨버리거든요. 자연의 법칙이지만 귀한 알들을 수몰되게 그냥 둘 순 없잖아요.”

지난 11일 만난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 김민수 실장의 목소리에는 치열했던 저어새 구조의 현장감이 생생했다. 여우, 에뮤, 쿠바홍학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잇따른 번식 성공 소식을 지난해 알렸던 서울대공원. 위기에 놓인 생명 탄생의 이면에는 멸종위기 토종 동물을 지켜내기 위해 기꺼이 흘리는 담당자들의 땀방울이 배어 있다.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은 국내 멸종위기 토종동물을 보호하고 증식하는 이른바 ‘노아의 방주’ 역할을 하고 있다. 번식과 구조, 그리고 방사라는 거대한 생명의 순환 고리를 이어가기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현장 담당자들은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인다.

전세 배로 무인도 진입…수몰 직전 1분1초의 작전

인터뷰는 지난달 13일 이뤄진 저어새 구조 작전 이야기로 시작됐다. 김 실장은 사육사 1명, 국립생태원 양민승 박사 등과 함께 단 3명으로 꾸려진 구조팀을 직접 이끌고 서해로 향했다.

“강화도 인근 각시암은 쉽게 못 들어가는 완전한 무인도예요. 천연기념물을 구조하는 일이라 문화재청 허가를 미리 받고 어선을 전세 내서 20~30분을 달려가야 겨우 닿을 수 있죠.” 철새들의 세계도 철저한 약육강식이다. 먼저 도착하거나 힘이 센 개체들이 바닷물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을 차지하면 서열에서 밀리거나 늦게 도착한 저어새들은 섬의 가장자리인 바닷가 쪽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둥지가 바닷물에 수몰되면 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김 실장 일행은 바닷물이 턱밑까지 차올라 수몰돼 죽게 될 운명이었던 저어새 알을 둥지에서 발견하고, 6개의 알을 극적으로 품에 안았다.


1시간마다 젖병 소독하고 굴착기 동원하는 치열한 사육 현장

무사히 저어새 알을 구조해 와도 고비는 계속된다. “부화기를 거쳐 새끼가 태어나면 1시간에 한 번씩 사료를 먹여야 해요. 미꾸라지를 갈고 영양제를 섞어 한 숟가락씩 직접 사육사들이 떠먹이는데, 오염될까봐 매번 젖병을 소독하다보면 정말 힘들죠.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육사들이 진짜 몸을 갈아서 일하는 거예요.”

이들의 노력은 사료를 먹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멸종위기종의 야생 본능을 지켜주기 위한 ‘행동 풍부화’와 서식지 재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이 동원된다. 금개구리, 삵의 경우 자연스러운 번식을 유도하기 위해 사육장 내에 굴착기까지 동원하여 강모래 25t을 세차례나 복토해줬다.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방사장 울타리를 대대적으로 넓히고 행동 풍부화 시설을 짓는 등 종 보전을 위한 물밑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멸종위기종들이 야생 본능을 유지하고 번식에 성공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사육 공간이 일반 관람객이 접근하지 못하는 ‘비전시 시설’이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조용한 환경 덕분에 예민한 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번식과 보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88마리서 7천 마리로…0.1%의 가능성을 향한 경건한 비행

이러한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동물 중 일부는 동물원 울타리를 넘어 혹독한 야생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치게 된다. “동물원에 저어새가 아예 없던 2016년 처음 저어새 종보전사업을 시작했어요. 2021년에는 인공부화한 애들이 서로 짝을 지어 자연 번식하는 국내 최초의 기적 같은 성과까지 거뒀죠. 현재 저어새를 포함해 모두 9종의 멸종위기에 놓인 토종 동물을 보전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의 자부심처럼 저어새는 1988년 전세계에 단 288마리만 남아 멸종 직전이었으나 현재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를 주무대로 7천여 마리로 늘어나 국제적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멸종위기 동물을 동물원 울타리 안에서 계속 돌보지 않고 왜 생존율이 낮은 혹독한 야생으로 일부를 다시 내보내는 걸까. 멸종위기종 보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물원 내 개체 수 증가가 아니라 ‘야생 생태계의 복원’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수몰되거나 도태될 위기에 처한 생명을 구조하고, 최적의 환경에서 안전하게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며 보호·증식시킨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생태계의 고리를 잇는 것이 종 보전의 완성이다.

이 거대한 고리는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만의 작업이 아니다. 김 실장은 “멸종위기종 보전은 각 기관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동물원은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서 증식 기술을 발휘해 개체를 건강하게 키워내면, 국립생태원 등 ‘서식지 내 보전기관’이 야생 적응 훈련과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체계적인 분업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국 각지의 야생동물구조센터와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다”며 구조센터에서 올무에 걸리는 등 영구 장애를 입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개체들을 인계받아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번식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27일에는 국내에 수백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인 낭비둘기 32마리가 전남 구례에 방사됐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비행 훈련과 현지 환경적응 단계를 거치는 ‘연방사’(Soft Release) 방식이다. 다가오는 7~8월에는 정성껏 인공증식으로 키워낸 금개구리 250마리가 경남 합천의 습지로 방사될 예정이다.

“자연의 이치에 먹힐지라도 살아남기를 기원”

수의사와 사육사의 피땀으로 키워낸이 동물들의 야생 생존율은 냉정하게도 20~40%에 불과하다. 실제로 2015년 방사한 멸종위기종 삵 7마리 중 살아남은 것은 단 2마리뿐이었지만, 이 한 쌍이 성공적으로 야생 무리를 이룬 사례도 있다. 단 한 쌍이라도 생태계에 정착한다는 희망이 있기에 방사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실장의 소회는 남다르다. “10마리 중 6마리가 포식당하는 생태계의 이치가 안타깝지만, 남은 생명이 거친 자연 속에서 무사히 번식해주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방사합니다. 멸종위기 복원에 0.1%라도 기여했다는 보람을 안고 방사할 때면 늘 속으로 생각합니다. ‘제발 무사히 잘 살아남아달라’고요.”

자연의 이치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치열한 생존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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