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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덕 대표가 참사랑사진관 스튜디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아, 내가 벌써 이렇게 늙을 줄 몰랐어. 주름도 많고 얼굴이 많이 상했네.”
사진관 한편에 마련된 거울 앞에 선 어르신이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주름을 만지는 손길에는 헛헛함이 묻어났다. 지난 14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 도봉구 참사랑사진관(도봉로 551)에서다. 도봉구는 2023년부터 지역 내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삶을 응원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장수사진 촬영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해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어르신 50명을 선정해 진행하는 이 뜻깊은 사업의 중심에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배상덕 참사랑사진관 대표가 있다. 그는 30년 동안 카메라 렌즈 너머로 수많은 사람의 다사다난한 인생을 기록해온 베테랑 사진가다.
배 대표가 현장에서 뷰파인더를 통해 마주하는 어르신들은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여덟 명이나 되지만 모두 생업을 이유로 멀리 떨어져 살아 늘 텅 빈 방에서 혼자 지낸다는 90대 할머니의 사연은 그에게도 먹먹함을 남겼다. 배 대표는 “부부가 함께 다정하게 손을 잡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 참 보기 좋은데 혼자 적적하게 살아가는 분도 많다”며 “제 손을 꼭 잡고 ‘꼭 내 아들 같네’라며 각별한 친근감을 표하시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해 사진관 방문이 곤란한 어르신들을 위해 무거운 조명과 카메라 장비를 바리바리 챙겨 들고 방문 촬영을 나서는 일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촬영 과정에서는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살려드리기 위한 세심한 손길과 마음이 더해진다. 곱고 단정한 한복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평상복 차림으로 온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촬영 후 디지털 편집 기술을 활용해 화면 속에서 정갈하고 기품 있는 한복 차림으로 감쪽같이 바꿔드린다. 헝클어진 머리 모양을 단정하게 매만져주고, 칙칙해진 피부 톤도 한결 화사하고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배 대표는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보정하는 것은 지양하면서도 어르신 본인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고유의 모습에 가까워지게 끌어내는 것이 사진 기술”이라며 “완성된 사진을 받아 든 어르신들이 ‘너무 잘 나왔다’며 환하게 웃으실 때 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흔히 ‘장수사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장례식에 사용할 ‘영정사진’을 떠올리며 거부감을 갖기 쉽다. 하지만 배 대표가 사진에 담고자 하는 의미는 결코 죽음을 향해 있지 않다. 그는 “살다보면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할 때도 있고, 요양원에 들어가며 신분 확인용으로 필요한 순간 등 사진이 쓰일 일이 의외로 많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주저하는 어르신들에게 “오늘이 어르신 인생에서 남은 날 중 가장 젊고 아름다운 날이니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모습을 남기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진심을 다해 설득한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치매가 심해져 스스로를 잃어버리면 소용없듯 온전히 자신의 기억이 살아 숨 쉬고 건강할 때 ‘최고의 인생 샷’을 남겨두는 것이 진정한 장수사진의 가치라는 것이다.
얼굴의 미묘한 변화가 곧 그 사람이 걸어온 개인의 생생한 역사라는 생각에 그는 자기 모습을 40대 중반부터 매년 빼놓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스무 장이 훌쩍 넘은 제 사진들을 가끔 꺼내 보면, ‘그때보다 지금 표정이 더 좋아졌구나, 이땐 참 힘든 시기였지’ 하고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사진을 통해 과거의 나를 마주하면 당시의 고생과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나는데, 그 묵직한 경험은 단순히 거울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성찰의 깊이를 준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그의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더 큰 울타리로 확장된다. 그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의 이름이 다름 아닌 ‘참사랑사진관’인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스튜디오 벽면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가족사진들을 바라보며 그는 “과거에는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대가족이 부대끼며 사는 집이 흔했지만, 지금은 다들 파편처럼 흩어져 살아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점점 옅어지고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거실 한가운데 걸린 화목한 가족사진 한 장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리 가족’을 인식하게 돕는 정서적 뿌리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지침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먼저 떠난 배우자 사진과 본인 사진을 가져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숨 쉬고 있을 때 사진 한 장 남겨두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절실한 일인지 새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일본에서 아날로그 사진을 전공한 뒤 디지털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을 온몸으로 겪으며 지금까지 업을 이어왔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비약적인 발전과 보급으로 일부에서는 동네 사진관을 사양 업종이라 부르지만, 그는 가족의 혼이 담긴 ‘작품성 있는 기록’에 대한 본질적인 수요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최근에는 그가 평생의 꿈으로 삼은 ‘가장 화목한 가족사진을 찍는 따뜻한 공간’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사진관 운영과 더불어 동대문 인근에서 ‘모참찌’라는 수제 과일 모찌 사업을 새롭게 병행하는 등 치열한 생존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삶의 고단함과 급변하는 세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진관의 조명을 밝히는 배상덕 대표. 그는 오늘도 카메라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거울 앞에서 주름을 헤아리던 어르신을 향해 따뜻한 주문을 건넨다. “오늘이 어르신 인생에서 가장 눈부시고 젊은 날입니다. 카메라 보시고 가장 환하게 웃어보세요!”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스무 장이 훌쩍 넘은 제 사진들을 가끔 꺼내 보면, ‘그때보다 지금 표정이 더 좋아졌구나, 이땐 참 힘든 시기였지’ 하고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사진을 통해 과거의 나를 마주하면 당시의 고생과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나는데, 그 묵직한 경험은 단순히 거울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성찰의 깊이를 준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그의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더 큰 울타리로 확장된다. 그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의 이름이 다름 아닌 ‘참사랑사진관’인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스튜디오 벽면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가족사진들을 바라보며 그는 “과거에는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대가족이 부대끼며 사는 집이 흔했지만, 지금은 다들 파편처럼 흩어져 살아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점점 옅어지고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거실 한가운데 걸린 화목한 가족사진 한 장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리 가족’을 인식하게 돕는 정서적 뿌리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지침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먼저 떠난 배우자 사진과 본인 사진을 가져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숨 쉬고 있을 때 사진 한 장 남겨두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절실한 일인지 새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일본에서 아날로그 사진을 전공한 뒤 디지털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을 온몸으로 겪으며 지금까지 업을 이어왔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비약적인 발전과 보급으로 일부에서는 동네 사진관을 사양 업종이라 부르지만, 그는 가족의 혼이 담긴 ‘작품성 있는 기록’에 대한 본질적인 수요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최근에는 그가 평생의 꿈으로 삼은 ‘가장 화목한 가족사진을 찍는 따뜻한 공간’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사진관 운영과 더불어 동대문 인근에서 ‘모참찌’라는 수제 과일 모찌 사업을 새롭게 병행하는 등 치열한 생존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삶의 고단함과 급변하는 세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진관의 조명을 밝히는 배상덕 대표. 그는 오늘도 카메라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거울 앞에서 주름을 헤아리던 어르신을 향해 따뜻한 주문을 건넨다. “오늘이 어르신 인생에서 가장 눈부시고 젊은 날입니다. 카메라 보시고 가장 환하게 웃어보세요!”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