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서울&과 인터뷰하는 루카스 초코스 주한 그리스대사. 성북구 제공
그리스어로 그리스 신화 직접 낭독
숲속 책읽기 행사 무척 신선한 경험
“외교는 정부-기업-국민 영역 걸쳐”
“국민 간 교류 확대 직항 개설 노력” 지난달 26일 서울 월곡 오동근린공원 물빛정원의 녹음 사이로 낯선 나라의 언어가 들려왔다. 성북구가 25~27일 사흘간 개최한 글로벌 문화교류 행사 ‘책이 있어 가장 행복한 숲’ 프로그램의 하나로 무대에 오른 루카스 초코스 주한 그리스대사가 그리스어로 신화 그림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대사의 생생한 목소리는 한국어로 순차 통역되며 숲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고대 신화의 세계를 직접 마주하는 신선한 경험을 안겼다. 행사 뒤인 29일 서울&은 초코스 대사를 만나 숲속 책읽기 현장에서 느낀 감상과 한국의 지자체 행정, 그리고 양국 간 교류에 대한 생생한 의견을 들었다. 숲에서 배운 연대의 미덕과 독서의 가치 행사 당일을 위해 초코스 대사는 수많은 신화 중에서 자연이라는 무대에 어울리는 세 가지 이야기를 골랐다. 시작은 ‘숲과 관련된 고대 그리스의 두 신’에 대한 신비로운 일화였다. 이어 인생의 기로에 선 청년 헤라클레스의 선택을 통해 보편적 미덕의 가치를 전했다. 초코스 대사는 “화려하고 쉬운 길 대신 어렵더라도 도덕적으로 올바른 길을 택한 헤라클레스의 결단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이야기는 지구를 떠받치는 거인을 도와준 헤라클레스의 여정이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도 혼자서는 중요한 과업을 성취할 수 없으며, 우리는 서로 돕고 협력해야 한다는 연대의 메시지가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초코스 대사는 오동 숲속 도서관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각별히 높게 평가했다. “내가 자란 1970년대 그리스에서는 책 읽어주는 활동이 흔하지 않아 개인적인 독서나 학교 교육 위주였다”고 회상한 뒤 그는 현대 사회의 급격한 독서 부족 현상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화면과 컴퓨터에 집중하는 시대여서 아이들에게 독서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내 아이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매우 노력 중”이라며 “책을 읽지 않으면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고, 감성적인 수준에서도 인간으로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K-행정의 효율성, 문화적 공감으로 이어지다 자연 속 문화 행사를 뒷받침하는 한국 지자체의 행정력에 대해서도 초코스 대사는 찬사를 보냈다. 그가 꼽은 한국 행정의 세 가지 주요 특징은 훌륭한 조직력, 인력의 전문성, 그리고 기술을 일상생활에 매끄럽게 통합하는 능력이다. 이를 통해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 중심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초코스 대사는 이번 행사 준비 과정에서 경험한 성북 구립 도서관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 곳에서 빌린 책을 다른 도서관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는 유연한 네트워크가 인상적이었다”며 “그리스에서 지자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데려와 어떻게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호평했다. 그리스 내에 불고 있는 K-컬처 열풍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일화를 곁들였다. “지난해 아테네 외곽 자택 근처 동네 약국에 들러 약사와 한국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약사가 ‘아내가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서 내가 보고 싶은 채널을 못 보게 한다’며 귀여운 고충을 토로했다”며 웃음 지었다. 이어 “곁에 있던 다른 여성 손님 두 명도 대화에 끼어들어 자신들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보태더라”며 그리스 내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소개했다. 국민 간 ‘직접 경험’ 잇는 하늘길을 꿈꾸다 초코스 대사는 한국 어린이들의 각별한 그리스 신화 사랑에도 깊은 감사를 표하며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리스 서적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고고학자와 일반인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번역된 베스트셀러다. 대사는 “신화 만화책으로 시작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탄탄한 고대 역사의 지식과 세계사의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코스 대사는 국가 간 관계를 정부, 비즈니스, 그리고 국민 등 영역으로 꼽았다. 그는 “외교에서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양국 국민이 서로 마주하는 영역”이라며, 세 요소가 동일한 비중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진정한 파트너십이 완성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대사가 정의하는 국민 간 교류의 핵심은 ‘직접적인 경험’이다. 책이나 화면을 통해 얻는 간접 지식을 넘어, 상대국에 발을 들이고 그 나라의 공기와 문화를 호흡하는 과정이 국가 간 신뢰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 중심 외교’ 판단에 따라 그는 ‘서울-아테네 직항 노선 개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직항 노선을 단순한 교통 인프라의 확충을 넘어 양국 국민을 최단 거리로 잇는 ‘심리적 거리의 단축’으로 해석했다. 그는 “현재 직항의 부재는 국민 간 교류를 가로막는 실질적인 장벽”이라며 “항공편이 연결되면 매년 그리스를 찾는 5만~8만 명의 한국인이 비약적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는 곧 양국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그리스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숲속 책읽기 행사 무척 신선한 경험
“외교는 정부-기업-국민 영역 걸쳐”
“국민 간 교류 확대 직항 개설 노력” 지난달 26일 서울 월곡 오동근린공원 물빛정원의 녹음 사이로 낯선 나라의 언어가 들려왔다. 성북구가 25~27일 사흘간 개최한 글로벌 문화교류 행사 ‘책이 있어 가장 행복한 숲’ 프로그램의 하나로 무대에 오른 루카스 초코스 주한 그리스대사가 그리스어로 신화 그림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대사의 생생한 목소리는 한국어로 순차 통역되며 숲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고대 신화의 세계를 직접 마주하는 신선한 경험을 안겼다. 행사 뒤인 29일 서울&은 초코스 대사를 만나 숲속 책읽기 현장에서 느낀 감상과 한국의 지자체 행정, 그리고 양국 간 교류에 대한 생생한 의견을 들었다. 숲에서 배운 연대의 미덕과 독서의 가치 행사 당일을 위해 초코스 대사는 수많은 신화 중에서 자연이라는 무대에 어울리는 세 가지 이야기를 골랐다. 시작은 ‘숲과 관련된 고대 그리스의 두 신’에 대한 신비로운 일화였다. 이어 인생의 기로에 선 청년 헤라클레스의 선택을 통해 보편적 미덕의 가치를 전했다. 초코스 대사는 “화려하고 쉬운 길 대신 어렵더라도 도덕적으로 올바른 길을 택한 헤라클레스의 결단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이야기는 지구를 떠받치는 거인을 도와준 헤라클레스의 여정이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도 혼자서는 중요한 과업을 성취할 수 없으며, 우리는 서로 돕고 협력해야 한다는 연대의 메시지가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초코스 대사는 오동 숲속 도서관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각별히 높게 평가했다. “내가 자란 1970년대 그리스에서는 책 읽어주는 활동이 흔하지 않아 개인적인 독서나 학교 교육 위주였다”고 회상한 뒤 그는 현대 사회의 급격한 독서 부족 현상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화면과 컴퓨터에 집중하는 시대여서 아이들에게 독서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내 아이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매우 노력 중”이라며 “책을 읽지 않으면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고, 감성적인 수준에서도 인간으로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K-행정의 효율성, 문화적 공감으로 이어지다 자연 속 문화 행사를 뒷받침하는 한국 지자체의 행정력에 대해서도 초코스 대사는 찬사를 보냈다. 그가 꼽은 한국 행정의 세 가지 주요 특징은 훌륭한 조직력, 인력의 전문성, 그리고 기술을 일상생활에 매끄럽게 통합하는 능력이다. 이를 통해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 중심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초코스 대사는 이번 행사 준비 과정에서 경험한 성북 구립 도서관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 곳에서 빌린 책을 다른 도서관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는 유연한 네트워크가 인상적이었다”며 “그리스에서 지자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데려와 어떻게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호평했다. 그리스 내에 불고 있는 K-컬처 열풍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일화를 곁들였다. “지난해 아테네 외곽 자택 근처 동네 약국에 들러 약사와 한국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약사가 ‘아내가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서 내가 보고 싶은 채널을 못 보게 한다’며 귀여운 고충을 토로했다”며 웃음 지었다. 이어 “곁에 있던 다른 여성 손님 두 명도 대화에 끼어들어 자신들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보태더라”며 그리스 내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소개했다. 국민 간 ‘직접 경험’ 잇는 하늘길을 꿈꾸다 초코스 대사는 한국 어린이들의 각별한 그리스 신화 사랑에도 깊은 감사를 표하며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리스 서적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고고학자와 일반인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번역된 베스트셀러다. 대사는 “신화 만화책으로 시작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탄탄한 고대 역사의 지식과 세계사의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코스 대사는 국가 간 관계를 정부, 비즈니스, 그리고 국민 등 영역으로 꼽았다. 그는 “외교에서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양국 국민이 서로 마주하는 영역”이라며, 세 요소가 동일한 비중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진정한 파트너십이 완성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대사가 정의하는 국민 간 교류의 핵심은 ‘직접적인 경험’이다. 책이나 화면을 통해 얻는 간접 지식을 넘어, 상대국에 발을 들이고 그 나라의 공기와 문화를 호흡하는 과정이 국가 간 신뢰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 중심 외교’ 판단에 따라 그는 ‘서울-아테네 직항 노선 개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직항 노선을 단순한 교통 인프라의 확충을 넘어 양국 국민을 최단 거리로 잇는 ‘심리적 거리의 단축’으로 해석했다. 그는 “현재 직항의 부재는 국민 간 교류를 가로막는 실질적인 장벽”이라며 “항공편이 연결되면 매년 그리스를 찾는 5만~8만 명의 한국인이 비약적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는 곧 양국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그리스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