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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대신 AI 탑재 앱으로…‘양천형 한방 돌봄’ 시작”

사람& ‘Y 한방주치의’ 사업 최동일 양천구한의사회 회장

등록 : 2026-04-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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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일 양천구한의사회 회장이 진료실에서 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전국 최초 AI 매칭 방문진료 앱 개발
4월 시작되는 ‘스마트 통합돌봄' 주목

양천구(구청장 이기재)가 거동이 불편해 병원 방문이 어려운 어르신과 취약계층을 위해 한의사가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는 ‘Y 한방주치의 사업'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65살 이상 어르신과 장애인 등 약 100명에게 9개월간 한의사와 간호 인력이 방문진료를 제공한다. 사업을 위해 구청과 양천구한의사회는 지난 3일 업무협약을 맺고 1인당 연간 최대 50만원의 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양천구만의 특화사업인 점을 고려해 ‘Y’를 사업 이름 앞에 붙였다. 양천한의사회 소속 약 160개 한의원 중 42개 한의원이 한방주치의 사업에 힘을 합칠 예정이다.

이번 사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국 최초로 개발된 ‘전용 방문진료 앱'을 통한 스마트 복지 모델 도입이다. 이에 재작년부터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준비해온 최동일 양천구한의사회 회장(신곡경희한의원 원장)을 지난 7일 만나 진솔한 뒷이야기를 들었다.

2004년부터 골목길 누비던 청년 한의사

최 회장이 처음 개원한 2004년 신월동은 아파트가 들어선 지금과 달리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동네였다. 그런 만큼 고령 환자가 많았고 더러 몸이 아파 거동조차 힘든 환자도 있었다. 다급한 전화를 받을 때면 그는 짬을 내어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직접 방문진료를 나섰다.


“당시엔 방문진료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던 시절이라 환자는 개인 부담으로 진료비 전액을 내야 했는데, 3만~5만원도 내기 어려운 형편인 분이 많았죠. 가까운 곳이라도 걸어서 오가고 진료까지 마치면 꼬박 1시간 이상이 걸리곤 했습니다.”

개원의 입장에서 환자 한 명에게 1시간을 온전히 쏟는 것은 금전적으로 매력적인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재개발로 인한 이주가 본격 시작되던 2013년 즈음까지 필요한 경우 방문진료를 계속했다. “방문진료에 진심인 분이 많은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이 남더군요.” 조금만 더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필요한 환자에게 제대로 된 의료가 닿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싹튼 환자들을 향한 마음이 결국 훗날 지자체의 문을 두드리게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2026년부터 통합돌봄이 전국적으로 시작되면서 예산 지원을 받아 특화 사업으로 한방주치의 사업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서류 작업과 진료차트 등 부담’ 앱으로 정면 돌파

취지가 좋은 한방주치의 사업이지만 일선 의료인의 참여율이 저조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진입 장벽은 ‘서류 업무'와 환자와 의료인의 매칭 과정 그리고 진료차트 등 진료 이외의 번거로움이다. 양천구한의사회는 이런 문제를 구의 제안으로 ‘전용 인공지능(AI) 앱 개발'이라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는 공공의료 분야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다.

이 방문진료 앱의 탄생 뒤에는 양천구한의사회 주지영 부회장의 재능 기부가 있었다. 주 부회장은 본인의 한의원 관리를 위한 앱을 직접 만들어 쓸 정도로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높았다. 한의사회와 구청이 협의한 방문주치의 업무 절차에 따라 주 부회장이 나서 절차대로 작동되도록 AI까지 접목해 시스템의 뼈대를 완성했다. 최 회장은 “주 부회장에게 앱 개발비는커녕 밥 한 끼도 못 샀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앱 기능은 의료인들이 직접 만든 만큼 현장 수요를 정확하게 반영했다. 구청 사회복지사가 돌봄 환자의 거동, 의사소통 상태 등을 지표 점수화한 자료를 토대로, 연동되는 AI가 환자의 거주지와 한의원의 거리, 평소 다니는 한의원, 한의사별 배정 환자 수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의 주치의를 매칭한다. 한의사들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문 이동 동선까지 짜주는 기능도 고려됐다.

앱은 AI 음성 차트 기능도 갖췄다. 한의사가 환자 곁에서 스마트폰 앱을 켜놓고 대화를 나누며 진료하면, AI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한의학 진료 차트에 맞도록 핵심 내용을 알아서 요약해준다. 최 회장은 “이런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 의료인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예산 소진 현황 등 필요한 상황을 구청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침술 넘어 거동 불편한 환자의 ‘욕창' 관리까지

‘Y 한방주치의' 사업은 기존 한방 방문진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랜 기간 누워 지내는 와상 환자의 치명적 고통인 ‘욕창' 관리까지 영역을 넓혔다. 최 회장은 “면적이 넓지 않고 얕은 욕창은 침이나 약침 등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훌륭한 회복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양방 방문진료 의사들과 적극적인 협진 체계를 구축하는 미래 모델도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거시적 관점에서 이 사업의 중요성을 짚었다. “고령 환자는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3개월 동안 평생 쓰는 전체 생애 진료비의 40% 정도를 집중적으로 지출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환자 대부분은 낯선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평생 살아온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결국 한방주치의 사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어르신들이 살던 집에서 최대한 건강하고 존엄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를 단순한 구호로 끝내지 않기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의료인은 돈을 버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전용 앱을 통해 환자의 통증 지수가 실제로 얼마나 감소했고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로 만들 예정입니다.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겠죠.”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예산 투입 대비 치료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돼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는 것이다.

4월부터 양천구의 좁은 골목을 누비며 방문진료를 하게 될 42명의 ‘Y 한방주치의'의 발걸음이 대한민국 초고령 사회의 의료보험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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