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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31일 아침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도 특별기획전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그리고 세잔’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다.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일만큼 어렵고 위험하며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제6장에서 기존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질서와 제도를 만드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설명했다.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누리던 유력자, 귀족, 부자들을 적으로 만들게 되는 반면, 새 질서에서 이익을 얻게 될 사람들에게는 빨리 손에 잡히는 결과를 주기 어렵기 때문에 미온적인 지지밖에 얻지 못해 개혁자는 항상 고립되고 위험에 처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새로움’, 즉 변화와 혁신은 선악 또는 당위의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친위 권력을 기반으로 한 실행의 문제였다.
4층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움은 결핍과 불안의 결과물이다. 사람 사는 곳의 모든 영역이 그렇다. 서양 근대미술의 서막을 연 ‘인상주의’의 등장도 그랬다. 미술사적 취향 변화가 아니라 기존 미술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인상파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집단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기득권 미술 체계(살롱전)를 깨려 한 최초의 집단적 실험이었다. 당시 주류 미술계는 프랑스 관립 미술학교와 살롱전을 중심으로 고전주의와 신고전주의를 중심으로 전통적 주제와 기법만을 고집하고 엄격한 심사 기준과 규범을 유지하며 진보적 화가들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주류 편입 여부가 화가의 생존을 결정했다. 주류 미술계에게 스케치 없이 대충 그린 것 같은, 야외에서 즉흥적으로 담아낸 경박한 그림은 회화의 전통을 훼손한 조잡한 미완성품에 지나지 않았다.
4층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은 오랫동안 팔리지도 않았다. 후원자도 없었다. 대중은 익숙한 그림을 원했고 수집가는 살롱의 권위를 신뢰했다. 언론도 대부분 조롱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살롱전에서 계속 탈락한 이들은 연대해 1874년 첫 인상주의 미술전인 ‘무명예술가협회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서 인상주의의 상징인 모네의 ‘인상, 해돋이’가 선보였다. 이후 일곱 차례의 전시회가 더 열렸지만 시대를 앞서간 작품들은 그 후로 오랫동안 세간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
4층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노원구(구청장 오승록)가 지난 연말 내놓은 특별기획전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그리고 세잔’이 연일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등에서도 인상주의 관련 전시가 열리고 있지만 모네의 대표작 ‘수련’을 전시한 건 이곳이 유일하다. 전시회에서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세잔, 폴 고갱, 피사로 등 인상파 거장 11인의 대표작 원화 21점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 자치구가 최초로 주최한 서양미술 거장의 진품을 만나는 귀한 자리라 그런지 사전(얼리버드) 티켓 예매 건수가 4만여 장에 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화제다. 한 주민은 댓글로 “동네에서 아이와 유모차 산책 중에 ‘뉴욕의 거장들’ 전시를 찾았다”고 했고, 다른 이는 쇼츠 영상을 만들어 “노원문화예술회관이 뜬금없이 관람객 6만 명이 찾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는데 2천억원짜리 미술품을 전시하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노원구에서는 재미를 느꼈는지 전 재산을 투입한 듯한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클로드 모네를 시작으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반 고흐의 작품들까지 거장의 작품들을 모은 전시회를 약 5개월간 진행한다고 하는데 이게 가능하다고?”라며 신기해했다. 이 영상 조회 수는 70만 회를 넘겼다.
전시회 관람 전 관객들이 노원아트뮤지엄 5층 영상관에서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있다.
노원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노원아트뮤지엄(노원문화예술회관 4층)에서 펼쳐지고 있다. 3개의 전시실로 구성했는데, 1전시실은 물에 비친 빛과 반영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화실을 떠나 밖으로 나와 빛을 영접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세잔의 ‘강가의 시골 저택’, 하삼의 ‘여름 햇살’을 감상할 수 있다. 2전시실에선 도시 풍경과 자연, 인물을 소재로 고흐의 ‘밀밭의 양귀비’, 모네의 ‘지베르니의 젊은 여인들, 햇빛 효과’, 피사로의 ‘튈르리 정원, 오후, 햇살’을, 3전시실에선 인물과 정물을 주제로 르누아르의 ‘꽃장식 모자를 쓴 여인’과 고갱의 ‘정물’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시관은 미디어전시실을 따로 둬 청각과 시각으로 인상주의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크기는 작지만 관람객들을 위한 포토존, 아이들을 위한 스탬프 놀이 공간, 기념품을 파는 아트숍과 아담한 차담 공간은 여느 전시관과 다르지 않다.
이번 전시가 쉽게 성사된 건 아니다. 전시를 추진해온 이은림 노원문화재단 공연전시부 과장은 “오랜 시간 작품을 소장한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에 전시회 개최 의지를 밝히고 설득해왔다. 처음에는 노원구가 어디에 있냐, 진품 전시 능력이 있냐는 등 의구심을 내보였으나 끈질긴 설득 끝에 지난해 1월 약 2천억원 가치의 잭슨 폴록의 작품 ‘수평적 구도’를 보내줘 ‘뉴욕의 거장들’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신뢰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등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노원문화예술회관을 찾아와 곳곳을 살펴봤다. 작품 변형과 훼손 우려는 없는지, 항온·항습시설 구축과 내부 공간 구조, 도난방지 시스템, 수장고, 작품 손상 방지 조명 시스템 등도 꼼꼼하게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노원문화재단 공연전시부 김성곤 부장과 이은림 과장이 포토존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잇단 거장전 유치로 명실상부한 힐링·문화도시 구현”
“노원은 축제와 예술 풍성”
“사는 곳에서 누리는 문화” 김성곤 노원문화재단 공연전시부 부장은 “노원아트뮤지엄은 노원문화예술회관 4층을 2024년 리모델링해 수준 높은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며 “주민들이 전시 관람을 위해 서울 중심지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고 사는 곳에서 쉽게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미술관 건립이 필요했으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새로운 미술관 건립보다 기존 시설을 개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공간 연구를 거쳐 전시실을 조성하고 학예사도 채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31일까지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6시다. 매주 월요일과 설 당일(2월17일)은 휴관한다. 관람객 이해를 돕기 위한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슨트 해설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 진행되며 전시장 혼잡을 고려해 별도 예약 없이 노원문화예술회관 5층 영상관에서 운영된다. 영하 10도의 최강 한파가 밀어닥친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아침에도 주민 100여 명이 개관 시간 전부터 전시관을 찾았고 이날 하루에만 1200여 명이 다녀갔다. 노원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운영한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전이 관람객 6만3천명(일평균 396명)을 모은 데 이어 8월부터 10월까지 박수근·이중섭·천경자 등 한국미술사 대표작을 전시한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전은 1만7천 명(일평균 388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이번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은 지난달 31일 기준 이미 관람객 1만 명을 넘어섰으며 일평균 관람객도 1074명으로 앞선 두 전시회를 껑충 넘어섰다. 노원구가 지난해 7월 말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실시한 정책 평가 여론조사에서 구민들은 구정 기본방향에 대해 88.4%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구 관계자는 ‘미래도시 및 교통도시 분야의 장기 과제 정상 추진’과 ‘힐링도시와 문화도시 분야의 생활 밀착형 정책’의 효과를 구민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구 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집단일수록, 구가 주최한 문화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집단일수록,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높았다. 구의 문화사업에 관한 질문에서는 주민 10명 중 8명이 ‘문화행사가 삶의 질과 소속감, 자부심을 높인다’고 답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불암산 철쭉제, 공릉숲길 커피축제, 수제맥주축제 등으로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보유한 노원구에 세계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까지 마련됐다”며 “문화예술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주민들의 호응과 참여가 이어지는 만큼 ‘문화도시 노원’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자평했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사는 곳에서 누리는 문화” 김성곤 노원문화재단 공연전시부 부장은 “노원아트뮤지엄은 노원문화예술회관 4층을 2024년 리모델링해 수준 높은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며 “주민들이 전시 관람을 위해 서울 중심지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고 사는 곳에서 쉽게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미술관 건립이 필요했으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새로운 미술관 건립보다 기존 시설을 개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공간 연구를 거쳐 전시실을 조성하고 학예사도 채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31일까지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6시다. 매주 월요일과 설 당일(2월17일)은 휴관한다. 관람객 이해를 돕기 위한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슨트 해설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 진행되며 전시장 혼잡을 고려해 별도 예약 없이 노원문화예술회관 5층 영상관에서 운영된다. 영하 10도의 최강 한파가 밀어닥친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아침에도 주민 100여 명이 개관 시간 전부터 전시관을 찾았고 이날 하루에만 1200여 명이 다녀갔다. 노원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운영한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전이 관람객 6만3천명(일평균 396명)을 모은 데 이어 8월부터 10월까지 박수근·이중섭·천경자 등 한국미술사 대표작을 전시한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전은 1만7천 명(일평균 388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이번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은 지난달 31일 기준 이미 관람객 1만 명을 넘어섰으며 일평균 관람객도 1074명으로 앞선 두 전시회를 껑충 넘어섰다. 노원구가 지난해 7월 말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실시한 정책 평가 여론조사에서 구민들은 구정 기본방향에 대해 88.4%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구 관계자는 ‘미래도시 및 교통도시 분야의 장기 과제 정상 추진’과 ‘힐링도시와 문화도시 분야의 생활 밀착형 정책’의 효과를 구민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구 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집단일수록, 구가 주최한 문화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집단일수록,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높았다. 구의 문화사업에 관한 질문에서는 주민 10명 중 8명이 ‘문화행사가 삶의 질과 소속감, 자부심을 높인다’고 답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불암산 철쭉제, 공릉숲길 커피축제, 수제맥주축제 등으로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보유한 노원구에 세계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까지 마련됐다”며 “문화예술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주민들의 호응과 참여가 이어지는 만큼 ‘문화도시 노원’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자평했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