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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약 타는 곳에서 친절한 건강 파트너로

김정엽 기자의 동작구보건소 건강관리센터 이용기

등록 : 2017-04-06 16:24 수정 : 2017-04-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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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건강관리센터는 진료실과 대사증후군관리센터, 금연클리닉 등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건강관리센터 체험에 나선 김정엽 기자가 금연을 결심하며 일산화탄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동네 보건소가 변하고 있다. ‘공짜’ 약을 받아가는 곳 정도로 인식했던 공간이 모두를 위한 건강 파트너로 거듭나고 있다.

2015년 서울시 ‘보건소 건강관리센터’ 시범구로 지정된 동작구는 지난해 8월 기존 낡은 시설의 보건소를 개조해 원스톱 주민 맞춤형 건강관리센터를 마련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이용객 동선을 고려한 공간 배치와 북카페까지, 대형병원 검진센터 못지않다.

변화는 시설만이 아니다. 동작구보건소 건강관리센터 정미연 팀장은 “예전에는 진료비와 약제비가 저렴하니까 보건소에 ‘공짜’ 약을 받으러 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하지만 건강관리센터가 들어선 후로는 단순 약 처방보다 운동, 영양 상담을 통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 관리하는 측면이 강해졌다”며 보건소의 달라진 위상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건강관리센터’는 강동·동작·강북·성동·은평구 등 5곳에 설치돼 있다. 올해 안으로 금천·관악·성북구 등 7곳이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건강 파트너, 건강관리센터를 <서울&> 취재팀의 김정엽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았다.

“복용 중인 약이 있나요?”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먹고 있습니다.”

“현재 흡연 중이시네요? 하루에 어느 정도 피우세요?”

“하루 세 갑 정도….”


김정엽 기자의 건강 상태는 검진의 첫 시작인 기초 설문에서 나타나듯 총체적 난국이었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김 기자는 대사증후군 관리와 금연클리닉 등 건강관리센터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한 최적의 모델이기도 했다. 기초 설문과 신체 계측, 혈압·혈액·체성분 검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건강관리센터 전담 의사의 상담을 받았다.

“몸무게가 제일 문제네요. 몸무게를 줄이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줄어들 거예요. 지금보다 15㎏은 빼야 표준 몸무게입니다. 한 번에 빼려 하지 말고 6개월간 몸무게의 5%를 줄여야 해요. 그리고 콜레스테롤 중 고밀도지단백질(HDL) 수치가 낮아요. 에이치디엘은 중성지방이나 저밀도지단백질(LDL)과 달리 높을수록 좋습니다. 에이치디엘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운동밖에 없어요.”

김 기자의 진료 상담을 맡은 한강원 건강관리 의사는 몸무게와 혈중 지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약 대신 운동을 처방했다. 그는 “만성질환자 중에는 증상이 좋아지려면 뭘 먹어야 하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만성질환은 약만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김 기자가 작성한 기초 설문 내용을 살펴보던 의사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게 나왔다며 추가 질문을 통해 우울증 정도를 파악했다. “혹시 나중에라도 증세가 심해지면 보건소 내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상담을 받아보세요. 금연 의지가 있다고 하셨으니, 금연클리닉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공복혈당, 복부 둘레 등의 측정 결과를 토대로 전담 의사, 운동처방사, 영양사가 개별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건강 계획을 처방한다.
전담 의사와 상담이 끝난 뒤에는 운동처방사와 영양사의 상담이 이어졌다. 운동처방사는 말 그대로 개별 건강 상태에 적합한 운동을 처방하는 전문가다. 김미영 운동처방사는 “아무리 좋은 운동도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미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운동법을 일러주고,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일단 시작이라도 할 수 있게 격려하고 있다”며 운동처방사의 일을 소개했다. 그는 전혀 운동하지 않는다는 김 기자에게는 “혈압이 높은 사람은 운동 후 혈압과 맥박수가 더 올라갈 수 있다. 그러니 혈압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고,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운동 앞뒤로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김 운동처방사는 직업상 바쁘게 생활해야 하는 김 기자의 일상생활을 고려해 계단 이용, 스트레칭 등 일상에서 틈틈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권했다.

영양 상담까지 끝나자 오늘의 검진 결과지가 나왔다. 김 기자의 ‘복부 비만’과 ‘흡연’이 건강 신호등에 빨간불을 켰다. 서둘러 보건소 2층에 자리한 금연클리닉으로 향했다. 사실 김 기자가 금연클리닉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른 지역 금연클리닉에서 금연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번번이 담배의 유혹에 무너졌다. 김 기자의 금연 실패담을 안타깝게 듣던 김정숙 금연상담사는 “약이 습관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금단 증상은 줄어들겠지만 담배를 손에 쥐고 입에 무는 습관은 본인 스스로가 노력해 없애야 한다”며 물 마시기, 양치질, 손 지압 등의 행동요법을 제시했다.

“그동안 여러 번 금연 상담을 해봤는데 약이나 패치만 줄 뿐 이렇게 구체적으로 행동요법을 알려준 곳은 없었다”는 김 기자의 말에 금연상담사는 “그러니까 보건소가 좋은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게다가 1시간 반에 걸친 종합검진은 모두 무료였다.

글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사진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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