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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줄이기 선도구 노원, 공동체 복원에 기대

자살과의 전쟁 효과 높던 노원구, 자살률 정체 조짐

등록 : 2016-12-08 13:57 수정 : 2016-12-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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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는 지난해 노원성당과 함께 상계동 삼락교회에서 생명존중과 자살 예방 공감대 조성을 위해 ‘생명존중음악회’를 열었다. 노원구 제공
2009년 29.3명, 2011년 24.1명, 2013년 24.0명, 2015년 25.5명.

서울 노원구의 지난 7년간 자살자 수 추이다. 자살률을 낮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자치구이지만, 뭔가 ‘정체 상태'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사회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지역사회 모델로 할 수 있는 수준이 그 정도인 것 같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생명존중위원회 등 구성, 지역사회가 나서

2010년 취임한 김 구청장은 ‘자살과의 전쟁'이라 일러도 될 만큼 자살률 낮추기에 힘을 쏟았다. 노원구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자살자가 생겨 연간 사망자가 180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노원구는 2009년에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자살률 7위, 자살자 수 1위였다. 하지만 구청이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았다. 자살을 개인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워낙 강했던 탓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노원구는 서울시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하 기초수급자)를 비롯해 기초연금 수급자, 홀로 사는 어르신, 장애인 등이 밀집한 주거지역이다. 구는 경제적 양극화 확대 등 사회문제에서 비롯된 빈곤과 고독을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개선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2010년 보건소 안에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존중팀'을 신설하고, 같은 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치구 차원의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효율적으로 자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원경찰서, 노원소방서, 상계백병원, 을지병원, 원자력병원 등 21개 기관과 3대 종교단체와 ‘자살예방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생명존중위원회를 구성했다. 구민 전체 자살 취약계층 자살 고위험군 등 3단계로 나눠 구민들의 마음건강을 관리한다. 혼자 사는 어르신과 실직자, 기초수급자, 아동·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대해선 이웃사랑봉사단을 통해 자살 위험군을 미리 발견하고, 복지·보건·의료 분야와 연계했다.

2011년 65살 이상의 혼자 사는 어르신과 기초수급자들에게 마음건강 평가를 했다. 우울증과 스트레스, 자살 경향성을 알아보는 검사로, 생명지킴이로 활동하는 통장들이 전수조사했다. 검사 결과를 반영해 신경을 써야 할 대상자를 관심군과 주의군으로 분류했다. 우울증 증세가 있는 관심군은 이웃사랑봉사단에서 전화 상담과 방문으로 꾸준히 관계를 유지한다. 자살 경향을 보이는 주의군은 이웃사랑봉사단 가운데 전문 교육을 받은 심리상담 요원이 밀착해 관리하고 있다. 노원구에는 현재 1400여 명이 이웃사랑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8명은 심리상담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노원구는 2009년 180명이었던 자살자 수를 2011년 145명으로 줄이며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기초수급자와 장애인, 노년층 등 자살 위험이 큰 계층이 많은 자치구라서 의미도 컸다. 그렇지만 그 이후 노원구는 ‘벽'을 느끼고 있다. 계속해 줄어들 것 같았던 자살자 수는 2012년에 150명으로 조금 늘었다.


공동체 복원에 집중, 온 마을이 지킴이로

노구는 생명존중 사업에 관심 있는 주민에게 이웃사랑봉사단 양성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1400여 명이 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원구 제공
경찰서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해보니, 70살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이 낮아지지 않고 높아진 게 주된 원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암 등 불치병이 있는 이들이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구청장은 “사회적 약자층의 자살을 막으려면 의료보장성을 강화해 병원비 부담을 줄이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치구가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동체성의 강화 또한 필요하다고 김 구청장은 지적한다. 그는 “복지가 잘돼 있는 북유럽보다 오히려 남유럽의 자살률이 더 낮다. 가톨릭 공동체가 발달해 있어서다. 보편적 복지와 마을공동체 복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노원구가 이웃이 서로 알고 지내자는 ‘안녕하세요'로 첫걸음을 시작해 여섯 번째 걸음인 ‘노원아 놀자! 운동하자'로까지 공동체 복원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다. 자살 예방사업에서 복지와 예산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주변을 살펴 소외당하는 이웃이 생기지 않도록 온 마을이 나서야만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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