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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건물이 한옥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

도서관·동 주민센터·어린이집 등 공공 건물 한옥 건축 붐

등록 : 2016-06-30 13:58 수정 : 2016-06-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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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자락길에 자리한 청운문학도서관은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한옥으로, 방문하는 이들로 하여금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 종로구 윤동주문학관과 사직동 주민센터 사이의 인왕산 자락 2.7㎞ 구간을 ‘인왕산 자락길’이라고 한다. 윤동주문학관에서 시작해 200m 정도 이 길을 걷다 보면 왼쪽 아래편에 멋진 한옥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인왕산의 품에 안겨 한눈에도 호젓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인왕산과 어울려 건물이 한 폭의 그림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구가 2014년 11월 문을 연 ‘작은도서관’이다. 청운시민아파트 자리가 공원으로 바뀐 뒤 방치된 관리사무소를 시와 소설, 수필 등 문학 책을 모아놓은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인왕산의 자연환경과 어울릴 수 있도록 전통 건축양식인 한옥을 택했다.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수제 기와를 도서관 지붕에 얹었고, 돈의문뉴타운에서 철거한 한옥 기와 3000여 장도 담장에 활용했다. 한옥의 아름다움이 빼어나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15년 대한민국 한옥 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이곳을 찾은 문태원(38·서대문구) 씨는 “한옥인데다 인왕산과 잘 어울려 마음이 편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좋다. 일반 도서관보다 북적거림이 덜해 가끔 들른다”고 말했다.  

청운문학도서관을 찾은 시민이 지하 1층 열람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도서관 1층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지하 1층에는 70석 규모의 열람실과 카페가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주중에는 100명, 주말에는 150명가량의 시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한다. 한옥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청운문학도서관처럼 한옥의 옷을 입은 서울의 공공시설이 늘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의 차갑고 획일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편안하게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도서관과 주민센터, 어린이집, 주민 문화공간 등 영역도 다양하다.  


한옥 공공시설로는 도서관이 많다. 한옥의 차분함이 사색이나 독서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2011년 개관한 구로구 개봉1동의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어린이도서관으로 눈길을 끌었다. 책을 읽는 곳뿐 아니라 한옥과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간 등도 갖추고 있다.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도담도담 한옥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특화한 곳이다. 전체 도서의 20%가량이 전통문화와 관련된 어린이 책이다. ‘도담도담’이라는 특색 있는 이름도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 ‘여럿이 모두 야무지고 탐스럽다’ 등의 뜻을 담고 있는 순우리말에서 따왔다.  종로구 혜화동 주민센터는 동네에서 ‘한옥집’으로 통한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주민들에게 주민센터가 있는 곳을 물으니 스스럼없이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에 있는 한옥집”이라고 답한다. 주민센터는 ‘ㄷ’자 모양의 한옥과 4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연결된 형태다. 통합민원실로 쓰이는 한옥은 마당에 오래된 향나무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한옥 기둥에는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안중근 의사의 글귀 등이 쓰인 주련들이 걸려 있다.

한옥 어린이집 피부질환에도 좋아  

이 한옥은 원래 한국 최초의 여의사인 한소제(1899~1997) 씨의 소유였으나, 종로구가 사들여 200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옥 동주민센터로 선을 보였다. 그 뒤 한 차례 손을 대 2012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주민센터의 강정일 주무관은 “한옥이어서인지 주민들이 신기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곳이 주민센터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분들도 많았다”고 전한다. 성북구 돈암동 흥천어린이집은 흥천사에서 터를 공짜로 내놓아 만든 한옥어린이집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이곳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어린이들에게 좋은 어린이집으로 이름이 높다. 종로구 부암동의 무계원은 고즈넉한 풍광 속에서 전통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세운 한옥 문화공간이다. 무계원은 종로구 익선동에서 ‘요정정치’의 대명사였던 음식점 오진암의 대문과 안채 지붕의 기와 등을 그대로 옮겨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오진암이 매각돼 철거 위기에 놓이자 종로구가 부암동으로 옮길 것을 제안해 2011년 성사시켰고, 3년여의 공사를 거쳐 무계원으로 재탄생했다.  

현대식 건물과 한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혜화동 주민센터.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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