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커피박, ‘친환경 염원’ 담아 가구로 변신

커피 찌꺼기 재활용 사업 확대해 자원순환 모델 만들어가는 성동구

등록 : 2022-06-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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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는 2020년부터 민관 협력으로 커피 찌꺼기 재활용 사업에 나선 뒤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 4월부터 확대 운영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재자원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다. 커피박 재자원화 기술을 가진 소셜벤처 포이엔의 김강 재활용팀 매니저와 직원이 성수동 사무실에서 커피박 플라스틱 패널로 테이블을 조립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전문 기업 등과 민관 협력으로 추진

화분·상패·쟁반 등 생활용품도 제작

6개월 시범사업, 참여 커피점 2배로

“구의 앞선 ESG 행정에 자부심 느끼길”

“커피박의 짙은 색상과 각진 검은색의 철제프레임이 고급스러워 보이죠.”

5월30일 성동구 성수동 ‘포이엔’ 사무실에서 김강 재활용팀 매니저가 커피박 플라스틱 의자를 보여주며 말했다.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커피박 플라스틱 조립식 패널로 만들었다. 패널 뒷면엔 ‘성동형 커피 찌꺼기 재활용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친환경 제품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포이엔은 커피박을 재자원화하는 기술로 친환경 퇴비부터 바이오 플라스틱, 조명을 밝히는 미생물 배터리, 고형연료 등을 개발하는 소셜 벤처다. 커피박을 20% 정도 섞어 만든 플라스틱으로 화분, 상패, 핸드폰 거치대, 명함꽂이, 펜 트레이, 쟁반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만든다. 2020년부터 성동구와 손잡고 재활용상품을 개발해왔고, 현재 성동구청 1층 책마루에 전시할 의자와 테이블을 기획하고 있다.


커피박을 이용한 펠릿과 조립 패널.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커피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다. 커피를 만들고 나면 원두의 99.8%가 찌꺼기, 커피박이 된다. 한 해 15만t(2019년 기준) 이상 버려져 생활폐기물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 땅에 묻거나 태운다. 소각땐 이산화탄소를, 매립 땐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34배에 이를 정도로 크다.

지난 3월 환경부는 커피박을 퇴비, 플라스틱 제품, 건축자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순환자원으로 분류했다. 일반차량으로 커피박을 수거·운반할 수 있게 하고 재활용 관련 절차도 간소화했다.

성동구는 환경부보다 한 걸음 앞서 2020년부터 커피 찌꺼기 재활용 사업에 나섰다. 관련 사회적협동조합(자원과순환), 소셜벤처(포이엔), 일반기업(현대오일뱅크, 쏘카 등)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민관 협력 방식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하고, 올해 4월부터는 확대 운영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2025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 종료와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단순히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재자원화하기 위한 선제 노력이기도 하다”고 했다.

시범사업 동안 참여 커피 전문점이 80곳에서 150여 곳으로 거의 두 배가 늘었다. 처음에 점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종량제 봉투를 절약할 수 있어 좋다’는 이가 있지만, ‘좁은 공간에 커피 찌꺼기를 따로 분리해 모아두는 게 번거롭다’는 이도 있었다.

구는 재활용의 의미를 알리며 가입 방법을 구글폼, 정보무늬(QR코드) 활용 등으로 간소화했다. 커피박 재활용으로 만든 작은 화분과 친환경 업체 인증 액자 등의 인센티브도 줬다. 10 수거통 200개도 제작·배부해 참여업체의 불편을 덜어줬다. 김진웅 성동구 청소행정과 자원순환팀 주무관은 “참여업체가 늘면서 속도가 붙어 현재는 200곳 정도”라며 “전체 500여 곳 가운데 더 많은 커피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수거한 커피박의 90%는 퇴비로 재활용됐다. 커피박 1㎏당 수거비용은 170원, 퇴비로 100원 정도 환수된다. 커피박을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때 드는 매립·소각 비용을 고려해야만 수지가 맞는다.

구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모델이 되기위해서는 경제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커피박 재활용을 위한 이전의 여러 시도가 경제성을 이유로 지속하지 못했던 점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줬다. 최봉운 성동구 자원순환팀장은 “커피박의 자원가치가 크다고 보고 혁신기술을 접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재활용품의 공공구매로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했다.

커피박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구는 커피박 재활용품이 상품성과 경제성을 갖출 수 있게 포이엔과 가격·디자인 등에 대해 꾸준히 협의해오고 있다. 7월쯤 구청 1층 책마루에 의자 40개와 테이블 20개를 주민 편의시설로 비치할 예정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주민들이 커피박 재활용품을 이용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구의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위한 이에스지(ESG) 행정에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청소행정과는 노후 시설을 커피박 재활용 제품인 원형 테이블 2개와 의자 10개로 바꿨고 협약식 기념패, 현판, 펜 트레이도 쓰고 있다.

지속가능한 커피박 자원순환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경제성 있는 고부가가치 재활용품을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다. 수거량을 늘리고 처리할 대형 시설을 갖춰야 한다.

최 팀장은 “더 많은 커피 전문점과 주민들이 수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참여 커피전문점 수가 늘어나면 수거단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포이엔의 김강 매니저는 “대형 처리시설을 마련해 대량 생산이 이뤄져 경제성을 갖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커피박을 100% 재활용하며 재활용품 생산과정도 친환경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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