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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리대를 만드는 자원봉사자들. 강서구 곳곳에서 천 재단과 재봉, 비누를 만드는 손길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우와, 예쁘다! 감사합니다.”
지난 14일 강서구 경서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회색 파우치(사진)를 하나씩 나눠 받은 여학생들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파우치에는 천생리대 두 장과 팬티라이너, 이엠(EM, 유용 미생물) 비누와 사용 설명서가 담겨 있었다.
신기해하는 여학생들에게 천생리대 사용법을 설명하던 마을활동가 오현아(40) 씨는 “여러분이 받은 생리대는 매우 특별한 생리대”라며 짧은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화면에는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천을 자르고, 재봉틀로 박음질하는 등 천생리대 만드는 모습이 영화처럼 흘러갔다. 영상이 끝날 무렵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처럼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화면을 채우자 오씨가 설명했다. “천생리대와 파우치, 비누는 마을 어른들이 여러분을 위해 직접 만든 겁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이름들이 함께 참여해 주신 분들이에요.”
‘강서 건강한 나눔 생리대’의 시작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깔창 생리대’ 사연에 가슴 아파하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일을 모색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일회용 생리대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에게 건강과 환경 보호를 위한 천생리대를 지원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황순연(45) 누리마음연구소장은 “주민참여예산에 공모해서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공모 서류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예산 확보부터 제작, 배포까지 우리끼리 해 보기로 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원칙이 정해지자 필요한 비용 모금과 생리대를 만들 봉사자 모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주 만에 목표했던 모금액 150만 원이 채워졌다. 황 소장은 “태권도 하시는 동네 할머니들이 대회에 나가서 탄 상금을 모두 쾌척하기도 했다.
과거 생리대 없는 불편을 겪었던 할머니들이 지역 아이들을 손녀처럼 여기고 모금에 동참한 것”이라고 전했다. 모금을 담당한 김주혁(44) 강서마을이랑 단장은 “20여 개의 지역단체, 150여 명 주민이 힘을 보태 모두 330만 원이 모였다”고 주민들의 참여 열기를 설명했다.
과거 생리대 없는 불편을 겪었던 할머니들이 지역 아이들을 손녀처럼 여기고 모금에 동참한 것”이라고 전했다. 모금을 담당한 김주혁(44) 강서마을이랑 단장은 “20여 개의 지역단체, 150여 명 주민이 힘을 보태 모두 330만 원이 모였다”고 주민들의 참여 열기를 설명했다.
강서 건강 나눔 천생리대
모금은 시작에 불과했다. 원단 사는 것부터 제품 디자인, 제작과 배포 문제까지 생각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천생리대를 만드는 일만 해도 방수 원단과 속 원단 재단부터 박음질, 단추 처리 등 복잡한 단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강서구 곳곳에 있는 마을사랑방과 커뮤니티 공간에서 재단과 재봉, 비누를 만드는 손길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김 단장은 “2주 동안 쉴 새 없이 1000장의 천생리대를 만들었는데,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종훈(50) 씨는 “남자라서 모임 첫날에는 ‘생리’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도 낯설고 꺼려졌는데, 일이 바쁘다 보니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지금은 아주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한 땀 한 땀 새겨진 ‘건강한 나눔 생리대’는 1차 제작을 마치고, 경서중학교 여학생들에게 200세트가 전달됐다. 황순연 소장은 “이 행사가 일회로 그치지 않도록 마을 행사나 축제와 연대해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사진 김주혁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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