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택배로 폭증 아이스팩’ 모아 다시 써요”

자치구 8곳,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 다양하게 추진

등록 : 2021-04-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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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수거함 설치 장소 늘려나가고

종량제봉투 교환행사로 참여 독려

위생처리 문제, 일자리 사업과 연계

재활용 장터에서 자원순환 체험도


긍정적인 면 많지만 지속성은 고민

“아이스팩 생산·사용 업체 적극 나서야”

지난해 5월 강동구청 열린뜰에서 진행된 ‘열린뜰 재활용 플리마켓’을 찾은 아이들이 아이스팩을 재활용해 아로마 방향제를 만드는 체험을 했다. 전국에서 첫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시작한 강동구는 자원순환 교육에 아이스팩을 활용하고 있다.


집집마다 쌓여가는 아이스팩이 골칫거리다. 택배가 늘면서 지난 한 해 아이스팩 사용량이 3억 개를 넘었다고 한다. 아이스팩 80%가량은 고흡수성 수지를 넣어 만든 것(젤 형태)이다. 싸고 효과도 좋지만 재활용되지 않는다.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7월 환경부는 친환경 소재의 아이스팩 생산과 재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원활하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크기, 배출 방법 등 표시사항 규격을 표준화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조사에 배포했다. 내년부터는 고흡수성 수지아이스팩엔 폐기물 부담금을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의 자치구들도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2018년 강동구를 시작으로 서초·송파·성동·영등포·마포구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동작·구로구에서도 사업을 추진한다.

자치구들이 추진하는 재사용 사업은 전용수거함을 설치해 젤 형태의 아이스팩을 모으는 방식이 가장 많다. 세척과 소독 등 위생처리 뒤 지역의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에게 나눠준다. 전용 수거함은 대부분 동 주민센터와 구청에 두고 있다. 공동주택에 설치하는 자치구도 있다.

서초구는 지난해 동 주민센터와 양재·내곡지구 아파트단지에 69대를 설치했다. 주민과 상인 반응이 좋아 올해는 전면 확대에 나섰다. 이달부터 아파트단지 280곳에 추가로 설치하고, 전담 인력과 차량을 배치해 주1회 순회 수거한다.

공유경제 플랫폼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영등포구는 ‘탁트인 나눔상자’를 17개 동에 설치했다.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나눔상자에 넣으면 해당 물건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주민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는 지난해 탁트인 나눔상자 안에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을 만들었다. 또한 ‘아이스팩 나눔 제작소’를 지역자원순환센터에 만들어 수거와 위생처리, 배송을 하고 있다. 재사용 아이스팩을 지역자활센터의 결식아동 도시락 배달 등 복지사업에도 활용한다.

마포구는 종량제봉투 교환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아이스팩 5개를 동 주민센터에 가져가면 담당 직원이 10ℓ짜리 종량제 봉투 1장을 준다. 아이스팩 수거는 지난해 성산1동 주민센터에서 3개월 동안 시범사업으로 진행했고, 올해는 전체 동으로 확대해 연말까지 한다. 종량제봉투 교환행사는 동마다 400장 한도로 한다. 황인화 마포구 재활용과 주무관은 “월 4천~5천 개 예상했는데 30~40% 이상 더 많이 수거될 정도로 주민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마포구의 한 주민이 동 주민센터에서 아이스팩을 내고 종량제봉투를 받고 있다.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과 연계하는 구도 있다. 구로·마포·성동구는 지역자활센터에, 동작구는 어르신일자리주식회사에 수거한 아이스팩의 위생처리를 맡긴다. 특히 동작구는 서울시의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한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지역의 기업과 협약을 맺어 시작했다. 협약 기간이 끝난 뒤엔 구가 운영을 이어간다. 송파구는 2019년 롯데슈퍼와 협약을 맺어, 전용 수거함에 모인 아이스팩을 롯데슈퍼가 주 1~2회 회수해 신선식품 배송에 재사용했다. 3월 협약 기간이 끝나 이달부터 구가 직접 운영한다. 동주민센터 직원들과 기간제 근로자가 수거하고, 외부 전문업체가 위생 처리한 뒤 가락시장에 보낸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시작한 강동구는 아이스팩을 환경 교육에도 활용하고 있다. 지역 환경시민단체 ‘환경오너시민모임’과 함께 재활용 장터 등을 열어 자원순환 교육을 한다. 지난해엔 일상에서 자원을 재활용하도록 돕는 ‘찾아가는 자원순환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린이, 학생, 주민 등 1천여 명이 참여해 아이스팩을 이용한 ‘나만의 방향제’, 모기 퇴치 방향제 등을 만드는 체험을 했다.

모기 퇴치 방향제는 유리병에 아이스팩 내용물과 물감을 넣고 벌레 퇴치에 효능이 있는 오일을 추가해 만든다. 교육 참여자들이 만든 모기 퇴치 방향제 400여 개는 취약계층 어르신 등에게 전해졌다. 나상기 강동구 재활용팀장은 “올해는 매달 재활용 장터를 열어 자원순환 체험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자치구의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며, 취약계층 일자리와 소상공인 지원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이스팩 사용이 급격하게 늘면서 처리 비용 부담은 커졌지만 마땅히 재사용할 수요처는 충분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크기, 디자인 등을 표준화해서 제조하고, 사용업체가 회수해 재사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아이스팩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동작구 어르신일자리주식회사의 어르신들이 수거해 온 아이스팩을 깨끗이 씻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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