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나이 들수록 커지는 즐거움, 그것은 봉사!

양천구 ‘즐거운전래놀이터봉사단’, 관악구 ‘소나무 봉사단’ 등 시니어 봉사 활동 활발

등록 : 2016-07-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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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즐거운 전래놀이터’에서는 전문 교육을 이수한 봉사자들과 실뜨기 같은 전래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실뜨기 할 친구 여기 모여라!”  

양천구 신정3동 꽃사슴 놀이터, 뜨거운 햇살 아래 뛰어놀던 아이들이 나무 그늘 아래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처음 실뜨기를 배우는 아이들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 옆으로는 근처 경로당에서 마실 나온 할머니들이 기억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손가락을 움직인다. 양천구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즐거운 전래놀이터’ 풍경이다.  

양천구자원봉사센터의 시니어 봉사단체 ‘즐거운전래놀이터봉사단’은 ‘전래놀이 보급 강사 과정’을 마친 50~60대 봉사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지난해까지는 지역아동센터나 어린이집에 찾아가 전래놀이를 선보였으나 올 3월부터는 마을 놀이터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찾아가는 즐거운 전래놀이터는 매주 화·수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만날 수 있다. 화요일에는 목4동 정목 어린이공원놀이터, 수요일에는 신정3동 꽃사슴 놀이터에서 열린다. 마실 삼아 놀이터에 나온 어르신부터 엄마 손잡고 나온 아이들까지, 투호놀이·고무줄놀이·굴렁쇠·비석치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로 세대를 아우른다.  20개월 된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허선복(72) 할머니는 “어릴 때 많이 했던 놀이”라며 손자에게 비석치기를 설명했다. 주마다 오다 보니 ‘단골손님’도 생겼다. 7살 딸아이와 함께 온 곽지은(36) 씨는 “아이가 지난주 여기서 실뜨기를 배웠는데 좋아해서 또 왔다. 저도 같이 전래놀이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백정애(56) 씨는 “아이들이 우리 전통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놀다 보니 제가 더 즐겁다. 매주 오다 보니 빵, 떡볶이 같은 간식거리를 챙겨놓고 기다리는 엄마들도 있다”며 흐뭇해했다.  

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 조원도서관 제공

관악문화관도서관의 시니어 봉사동아리 ‘소나무봉사단’도 최근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봉사 영역을 넓혔다. 2011년 결성된 소나무봉사단은 조원도서관 등 관악 지역 내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며 활발한 봉사활동을 해 왔다.  

소나무봉사단을 이끄는 안상순(70) 할머니는 “전 아이들이 정말 좋아요.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내가 70살인지 4, 5살인지 잊을 정도로 너무 신나요”라며 웃는다. ‘내 손주 생기면 책이라도 읽어 줘야지’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구연 동화 덕에 안 할머니가 가는 어린이집, 도서관마다 예쁜 손주들이 반긴다고.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소나무봉사단이 올 5월부터는 다문화 가정에 방문해 동화를 읽어 주기 시작했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엄마의 한국어 능력에 따라 언어 발달이 천차만별이다. 가끔 한국어가 서툰 탓에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이에 관악구 조원도서관에서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언어능력 향상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할머니가 읽어 주는 동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결혼이민자가 많이 사는 조원동을 대상으로 소나무봉사단 소속 어르신 7명이 7가구의 다문화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조원도서관 진훈정 사서는 “할머니들이 찾아가면 친근해서 그런지 엄마와 아이들의 거부감이 덜하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엄마들은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하고, 아이들도 할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한다.  

참여 대상은 3살부터 7살까지 모두 미취학 아동이다. 한창 호기심이 많고 통제가 어려워 힘에 부치지는 않을까. 안 할머니는 고개를 젓는다. “아이들이니까 당연히 집중 시간이 짧다. 그러니까 항상 눈을 보며 아이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색칠놀이나 비눗방울도 준비해 아이들이 지루해할 때 놀아 준다. 원래 더운 7, 8월에는 가정방문을 쉬려고 했는데, 아이가 눈에 밟혀 짬을 내 다녀와야겠다”며 환히 웃었다.

글·사진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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