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전거에 생명 불어넣은 ‘바이크 어벤져스’

성수공고 에코바이크과 6명과 성수 지역잡지 <매거진 오>의 자전거 새활용 프로젝트

등록 : 2016-07-07 15:25 수정 : 2016-07-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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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성수공업고등학교 학생 셋이 자전거 정비 실습실에서 두 달 동안 자신들이 새로 만든 자전거 곁에 서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지난 6월25일 오전 9시30분. 성수공업고등학교 뚝섬로에서 뚝도시장 앞 성수이로에 이르는 길에 101대의 자전거가 차들이 사라진 거리를 가득 메웠다. 생활자전거 문화 확산과 자전거 안전준수 생활화를 위한 캠페인성 행진을 하려는 것이다. 성수동 도시재생 주민공모 사업 중 하나인 이번 행진은 성수공업고등학교 에코바이크과 학생들과 성수 지역잡지 <매거진 오>가 함께했다. ‘성수동자전거데이’를 줄여 ‘성자데이’란 이름을 붙인 캠페인의 참가자들은 성수공업고등학교에서 한강나들목을 지나 언더스탠드애비뉴에 이르는 6㎞의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기념품으로 참가자 모두에게 나눠 준 파란색 티셔츠가 화창한 날씨와 어우러졌다. 서울숲 인근 전시 공간인 ‘언더스탠드애비뉴’에 도착한 뒤에는 리폼 자전거를 파는 경매 행사도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9만 원을 주고 자전거 한 대를 낙찰받았다.

 

 할아버지에게 맞춘 세상에 한 대뿐인 자전거

 자전거 경매 행사에 나온 리폼 자전거는 성수공고의 에코바이크학과 학생들 작품이다. 자전거 리폼 프로젝트는 <매거진 오>의 김희정(48) 편집장이 시작했다. <매거진 오>는 성수동 곳곳의 이야기를 발굴해 전하는 지역잡지이다. 김희정 편집장이 국내 유일한 자전거학과인 에코바이크과가 성수공고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로 연락을 했다. 과의 담임을 맡은 한영욱(42) 선생님이 흔쾌히 허락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정빈, 태균, 대산, 현석, 건희, 영주 이 여섯 학생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5년 9월의 일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성수공고 학생들은 꾸밈이 없다. “친구들 반응이요? ‘우와’ 이런 건 없었어요. 낡은 부품들로 만들어서 녹슨 부분도 있고 안 예쁘기도 해서요”라고 정빈 군이 말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보면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영주 군이 만든 자전거의 프레임은 얼룩무늬다. 필요한 부품을 골라 쓴 탓에 앞바퀴와 뒷바퀴 색도 다르다. 이런 디자인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빈티지한 멋이 난다. 영주 군의 자전거가 특별한 까닭은 한 가지가 더 있다. 오래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들었기에 안장 높이나 핸들 위치 등을 할아버지의 골격에 맞춘 것이다.

 자전거를 새활용하는 과정은 말처럼 간단치가 않았다. 한 선생님은 “워낙 착하고 성실한 친구들이어서 가능했다”고 아이들을 치켜세운다. 폐품은 옥수 지역의 무료 자전거 대여소에 방치되어 있던 자전거들에서 구했다. 쓸 만한 것들은 이미 보관소 차원에서 수리해 대여해 주고 있기 때문에 구해 온 부품들의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태균 군은 처음 자전거들을 봤을 때 ‘이거 너무 고물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학교로 가져와 부품들을 분해하고, 프레임에 사포질을 하고 색칠도 했다.

 현석 군은 진지한 얼굴로 “하면서 많이 늙은 것 같아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프로젝트를 해내느라 학생들은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야 했다. 그래도 학생들의 출석률은 100%였다. 6명 모두 빠지는 일 없이 나와 두 달 만에 자전거 새활용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방학 중에 일산의 자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건희 군은 더 일찍 나와 프로젝트를 마치고 부랴부랴 돌아가느라 바쁜 겨울을 보냈다.


 에코바이크과 전용 도장실 곧 설치

 짧다면 짧은 두 달간의 프로젝트는 긴 여운을 남겼다.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어 ‘성자데이’ 행사 기획도 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자전거가 다닐 노선을 정하기 위해 통행량을 조사하는 일도 성수공고 학생들이 맡았다. 이번에는 에코바이크과 전 학년 75명을 대상으로 모집했는데, 30명 가까이가 지원했다. 대산 군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성수공고는 에코바이크과 학생들을 위해 도장실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동차과뿐 아니라 에코바이크과 친구들도 도장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 편집장은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촬영한 메이킹필름과 자전거를 ‘언더스탠드애비뉴’에 전시할 계획이다. 전시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려고 ‘다음’의 스토리펀딩도 준비하고 있다. 여섯 학생들로 꾸린 ‘바이크 어벤져스’의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서 만날 수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서울숲을 중심으로 한 성수동 일대는 주민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반면에 자전거 도로와 관련한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성동구에서는 성수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생활 기반 자전거 시설 확충, 한강·중랑천 자전거 전용도로 연결, 간선 자전거도로 신설 등 자전거 이용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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