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산업용 고가 장비와 공간 무료 대여

서울시, 용산구 나진상가에 디지털 대장간 마련, 3D 프린터 등 누구나 이용 가능

등록 : 2016-07-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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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나무,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가공할 수 있는 장비와 공간을 갖춘 ‘디지털 대장간’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준열 씨가 금속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개미집, 고양이 밥그릇, 코스프레 옷, 책상….

소재도 용도도 제각각인 이런 물건들을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 용산구 나진상가 지하 1층에 있는 ‘디지털 대장간’이 그곳이다. 재료만 준비해 가면 레이저커팅기, 목재절단기, 용접기 등 산업용 전문 장비와 공간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서울에 용접할 수 있는 곳을 찾다 알게 됐어요. 웬만한 장비는 다 있네요.” 지난 5일 프리랜서 디자이너 김준열(28) 씨가 디지털 대장간 용접실에서 금속 재료를 잇는 작업 중이었다. 주문 받은 책장과 테이블을 만들려면 용접 장비가 필요한데, 비싸게는 수천만 원까지 하는 장비를 개인이 사는 것은 부담스럽다. 1인 작업을 주로 하는 김씨에게 장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대장간은 반드시 필요한 공간인 셈이다.

지난달 16일 문을 연 디지털 대장간은 용산구 나진상가 지하 1층에 있다. 장비 구매 등 행정, 재정 지원은 서울시가 하고 운영은 스타트업 기업 N15가 맡고 있다. 장소는 나진산업이 무료로 제공했다. 총 416㎡(약127평) 공간에는 레이저커팅기, CNC(컴퓨터 제어 수치) 조각기, 공업용 제봉틀 등 제작에 자주 쓰이는 기계가 있는 주장비실과 목재를 자를 수 있는 목공실, 비철금속과 철금속을 모두 결합할 수 있는 용접실, 금속을 자르고 다듬는 금속가공실이 있다.

디지털 대장간은 서울 시민이 아니라도 사전 예약만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단,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기본 수칙에 유의해야 한다. 샌들이나 반바지를 입고 작업할 수 없으며, 미성년자는 한 명당 보호자 한 명이 함께해야 이용할 수 있다. 또 각 장비를 사용하기 전 2시간 기본 교육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데, 장비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도 예외 없다.

서울시는 디지털 대장간의 활성화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있으나 이를 구현할 장비가 없는 예비 창업가가 시제품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고, 1인 작업가가 비용 부담 없이 작품을 만들도록 도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또 직접 만드는 디아이와이(DIY) 문화를 확산시켜 시민 각각의 창의성 계발도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대장간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이용자가 많아야 하루 2~3명에 불과하고 아예 한 팀도 없을 때가 있다고 한다.

디지털 대장간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N15 장현민(28) 매니저는 “나무, 천, 플라스틱 등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뭐든 가져와 만들 수 있다. 가능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아이디어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디지털 대장간 이용을 원하는 시민은 온라인(www.digital-blacksmithshop.com)이나 오프라인(전화 02-718-9966)으로 회원 가입 후 미리 장비와 시간을 예약하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9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쉰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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