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껏 나누는 마음의 대접, 친환경 음식

씨실날실 미리내운동의 효시 ‘문턱 없는 세상’

등록 : 2016-03-31 10:26 수정 : 2016-03-3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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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없는 밥집’은 출입문 손잡이를 삽 모양으로 만들어 밥상에 깃든 노동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있다.

종영 드라마 <시그널>에 자주 등장하는 식당이 있었다. 어린 박해영(이제훈 분)이 오므라이스를 먹기 위해 자주 찾았던 ‘껍데기집’이다. 해영이 껍데기집에서 오므라이스를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재한 형사(조진웅 분)가 주인아주머니에게 넉넉한 재료비를 미리 건네며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 미리 음식이나 음료값 등을 지불하는 기부 운동을 ‘미리내 운동’이라 부른다. 형편이 어려운 지역 주민을 도우려는 취지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맡겨놓은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에서 유래했다. 한국형 나눔 문화다.

 지난 3월25일 점심, 한국 미리내 운동의 효시로 손꼽히는 사회적 협동조합 ‘문턱 없는 세상’의 ‘문턱 없는 밥집’을 찾았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문턱 없는 밥집’은 2007년 5월 도시 빈민층도 싼값으로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설립됐다. 유기농 친환경 재료로 만든 음식을 ‘형편껏’ 내고 먹을 수 있는 밥집이다. 눈치 보지 않고 점심값을 낼 수 있도록 신발 벗는 입구에 모금통을 마련해놨다.

 손님들이 직접 사발그릇에 잡곡밥과 친환경 재료, 달걀부침을 담고, 강된장을 넣어 슥슥 비벼 먹는다. 시원한 된장국도 있다. 단, 먹을 만큼 먹되 음식을 남기지 않는 ‘빈그릇 운동’이라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밥상에 오른 소중한 생명체에 대한 예의와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이 그 취지다. 비빔밥을 먹었던 사발그릇에 숭늉을 부어 마시고, 무 조각으로 닦아내는 불가의 ‘발우공양’ 방식 그대로다.

 ‘문턱 없는 밥집’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가 시행하는 ‘친환경 농산물 우수식당’ 녹색 등급을 인증받았다. 주방의 세제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며, 친환경 재료뿐 아니라 화학조미료 및 첨가물이 든 양념류를 사용하지 않는 높은 등급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기농 비빔밥의 원가를 따지면 9천원 정도다. 손님들이 내는 밥값은 평균 4천원 정도다. 점심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해소하기 위해 저녁엔 건강한 집밥과 유기농 막걸리를 정상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문턱 없는 밥집’의 대표 살림꾼 고영란 이사는 “그 어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밥을 먹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야 한다. ‘문턱 없는 밥집’의 이름에 걸맞게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여력이 되는 분들은 제 가격을 내주시고, 그 수익금으로 하루 한 끼 먹기 어려운 분들이 와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형편껏’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턱 없는 밥집: 02-324-4190)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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