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행자 천국’의 출발점 새 광화문광장

기고ㅣ김기호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공학)

등록 : 2019-10-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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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과 주변 지역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이를 대변하여 다양한 소통과 참여 방식을 모색하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소통과 숙의의 시장이라는 그의 스타일답게 전폭적으로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더 나은 대안을 찾고 있다. 이제 때가 무르익은 것 같다. 시민, 전문가, 행정 그리고 정치가 함께 최적의 대안을 찾게 되었다. 지난 3년여 동안 광화문포럼으로 그리고 시민위원회로 활동해온 주체들이 좀 더 활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광화문광장 지역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이 지혜를 시민과 다양한 참여 주체들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이런 희망적인 움직임에 다음의 가치와 원칙을 상기하고 다짐하고 싶다.

먼저, 변화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보행 편의와 안전이다. 이는 인간적인 도시 서울의 기본요건이다. 광화문 앞 공간 전체가 보행 공간이 되는 것이 최선이다. 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다른 어떤 민원이나 정치적 요구도 이 원칙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핵심 주제를 잃게 될 것이다. 광장의 역사성 회복도 바로 이와 연결되어 있다. 보행 여건 개선을 위한 중요한 조처의 하나는 나뉜 궁궐과 도시(광화문광장 지역)를 잇는 것이다. 이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궁궐로 드나들며 일상 속에 역사를 느끼게 할 것이다. 역사(궁궐)와 도시(현대생활)가 하나로 통합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시민들은 우리 도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광장 북쪽에서 광화문-경복궁-백악마루-보현봉(북한산)-하늘로 연결되는 깊이 있고 아름다운 도시 경관미는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다. 광장 자체도 주변 건물과 함께 하나의 그룹으로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음으로 광화문광장으로 대표되는 역사 도심 전체에 대한 생각이 전제돼야 한다. 도심은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니다. 도심은 주차장이 아니다. 도심은 화이트칼라의 업무공장지대나 유흥 터가 아니다. 도심은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열린 곳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도심은 어린이들의 놀이터도 되고, 어르신들의 편안한 산책길도 되어야 한다. 장애인에게도 도심은 열려 있어야 한다. 도심은 도시사회가 소통하고 통합하는 곳이다. 그래서 도심은 걷고 앉기 편안하고 안전해야 한다. 이런 희망과 철학을 가지고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곳의 도시들은 오랫동안 도심을 보행자 천국으로 만들어왔다. 많은 시민이 이를 환영하고 있으며, 도심의 경제적 활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자, 우리는 어떤가? 마이카 시대 40년, 이제 우리도 차가 어떤 때 어디에서 도움이 되는지 또 어떤 불편과 문제를 만들어 내는지 알 만큼 알게 되었다. 이제 자동차를 때와 장소를 가려서 이용할 줄 아는 나이가 되고도 남았다. 그래도 계속 차를 끌고 가야 폼 나고 편하다는 생각은 다분히 이기적인 욕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보행자 천국은 혼자서는 제 일을 다 할 수 없다. 단짝이 하나 필요하다. 바로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서울은 그동안 지하철망 건설로 어디나 지하철역에서 1킬로미터 이내에 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왔으며, 이와 연계된 버스체계와 요금정책으로 합리적이고 편리한 버스 이용을 추구해왔다. 실제로 많은 내국인과 외국 관광객이 서울 대중교통체계를 칭찬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보행자 천국은 아직도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시청광장이나 청계천, 서울로7017이나 광화문광장이 만들어졌으나 미흡하다. 보행교통에 필수적인 체계와 연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점적이고 단발적인 개선으로는 보행이 연속되고 활성화하기에 부족하다. 그러기에 서울시는 역사 도심 전체를 녹색교통지구로 지정받아 보행과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형 도심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역사 도심 보행체계의 핵심에 바로 광화문광장 지역이 놓여 있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과 주변 지역의 역사성과 도시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보행자 천국은 언제 오려는가? 참 기다려진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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