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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기말고사를 앞둔 홍익대학교의 한 학생이 학생회관 앞에서 서울시 일자리 대장정 사업에 참여한 설치미술가 이효열씨의 꽃의자 작품을 보며 강의실로 가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홍익대학교 학생회관 앞 풀숲에 뜬금없이 1인용 흰색 나무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사람이 앉아야 할 이 의자에는 빨간 꽃들이 피어 있는데, 낯선 어울림에 눈길이 간다. 의자 옆에 놓인 푯말에는 투박한 손글씨로 이렇게 써 있다. ‘당신의 일자리에 꽃이 피는 그날까지 #서울시 일자리 대장정’ 의자를 놓은 사람은 설치미술가 이효열(30·아래 사진)씨다.
“일자리를 찾아보다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일자리 대장정 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같은 고민을 가진 청년으로서 시민들에게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씨는 올 3월부터 시작한 서울시 일자리 대장정 사업에 동참하고자 꽃이 핀 의자를 설치했다고 한다. 취업준비생이 오가는 대학교와 신림동,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성당 등 총 10곳에 하나씩, 10개의 다른 의자를 설치했다.
설치미술가로 활동 중이지만 예술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잇기 어려웠다. 이씨도 일자리를 찾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 대장정 사업이 더 와 닿았다고 했다. “무료 정장 대여나 증명사진 촬영, 일자리 매칭 서비스처럼 취업준비생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많더라고요. 서울시가 정책으로 구직자를 응원한다면, 저는 감성으로 그들을 보듬어 주고 싶었습니다.”
작품은 일자리의 ‘자리’를 의미하는, 일자리 대장정의 상징 ‘의자’를 이용했다. 비용은 우리은행이 전액 후원했다. 막연한 희망이나 뻔한 위로는 주고 싶지 않았단다. 그저 지금까지 잘해 왔다고, 당신의 일자리에 꽃이 필 날이 머지 않았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한다. 그래서 의자에 꽃을 심었다. 화려한 부케에 있을 법한 작약이나 장미 말고, 흔히 볼 수 있는 꽃을 심었다. “뜻밖의 만남이 더 기쁘잖아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위로를 받으면 그 메시지가 훨씬 깊게 전달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미술관이 아니라 길가에 작품을 둔 이유가 있었다.
꽃이 핀 의자는 시민들의 발을 멈추게 했다. 빼곡하게 꽃을 심어둔 의자 한켠에 분홍색 꽃 한송이가 꽂혀 있었다. “어느 시민이 꽂아둔 거 같아요.” 이씨의 메시지에 사람들이 답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어떤 시민은 이렇게 꽃을 꽂아 두고 가기도 하고, 물을 주고 가기도 한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멍하니 한참을 섰다 가는 사람도 있다.
이씨가 만든 꽃자리 일자리가 꼭 대기업 취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구직자에게 꼭 맞는 일자리를 말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꽃봉오리만 있는 꽃을 심었어요. 며칠이 지났는데 뿌리끼리 단단하게 엉키며 빨간 꽃을 피웠습니다.” 이것이 마치 함께 가는 ‘우리’처럼 보였다는 이씨.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카페 바리스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씨는 먹고살기 팍팍하지 않을 정도의 고정수입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 역시 일자리를 고민하는 청년이고, 잠을 쪼개가며 원하는 설치미술을 하고 있는 ‘동병상련’의 입장인 것이다. 취업 준비도 안 해 본 사람, 취업 걱정 없는 ‘금수저’가 건네는 막연한 ‘파이팅’이 아니라서 작품이 주는 잔잔한 울림은 더 큰지도 모른다. 서울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자리 대장정을 이어간다. 하나의 일자리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변화는 분명히 있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지원하고, 대학을 떠난 기졸업자 구직자가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늘렸다. 무료 정장 대여나 서울시 일자리 카페 개장처럼, 일자리 대장정 현장에서 청년들에게 들은 어려움을 하나씩 풀고 있다. 이씨가 의자 옆 푯말에 #(해시태그)를 붙여 ‘서울시 일자리 대장정’이라 쓴 것도 작품을 본 시민들이 서울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일자리 서비스를 검색해 이용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씨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 자리에는 꽃이 피었나요? “아니오. 봉오리가 활짝 피어나도록 노력하는 단계입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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