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O 한국사무소 유치의 의미

기고ㅣ이혜경 서울시 국제협력관

등록 : 2019-06-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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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3일 종로구에 있는 서울글로벌센터 빌딩은 온종일 새 식구를 맞느라 분주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한국 협력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다. 식량농업기구는 세계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1945년 10월 유엔에 최초로 설립된 상설 전문기구로, 농림·수산·식품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손꼽힌다.

사실 국제기구 하나를 유치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협력연락사무소라고는 하나 식량농업기구처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중량급 국제기구의 산하 조직을 데려오려면, 국가 간 조약을 맺는 수준의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식량농업기구의 경우 2013년부터 외교부와 면책특권, 예산 문제로 협의했던 것을 2018년에 와서야 대통령 재가 끝에 올해 3월 협정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 여기다 국내 어디에 사무소를 열지 그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여러 조건을 따져본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조율을 끝낸 뒤에야 비로소 최종 위치가 결정됐다. 이 작업을 하는 데 무려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식량농업기구가 서울행을 결정한 데는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정치·경제·문화 중심지로서의 이점을 누리고자 하는 것 이상의 이유가 있다. 식량농업기구가 자리잡은 서울글로벌센터 빌딩은 국제기구 전용 공간이다. 종각, 광화문, 시청, 을지로 입구 등 주요 지하철역 접근이 쉬울 뿐 아니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서울사무소,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서울사무국 등 주요 국제기구와 세계은행그룹(IFC, MIGA) 서울연락사무소 등 외국 기관들이 여럿 입주해 있어 집적 효과가 크다. 2014년에는 서울시가 제도의 틀도 마련했다. ‘서울특별시 국제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외국 도시와 교류, 국제기구의 유치·협력 등 주요 사항의 기준을 정립했다.

5월13일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식량농업기구(FAO) 한국 협력연락사무소 개소식에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이런 노력을 들여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경제적 효과가 크다. ‘굴뚝 없는 황금 산업’이라 하는 마이스(MICE)의 성장과 직결된다.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대규모 모임), 전시 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 & Event)의 앞글자를 딴 마이스는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유망 산업을 뜻한다. 일례로 서울시가 2014년 유치한 ‘세계변호사협회’(IBA)는 전 세계 유수 로펌과 법조인 6천여 명이 참석하는 연차총회를 오는 9월 서울에서 열 예정이다. 이 정도 규모의 행사가 많이 열릴수록 외국인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양질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또 정치·외교적 효과와 사회·문화적 효과도 상당하다. 국제기구가 있는 도시로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고, 국제기구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차원적 외교 채널이 확보된다. 남북한의 민감한 이슈에 관해 국제기구를 매개로 대화와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국제기구 소재지로서 외국인 유입이 느는 등 자연스럽게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교류 기회가 늘어나는 부수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스위스의 제네바는 국제기구 유치의 이점을 백분 활용하는 대표적인 도시다.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 산하 기구 7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주요 국제기구 14개가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제네바에 있는 국제기구의 연간 총지출은 54억 스위스프랑(약 6조4천억원)이며 이는 제네바 국내총생산(GDP)의 9.2%를 차지한다. 직접 고용 효과는 2만8천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에는 이미 37개의 주요 국제기구가 있는데, 이 가운데 19개가 서울시 지원 아래 서울시 소유 건물에 자리잡았다. 이들 국제기구는 인권, 지속가능 발전, 사회혁신, 기후변화 같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이슈를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지를 모으고 있다. 서울은 매력적인 도시다. 1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지만 안전하고 깨끗하다. 시민의 민주 의식은 성숙해 있고,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음악·영화 등 문화 영역의 발전도 눈부시다. 서울시는 끼와 매력이 넘치는 도시에 국제적 감각을 더하고자 한다. 국제기구 유치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 리더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서울시를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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