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은 ‘재사용 얼음팩’을 좋아해

강동구, 현대홈쇼핑·시민단체와 손잡고 ‘처치 곤란’ 얼음팩 수거 사업 벌여

등록 : 2019-04-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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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1일 민·관·기업 업무협약식

강동구, 주민센터에 전용함 설치

현대홈쇼핑, 월 마지막 수요일 수거

환경오너시민모임, 주민에게 홍보

2월7일 설 연휴가 끝난 뒤 강동구 암사2동주민센터에서 강동구 환경오너시민모임 회원들과 주민들이 얼음팩 재사용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강동구는 3월21일 지역에 본사가 있는 기업 ‘현대홈쇼핑’, 환경오너시민모임과 함께 업무협약을 맺어 얼음팩 재사용을 연중 캠페인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강동구 제공

“동주민센터에 가보니 얼음팩(아이스팩) 수거함이 있네요. 집에 처치 곤란인 얼음팩이 있는 분들, 동주민센터로 가세요.”

‘강동구엄마들모임’ 네이버 카페에 지난 2월 올라온 글이다. “얼음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정말 유용한 정보다”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최근 얼음팩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간편식과 신선식품 배송이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생산업계에 따르면 대략 한 해 2억 개 이상이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에 한두 개씩 받아, 언젠가 필요하겠지 하고 쌓아두다보면 냉동실은 물론이고 집안 공간을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버리려 하면 아깝기도 하고, 환경오염도 걱정이 돼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


얼음팩의 내용물은 99% 물과 1%의 플라스틱 물질(고흡수성 합성수지)이다. 얼음팩을 버리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르다. 재활용 수거업체가 비닐과 같이 가져가는 곳, 내용물과 겉면 비닐을 분리해 버리라는 곳, 종량제 봉투에 넣으라는 곳 등이 있다. 얼음팩의 내용물을 물에 흘려보내면, 하수구가 막히거나 바다로 흘러가 미세플라스틱이 될 수 있다. 내용물과 비닐 분리가 쉽지 않아 현재는 통째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가구가 많다. 최근 100% 물로 만든 친환경 얼음팩이 나오기도 하지만 성능 등의 문제로 확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은 재사용을 늘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강동구 청소행정과는 지난해 강동구에 본사를 둔 현대홈쇼핑의 친환경 캠페인 ‘북극곰은 얼음팩을 좋아해’를 눈여겨봤다. 이 캠페인에서는 매달 첫째 월요일 온라인 얼음팩 수거 신청(1인 20개)으로 선착순 4천 명을 받아 쇼핑 포인트를 준다. 수거한 얼음팩은 식품 협력업체 등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접수 두어 시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청소행정과 담당자들은 현대홈쇼핑 마케팅팀을 찾아가 지역 주민들에게 캠페인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지난 2월 설 연휴 뒤 동주민센터에 음식물 수거함을 활용해 시범사업을 했다. 박명대 강동구 청소환경과 팀장은 “이틀 동안 4천여 개의 얼음팩이 모일 정도로 관심이 높아 주민들이 지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고 했다.

강동구는 3월21일 현대홈쇼핑, 지역 환경시민단체 ‘강동구 환경오너시민모임’과 함께 환경보호 캠페인을 위한 업무 협약을 했다. 협약 기간은 1년으로, 자동 연장할 수 있고 협의해서 개정할 수도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구는 얼음팩 전용 수거함(오른쪽 사진)을 만들어 17개 동주민센터에 둔다. 현대홈쇼핑은 동주민센터에 모인 얼음팩을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거둬가 협력업체, 전통시장 등에서 재사용할 수 있게 나눠준다. 전용 수거함에 현대홈쇼핑 캠페인의 북극곰 디자인을 사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인다.

강동구 환경오너시민모임은 캠페인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참여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았다. 이 단체는 1994년 소각장 설치 대책 시민모임으로 출발해, 환경시민모임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인의식을 갖고 환경보호에 적극 나서자는 취지로 이름을 바꾸고, 120여 명의 주부가 회비를 내 운영한다. 환경오너시민모임은 이달부터 서울시 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얼음팩 재사용 수거 지원, 홍보, 학생 봉사단체와 연계한 캠페인을 펼쳐간다.

백명순 강동구 환경오너시민모임 회장은 “얼음팩 재사용에 더 많은 기업이 나서고, 동시에 기업들이 플라스틱과 포장재 사용을 적극적으로 줄여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시민인식의 변화와 실천도 강조했다. “시민들도 ‘나 하나쯤’식의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작은 실천에 함께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함께 마음을 맞춘 민·관·기업 협력의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환경보호를 위한 주민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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