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남 교육 집중 투자…‘개천’ 바꾸기 시동

기고ㅣ백호 서울시 평생교육국장

등록 : 2019-03-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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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개천 용 지수’를 발표했다. ‘개천 용 지수’란 부모의 학력·소득 수준에 따른 자녀의 성공(수능 고득점, 고소득 획득) 여부를 측정한 것이다. 지수는 이른바 ‘용’이 된 상위층 가운데 ‘개천’ 출신자들의 비율을 따진 것으로,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예측하는 그대로다. “개천에서는 ‘용’이 나지 않는 시대.”

그렇다면 ‘용’이 나는 곳은 어딜까. 역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곳, 이른바 ‘금수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져도 강남 8학군이라 하는 이 지역은 입주 대기를 걸어놓아야 할 정도로 늘 매물이 부족하다. 서울의 강북 지역은 폐교가 늘고 강남 지역은 과밀 학급으로 교실이 부족한 것도 같은 이유다. 어디 사느냐가 어떻게 살게 될지를 결정하는 현실. 현재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의 가장 확실한 교육 계획은 무엇일까? ‘이사’만이 ‘정답’ 아닐까?

서울시는 패러다임을 바꿔보기로 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면 ‘개천’을 바꾸자는 것이다. 비강남권에서 인재가 날 수 없는 구조라면 이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로 교육 환경을 개선해보자는 것이다. 지난 5일 발표한 ‘비강남권 학교 집중 지원 대책’, 그렇게 첫 삽을 떴다.

다음달부터 비강남권 25개 고등학교에 서울 소재 대학과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대학 고교 연계 교육강좌'가 시작된다. 52개 대학 가운데 서울시립대와 서울대, 숭실대 등이 1차로 참여하게 됐는데, 정규 수업과 방과후, 동아리 수업에서 고교생을 만나 수준 높은 수업을 하게 된다. 분야별 전문가 111명을 학교에 파견하는 ‘명예교사단'도 수업에 대한 질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사회 저명인사로 구성된 5개 분야 명예교사들이 강북 지역 학생들을 직접 찾아간다.

금천구 독산동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드론 조종 수업을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비강남 지역의 교육 인프라도 대폭 확충된다. 드론 과학실, 정보기술(IT) 기반형 미래형 교실, 예술 활동 특별교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실이 강북의 학교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2022년까지 비강남권 29개교에 실내체육관을 짓고, 도서관·북카페·헬스장이 있는 다목적 시설은 올해 2개 학교(세그루패션디자인고·항동중)를 시작으로 5개 학교에 지을 계획이다. 이 시설들은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지역균형발전과도 맥을 같이하게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빈부 격차는 신분 격차를 낳고 교육 격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양극화 시대라지만 ‘어디에서 태어났느냐’로 아이들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태어나자마자 어두운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헤아리기 힘들 만큼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교육의 기회는 모두에게 균등하되, 교육의 균형 발전은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천’을 바꿔보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사교육에 익숙한 대한민국 입시 교육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디에서든 인재는 나고, 그 인재를 성장시키는 힘은 좋은 교육 환경에 있다는 것. 서울시는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하는 ‘교육 난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교육 불균형을 해소해나갈 것이다. 빈부 격차를 줄이고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는 데 ‘교육’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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