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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물품공유센터에서는 캠핑용품과 전동 공구 등을 이웃끼리 공유하고 있다. 은평물품공유센터 제공
퇴근해 냉장고를 열어 보니 심란하기 이를 데 없다. 무심코 사다 날랐던 먹거리들이 잔뜩 쌓여 있다. 며칠 지나면 상해서 버려질 음식들. 지구 저편의 누군가는 음식이 부족해서 굶주리는데 무슨 일인가 싶다.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로 우리 이웃에게도 유용한 먹거리일 텐데….
누구나 가끔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나에게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아이디어로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에 나선 이들이 있다. 독일의 음식 공유 사이트 ‘푸드셰어링’(foodsharing.de)이 대표적이다. 2012년 시작한 이래 약 240개 도시에 냉장고나 선반을 설치해 음식을 나누어 준다. 이른바 ‘길거리 냉장고’다. 3년 동안 11만명이 음식을 공유했고, 10만명 이상이 공유를 통해 혜택을 받았다.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내가 소유한 것들을 이웃과 공유하며, 자원도 아끼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북구 월곡1동 마을복지센터 입구엔 ‘우리 마을 냉장고’가 있다. 음식을 받은 날짜를 스티커에 적어 놓고, 필요한 이들이 가져가도록 한다.‘은평물품공유센터’(epshare.org)는 물품 공유부터 공간 공유까지 공유 사업을 위해 특화한 단독 건물이다. 캠핑용품이나 전동 공구처럼 반짝 쓰임새가 있지만, 소유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물품들을 공유하고 있다.
송파구, 마포구, 서초구 등 거주자우선주차 공유 방식을 통해 주차난을 해결해가는 자치구도 늘어나고 있다. ‘모두의 주차장’ 앱 등을 활용하면 흩어져 있는 주차 공간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비어 있는 내 집 앞이나 주변의 주차 공간도 공유할 수 있다. 중고생들도 공유경제 교육을 받으며 교실 한켠에 공유 필통을 만들거나, 우산 공유대를 만드는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 어떠한 공유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땐 서울시 공유 허브의 ‘우리동네 공유정보’(sharehub.kr/map)를 찾아가면 된다. 동네별 공유 공간, 장난감도서관, 공구 대여소, 공유 기업 등의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다. 지난 3년간 72개 기업과 단체가 서울시로부터 공유 단체·기업으로 지정됐다. 2012년부터 시에서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주차난 등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공유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고 말했다. 나누면서 더욱 풍성해지는 삶, 소유에서 공유로 삶의 전환을 이뤄 더 큰 기쁨을 누려 보자.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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