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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5일 서울숲공원 가족마당에서 열린 서울가족쉼표축제 ‘걍걍쉴래’에서 참가자들이 노란 에어베드 위에 누워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숲공원 야외무대를 지나 도착한 가족마당 잔디밭 위로 햇살이 부서져내렸다.
메타세쿼이아 숲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는 연인들과 잔디밭에서 식사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온 반려견의 발걸음도 경쾌하게 느껴졌다. 잔디밭 반대쪽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아버지와 딸 사이로 비둘기 한 마리가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를 타고 휙 스쳐 지나가는 소년의 뒷모습에서 서울숲의 생동감이 묻어났다.
“서울숲공원에 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추석 연휴 첫날인 9월22일 서울숲공원을 찾은 설현준(35)씨는 “가까운 성수동에 살아 한 달에 4~5차례 서울숲공원을 찾는데, 산책도 하고 간식도 먹고 2~3시간 느긋하게 지내다가 돌아간다”고 했다. 아내와 3살 된 아들과 공원에 온 그는 “가족이 함께 뛰놀 수 있는 가족마당 잔디밭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내년 10월 결혼할 예정인 이재훈(31)씨와 김보미(25)씨도 이날 웨딩 스냅사진 촬영을 하러 서울숲공원을 찾았다. 이씨는 “서울숲공원을 비롯해 선유도공원과 하늘공원 등을 돌며 사진을 찍을 계획인데 평소 데이트하러 자주 왔던 서울숲공원을 제일 먼저 찾았다”며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넓고 나무도 울창해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서울숲공원은 산책과 운동, 소풍 등 휴식을 위해 찾는 시민이 많다. 평일에는 공원 주변에 사는 시민들이 주로 찾고 주말에는 멀리서도 찾아온다. 하루 평균 1만9천 명, 연간 700만 명이 찾는 서울의 대표 공원이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주 산책길과 넓은 잔디밭으로 이뤄진 가족마당이다.
서울숲공원의 산책길은 공원 안 군마상에서 시작하는 A코스와 B코스가 대표적이다. A산책길은 1200m 길이로 성인 기준으로 10~20분쯤 걸리고, B산책길은 2100m로 20~40분쯤 걸린다. A산책길은 서울숲공원이 뚝섬경마장이던 시절부터 있던 경마장 트랙을 그대로 산책길로 만들었다.
서울숲공원은 문화예술공원, 체험학습원, 생태숲, 습지생태원 등 특색 있는 네 공간으로 돼 있다. 조성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시민의 참여로 이뤄진 최초의 공원으로,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서울숲학교와 자원봉사, 문화행사를 비롯해 2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이면서 자원봉사 장소이기도 한 서울숲공원에서는 서울숲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곧바로 공원을 가꾸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연결해 활용할 수 있다. 시민들은 자원봉사 활동으로 서울숲공원을 단순히 소비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가꾸고 즐기는 곳으로 자리매김해나간다.
서울숲학교 가드닝 워크숍은 20여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월 1회 열리는 가드닝 워크숍은 시기에 맞는 기초 정원 관리 방법을 배우는데, 9월에는 식물의 분갈이와 포기나누기 법을 알려줬다. 9월15일 생태학습장 세미나실에서 30여분가량 이론 교육을 받은 뒤, 장갑과 토시, 삽과 전지가위를 받아 들고 ‘6번 출입구 정원’에서 비비추(호스타)와 실유카, 노루오줌(아스틸베)의 포기나누기를 해봤다. 실유카 주위를 삽으로 찍고 발로 밟으니 삽이 땅속으로 푹 들어갔다. 뿌리가 어디쯤 있을지 가늠하면서 조금 더 깊숙이 삽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도 한 번 더 삽을 푹 찔러넣고 실유카를 떠 올렸다. 다행히 뿌리가 다치지 않고 올라왔다. 땅속에서 뽑아낸 실유카 뿌리에는 흙이 많이 묻어 있어서 몇 번 들어서 바닥에 두드려 흙을 털어낸 다음 손으로 살살 남은 흙을 털어냈다. 실유카 가운데 부분 뿌리를 전지가위로 잘라 두 포기로 나눴다. 이때 뿌리가 잘리는 단면이 깨끗해야 한다. 울퉁불퉁하게 잘리면 뿌리가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둘로 나눈 실유카 중 한 포기를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심고, 나머지 한 포기는 조금 아래쪽에 땅을 파서 심었다. 이번에는 옆 정원에 있는 노루오줌 차례다. “원래 지금 크기보다 더 크게 자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햇볕을 많이 쬐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연정 서울숲컨서번시 프로그램팀 매니저는 노루오줌이 잘 자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심어보라고 했다.
정원 관리 기초 배우며 저절로 ‘힐링’ 20여 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서울숲 가을 풍경은 아름다워
서울숲학교 가드닝 워크숍은 20여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월 1회 열리는 가드닝 워크숍은 시기에 맞는 기초 정원 관리 방법을 배우는데, 9월에는 식물의 분갈이와 포기나누기 법을 알려줬다. 9월15일 생태학습장 세미나실에서 30여분가량 이론 교육을 받은 뒤, 장갑과 토시, 삽과 전지가위를 받아 들고 ‘6번 출입구 정원’에서 비비추(호스타)와 실유카, 노루오줌(아스틸베)의 포기나누기를 해봤다. 실유카 주위를 삽으로 찍고 발로 밟으니 삽이 땅속으로 푹 들어갔다. 뿌리가 어디쯤 있을지 가늠하면서 조금 더 깊숙이 삽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도 한 번 더 삽을 푹 찔러넣고 실유카를 떠 올렸다. 다행히 뿌리가 다치지 않고 올라왔다. 땅속에서 뽑아낸 실유카 뿌리에는 흙이 많이 묻어 있어서 몇 번 들어서 바닥에 두드려 흙을 털어낸 다음 손으로 살살 남은 흙을 털어냈다. 실유카 가운데 부분 뿌리를 전지가위로 잘라 두 포기로 나눴다. 이때 뿌리가 잘리는 단면이 깨끗해야 한다. 울퉁불퉁하게 잘리면 뿌리가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둘로 나눈 실유카 중 한 포기를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심고, 나머지 한 포기는 조금 아래쪽에 땅을 파서 심었다. 이번에는 옆 정원에 있는 노루오줌 차례다. “원래 지금 크기보다 더 크게 자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햇볕을 많이 쬐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연정 서울숲컨서번시 프로그램팀 매니저는 노루오줌이 잘 자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심어보라고 했다.
정원 관리 기초 배우며 저절로 ‘힐링’ 20여 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서울숲 가을 풍경은 아름다워
서울숲공원 가드닝 워크숍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충신 기자가 9월15일 ‘6번 출입구 정원’에서 식물 포기 나누기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두 포기로 나눈 노루오줌을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심었다. 포기나누기를 마치고 다시 생태학습장 안 원형 정원으로 자리를 옮겨 화분에 용담을 심었다. 식물은 물 주는 게 중요한데, 장 매니저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화분의 흙에 찔러봐서 말라 있으면 물을 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테이블야자와 천일홍 등을 키우고 있는데, 내년쯤에는 워크숍에서 배운 대로 포기나누기를 해볼 생각이다.” 가드닝워크숍에 참가한 정현서(30)씨는 “처음 실습하러 간 곳에는 돌이 많아 땅이 잘 파지지 않아 힘들었다”며 “포기나누기를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고 재밌었다”고 했다.
서울숲공원을 자주 찾는 정씨는 “서울숲공원은 다른 곳보다 넓고 구역마다 있는 숲도 특징이 있어 좋다. 도시락 싸서 자주 오는데 갔다오면 확실히 상쾌해진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가족마당에서는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가 마련한 2018 서울가족쉼표축제 ‘걍걍쉴래’가 열렸다.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마련한 체험 부스와 함께 쉼 공간과 놀이 공간이 만들어져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재밌게 즐기고 쉴 수 있도록 했다.
“어, 들어갔어! 잘했어요!” 마포구에서 온 김영재씨 가족은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아빠 말을 듣던 초등학생(5학년) 딸 김태희양은 투호를 던진 어린이에게 열심히 스티커를 붙여줬다. 김씨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추억을 쌓으러 왔다. 봉사활동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인데, 딸도 놀면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무척 재밌어한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서울숲공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기마다, 공간마다 제각각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신근혜 서울숲컨서번시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서울숲공원의 가을 풍경은 그 어느 계절보다 아름답다”며 “노란 은행나무길, 붉게 물든 대왕참나무 단풍길, 물과 갈대와 부들이 어우러진 습지생태원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고 했다.
시민들은 가을에 서울숲공원의 바람의 언덕, 은행나무 숲, 벚나무길, 습지생태원 등을 많이 찾는다. 벚나무는 가을에도 봄에 피는 꽃 못지않은 아름다운 단풍이 든다. 올가을에는 서울숲공원에서 단풍을 살포시 밟아보는 게 어떨까.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