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일본군 ‘위안부’ 교육, 꼭 필요하다

기고ㅣ윤희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직무대리

등록 : 2018-08-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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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이면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집회가 열린다.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둔 1992년 1월 처음 시작돼 이번 주 수요일까지 한 주도 빠짐없이 1347회나 열렸다. 최근 이 집회에서 눈에 띄는 건 초등학생들의 참여다. ‘무얼 알고는 참여했을까’ 싶지만 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초등학교 역사모임을 통해 참여했다는 초등학생들도 있고, 부모와 함께 참여한 초등학생들도 있다. 지난 6월 열렸던 집회에선 “아이들도 압니다. 더는 숨기지 마세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아이의 비장한 모습이 언론에 나오기도 했다.

수요집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 미래 세대에 대한 역사교육이다. 앞의 문제는 일본이 나서지 않고서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교육은 어떠한가?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당장 우리라도 미래 세대에게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2011년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를 보면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는 나오지 않고, ‘젊은 여성들은 전쟁터로 보내져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기도 하였다’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나마 올해부터 교과서에 사진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왜 끌려갔으며’ ‘어떤 고통이었는지’ 질문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역사는 기억하고 기록해야 되풀이되지 않는다.’ 지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연구 지원을 중단했을 때도 서울시가 서울대 인권센터팀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발굴 사업을 한 이유다. 그 결과 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영상을 처음 발굴할 수 있었고, 남태평양 트럭섬에도 위안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올해 7월부터는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세우고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교육을 위해 제작한 초등학생용 교재에 ‘성노예’ ‘성폭력’이라는 표현이 과도한 것 아니냐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한국 나이로 12살로, 선정적인 것과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된 성폭력을 구분 못할 정도로 어리거나 어리석지 않다. 앞서 2015년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만들었던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교육’ 자료에도 초등학교 5, 6학년용 교재에 위안부라는 용어와 함께 ‘강제 동원되어 지속해서 성폭력을 당하였다’는 표현이 서술돼 있다. 관련 전문가, 부처, 민간단체 대표와 학부모, 현직 교사 등이 참여해 여러 차례 감수한 교재다. 이 교재는 지금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지난 7월6일 일원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4개 반에서 첫 역사교육이 있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동영상과 발표 화면으로 설명하고, 보드게임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를 이해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서인지 수업 내내 아이들은 진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122학급(초등학교 9개교 42학급, 중학교 11개교 80학급)에서 교육 신청이 들어왔다. 할머니들은 말씀하신다. “우리는 때를 잘못 만나서 희생자가 되었지만, 지금 자라는 애들은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역사를 반드시 기억하고 정확히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26년째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도, 26년 전과 비교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현재의 역사가 아닐까. 서울시는 이번 교육으로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올바른 역사와 현실을 이해하고, 나아가 향후 일본의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받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시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이 중단되도록 세계시민으로서 기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한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찾아가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육’.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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