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프리랜서의 안전망 만든다

기고ㅣ김태희 서울시 경제기획관

등록 : 2018-08-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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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야말로 전혀 프리하지 않다.” 프리랜서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프리랜서’란 단어에서 자유로움, 기술과 능력의 전문성, 고소득의 연예인·방송작가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프리랜서는 극소수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프리랜서를 선택했지만, 낮은 보수와 일방적 계약 해지·임금 체불 같은 부당한 계약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확장하고 디지털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정보기술(IT)과 연동된 업무가 많아지고 조직 구조가 유연해진다. 프리랜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일반화된 노동주체가 됐다. 기존 통계로 프리랜서 종사자를 추출하기는 쉽지 않지만, 노동패널 자료로 추정하면 한국에 대략 31만 명, 서울에만 약 7만 명의 프리랜서가 일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고용 체계에서 노동자나 자영업자로 분류하기 어려운 직업적 모호성으로 각종 불공정 거래에 대한 보호가 취약하고 사회안전망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프리랜서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이나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정확한 실태 파악을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작가·프로그래머·뮤지션 등 1천 명의 프리랜서에게 노동 환경 실태를 조사했다. 월평균 수입 152만9천원, 한 달 평균 근무 일수 17.5일, 하루 평균 업무시간 6.5시간.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2018년 서울시 생활임금 176만원, 월평균 최저임금 157만원과 비교해도 프리랜서의 월평균 수입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로 살아가고 있다. 4명 가운데 1명꼴로 정확한 가이드라인(지침) 없이 ‘업계의 관행’을 기준으로 보수를 책정받고, 응답자의 44.2%는 거래 과정에서 계약서를 쓰지 않고, 절반 이상(54.6%)은 정기적인 일감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시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유럽이나 북미 일부에서는 다양한 프리랜서 보호를 위한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넓은 의미의 프리랜서를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3명 가운데 1명꼴로 파악하고 있는 미국은 전반적인 산업에서 일하는 중요 노동주체로 인식하고 있어, 기업과 함께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뉴욕시는 2017년 5월부터 프리랜서의 임금 체불을 엄격하게 다루고,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과 비슷한 노동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전체 노동인구의 6분의 1이 프리랜서라는 점을 파악하고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실태조사를 시작하며 프리랜서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사각지대 없는 안전망 구축에 나선다. 프리랜서 지원과 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지침과 조례를 제정하는 등 법과 제도적인 개선에 나서는 한편, 협동조합 등 프리랜서의 권익을 개선하기 위한 단체 설립과 육성도 지원한다. 프리랜서를 위한 법률·세무·노무 상담과 교육 등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위한 종합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의 권익 보호와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각 분야의 변화와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서울시 차원에서 가능한 노력을 시작으로 제도적 지원이 퍼지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의 관계 중앙부처와 협업 체계도 강화할 것이다. 프리랜서 당사자, 시민, 공공기관 등 모든 주체의 적극적인 의식 전환, 민간 부문의 공감대 확산과 현장의 실천도 병행돼야 한다. 프리랜서가 불공정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제적 약자가 아닌 전문성과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의 동의어가 되는 내일을 기대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청책토론회를 열고 프리랜서의 현실을 공유하고 권익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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