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은 봉사하는 사람 아니라 직업으로 지방정치하는 사람

8대 서울 구의원들에게 바란다, 4대 과제 이행하자

등록 : 2018-07-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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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성 해외 연수 아니라

꼼꼼한 정책 연수 다녀오길

자신을 견제하는 태도 필요

전문적인 정책 능력 배양해야

지난 12일 8대 강서구의회가 출범한 뒤 첫 임시회의를 열었다. 임시회의는 상임위원회별 소관 부서의 업무 보고, 조례안 심사 등을 한 뒤 20일에 마무리했다. 강서구의회 누리집 제공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30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지방의회와 구의원에 대한 주민신뢰도는 높지 못하다. 새롭게 출발하는 8대 구의원은 지방자치가 주민들의 ‘애물단지’가 아니라 소중한 ‘보물단지’가 되도록 활동해주기 바란다.

7월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서울 지역 제8대 기초의회 의원들 전체 423명 중 더불어민주당은 249명(58.9%), 자유한국당이 157명(37.6%), 바른미래당이 9명(2.1%), 정의당이 5명(1.2%), 무소속이 3명(0.7%)이다. 기초의원 선거도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구청장·시의원 선거와 비교해보면 조금은 다른 양상이다. 구청장은 25명 중 24명으로 96%, 시의원은 110명 중 102명으로 92.7%가 더불어민주당 차지였다.

자치구별 의회마다도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70% 이상을 차지한 의회도 있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반반 구성되어 정의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의회도 있다. 8대 구의회가 지방정치 공간에서 변화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살아 있는 듯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들에게 주민의 대표기관, 입법기관, 감시기관, 의결기관으로서 권한과 선출직 공직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의원의 권한은 구의원 배지를 달았다고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구의원에게 4년 임기 동안 위임해준 권한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구의원은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렇게만 본다면 그건 반쪽짜리 구의원이다. 구의원은 단순히 ‘봉사하는 사람’ ‘착한 사람’이 아니라 ‘직업으로 지방정치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구의회의 정치적 권한과 기능을 가지고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유능함과 책임감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들이 구의원에게 의정비도 주고 권한도 위임해준 이유는 동네에서 봉사활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구청장이 행정을 잘하는지, 예산을 잘 쓰고 있는지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해 입법기관답게 좋은 정책을 조례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지방정치인으로서 8대 구의원들이 꼭 해야 할 것과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 4가지가 있다.

첫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외유성 해외 연수’가 아닌 ‘사전 교육-연수 실행-사후 보고’까지 공무 국외연수제도와 취지에 맞는 꼼꼼한 ‘정책 연수’를 진행하기를 바란다.

둘째, 의원 직무와 관련된 영리 행위, 이권 개입, 인사 청탁은 지방의회 청렴도 평가에서 매번 지적되는 지표로서, 청렴도 하락의 직접 이유이기도 하다. 주차위반 스티커를 빼주는 것이 구의원의 일이 아니라 안정적인 주차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본연의 일이다. 구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구의원의 권한이 제대로 힘을 가지려면 자신을 먼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애초에 하면 안 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구의원은 주민의 대표로서 의회에서 발언도 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도 한다. 의원의 발언과 결정은 모두 권한을 위임해준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내가 선출한 구의원이 어떤 안건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를 알아야 다음 선거에서 그 의원을 찍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모든 구의회가 8대 의회부터는 표결실명제를 도입할 것과 예산 심사에서 예산을 깎기도 하고 늘리기도 하는 ‘계수조정회의 공개’를 과감하게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넷째,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정책 능력과 의정 실무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원들이 사용하는 예산인 의정운영공통경비는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대부분 회의 식비로 지출될 수밖에 없다. 일하는 의회, 연구하는 의회를 만들려면 의원연구모임도 활성화하고, 정례적인 의원 연수 계획도 세우고 예산도 적극적으로 배정하길 바란다.

이 네 가지 과제만 해결하고 실천해도 ‘이제 구의회도 믿을 만하네’ ‘구의원 뽑아놨더니 쓸 만하네’라는 주민들의 평가와 칭찬이 있을 것이다. 구의원이 지방정치인으로서 더 좋은 지방자치, 더 나은 생활정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본인들의 노력과 더불어 시민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관심도 꼭 필요하다.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는 구의원들의 열정과 각오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동영 더좋은지방자치연구소 소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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