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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박원순 플랫폼에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도록
자기 아이디어는 내려놓아야
시장이 수백 개 지시사항 내려서는
공무원, 핵심 사항 알 수 없어
공무원·국민의 팔로십과
조화를 이룰 때 리더십 성과
서울 기반 의원·구청장 등과
정치 연대의 틀 갖췄으면
정치 연대의 틀 갖췄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11년 9월15일 종로구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직원들이 준비한 영상을 보고 눈물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을 인권 변호사 시절부터 알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박변’이라고 한다. 그는 ‘박변’이라는 이름으로 1994년 참여연대를 만들어 시민사회단체의 모범을 보였다. 권위주의 시대에 그는 부패 정치와 재벌기업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자처해왔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서 그는 시대와 타협하지 않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연대해왔다. ‘저항과 비판’ 그리고 ‘참여와 연대’가 박원순 리더십 1.0 시대의 핵심 가치였다.
이후 그는 2001년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어 1% 나눔 운동을 시작했고, 2006년에는 정책적 대안을 만드는 희망제작소를 만들었다. 참여연대의 비판과 연대만으로는 사회적 대안을 만드는 데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나눔을 실천하고 대안을 생산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바꾸려는 실사구시의 시민운동을 열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그의 호칭은 자연스럽게 ‘박변’에서 ‘박 시장’이 되었다. 정치인이 되어 서울시장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정치인의 리더십보다는 컨설턴트의 리더십을 갖고 싶어 했으며, 정책의 디테일을 잘 챙긴다는 말 듣기를 즐겼다.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 되겠다’고 표어를 만든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시장은 아름다운 재단과 희망제작소의 다양한 활동을 서울시의 공공 부분에 확대 적용했다. 자연스럽게 소통과 협력, 공유와 혁신이 박원순 리더십 2.0 시대의 핵심적 가치가 되었다.
박 시장은 시장 취임 초기부터 정치인으로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정치적 치적 쌓기용 사업을 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토목의 시대가 아니라 사람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그의 말처럼 사회복지와 청년 실업 해결에 투자했다. 이번에 서울 시민이 박 시장의 3선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것은 사람의 시대를 열고자 한 그의 정책 방향을 추인한다는 뜻이고, 나아가 10년 혁명을 완수하라는 명령인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박 시장은 “시민과 나란히, 시대와 나란히”라는 표어를 만들었다. 앞으로 시민과 시대의 요청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와 국정 방향을 공유하면서 국민의 삶을 궁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통 큰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 그가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철학을 제시할 기회를 얻으려면 다음과 같은 리더십 3.0 시대를 열어야 한다.
첫째, 채움이 아니라 비움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누구라도 박원순의 플랫폼에 열차를 몰고와서 자기 아이디어를 내려놓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싣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릇도 비워야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듯, 기차역도 비어 있어야 새로운 열차가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기차의 행선지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차는 기관사의 의지에 따라 순방향으로도, 역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 박 시장은 기차의 행선지가 어디라고 승객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둘째, 디테일이 아니라 핵심 체크형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박 시장은 선거 전부터 수첩도 없애고 깨알 같은 시장 지시사항도 없앴다고 한다. 수백 개의 정책 과제를 시장이 직접 지시하는 상황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은 시장의 핵심 정책에 집중하기 힘들다. 나아가 박 시장 자신도 온종일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을 줄이고 차분히 시대와 소통하기 바란다. 시민들은 여전히 박 시장의 핵심적 정책 의제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불통의 시대에 ‘소통과 혁신’이라는 단어를 선점한 것처럼 핵심 단어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나 홀로가 아니라 함께하는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 깃발을 들고 고지를 점령하는 리더십의 시대는 지나갔다. 시장의 리더십은 공무원과 일반 국민의 팔로십과 조화를 이룰 때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청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시장과 함께 일할 때 신바람이 나야 한다. 시청 공무원들의 입에서 ‘6층 사람들’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함께 따라갈 수 있다.
박 시장이 3선 임기를 시작하면서 리더십 3.0 시대를 제대로 만들어간다면 그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벌써 그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되어 있다. 이것도 어쩌면 운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능한 정치인, 실력이 쌓인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먼저 서울을 기반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등과 함께 정치적 연대의 틀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서울의 비전과 정책적 성과를 대한민국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제대로 알려야 한다. 정치는 소통이고, 소통이 정치다. 박 시장의 리더십 3.0 시대에는 시대와 소통해서 새로운 정치 담론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시대 담론이 세상을 바꾼다. 정치인으로서 박 시장의 핵심 역할은 그러한 시대 담론을 생산하는 것이다. <끝>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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