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도시공원…서울시 보상에 12조 투입

기고 l 김용복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등록 : 2018-04-19 15:31 수정 : 2018-04-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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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집 근처 관악산에 오른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며 울창한 숲을 지나다 보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되살아난다. 관악산과 같은 도시공원은 도시에서 자연의 숨결과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그런데 도시공원이 2020년 7월1일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도시공원 실효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옛 도시계획법 제4조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20년 동안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은 효력을 잃는 ‘실효제’가 도입됐다.

전국 도시공원 942㎢(약 28만5천 평)의 약 46%, 서울 도시공원 114.9㎢(약 3만4800평)의 약 83%가 실효 대상이다. 앞서 언급한 관악산 도시자연공원도 약 87%가 실효 위기에 처해 있다. 공원이 실효되면 토지 소유자가 공원 속 사유지 진입로에 담장을 설치해 시민의 공원 출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157㎞에 이르는 서울 둘레길도 사유지와 연결돼 있어 단절될 것으로 우려된다. 산기슭이나 도로 인접지 등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돼 도심의 녹지와 경관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공원이 소규모로 분절·파편화되며 서울시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11㎡(약 3.3평)에서 3.8㎡(약 1.2평)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인 9㎡(2.7평)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 도시공원이 해오던 산소 배출, 열섬현상 완화, 미세먼지 흡착, 홍수 방지 기능이 떨어져 도시는 환경 변화에 더욱 약해질 것이다.

위기에 빠진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식목일에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시공원 실효제가 도입된 2002년부터 1조8504억원을 들여 공원 속 사유지 4.92㎢를(1490평) 꾸준히 보상해왔으나 실효 시기가 임박함에 따라 종합적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서울의 실효 위기 도시공원 사유지 39.83㎢(1만2070평) 보상에 12조4808억원을 쓴다. 공원 기능 유지를 위해 2020년 7월1일 실효 전에 꼭 확보해야 하는 2.33㎢(706평) 매입에 지방채 포함 1조6602억을 들이는 특단의 조처를 한다.

재정적 수단뿐 아니라 도시계획적 관리 방안도 활용한다. 미처 보상하지 못하는 사유지는 일단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기존 공원과 산책로, 운동시설 등의 연속적 이용을 보장한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속 행위제한 완화, 사유지 단계적 보상으로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도 병행해나갈 계획이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중앙정부의 도움도 요청한다. 먼저 사유지 보상을 위한 국비 지원을 건의한다. 공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행복추구권, 환경권과 직결된 문제로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국·공유지는 실효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실효제의 취지는 개인의 사유재산권 보호이므로 국·공유지와는 관련이 없다. 셋째, 도시자연공원구역 안의 토지는 재산세 50% 감면 혜택이 유지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고자 한다. 공원의 가치에 대한 시민의 지지는 도시공원의 공공성과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사이의 균형을 잡고 공원 보상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끌어내는 힘이다. 서울시는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와 함께 도시공원 인식 제고 캠페인을 펼치고, 우면산 트러스트 운동 같은 시민 주도 도시공원 트러스트 운동을 지원해나가겠다. 50년 뒤, 100년 뒤에도 우리 후손들이 도시공원에서 쉴 수 있도록 시민, 서울시, 정부가 힘을 합쳐 행동할 때다.


광진구 아차산 용마 도시자연공원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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