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보다 나눔에 더 집중하는 카페

[씨실날실] 노동자 마을복합카페 봄봄

등록 : 2016-04-28 19:44 수정 : 2016-04-29 13:25

크게 작게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마을카페 ‘봄봄’은 노동과 마을을 잇는 노동자 마을복합문화공간이다. 김이준수 제공

우리는 타인의 노동으로 삶을 꾸리고 우리의 노동을 타인에게 베푼다. 생활은 노동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러나 노동의 상호 의존성과 상호 작용은 일상에서 배제되기 십상이다. 그런 노동을 카페로 끌어들여 마을에 퍼뜨리는 공간이 있다.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 자리한 마을카페 봄봄(이하 봄봄).

‘노동자 마을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봄봄은 2013년 문을 열었다. 2004년 창립돼 노동자 교육·상담 등을 하던 ‘서울노동광장’ 사무실을 카페로 변신시켰다. 마을카페는 카페 사업에 앞서 마을 주민들의 모임과 만남의 공간이란 성격을 강조한다. 봄봄이 지역사회 노동자·주민과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을카페를 연 이유다. 어느덧 3년, ‘노동’과 ‘마을’이라는 열쇳말로 봄봄은 지역사회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봄봄 노동자 다섯명이 돌아가면서 봄봄에 있는 책을 수레에 담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책을 권한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쓰면 무료다. 하루에 단 한명이라도, 그 책이 삶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책을 빌려드린다는 이야기에 “일하기도 바쁜데 이 나이에 무슨 책을 보라고 그래” 하며 손사래 치던 구둣방 아저씨도 거듭된 권유에 <태백산맥> 제1권을 빼들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뒤, 재미있다며 다음 권을 찾는다. 그렇게 10권을 다 읽었다.

봄봄은 재능 나눔의 공간이기도 하다. 재봉, 수제 맥주, 사진 등 오만 가지 주제로 ‘누구나 강좌’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매달 첫째주 목요일에는 ‘목요밥상’이 열려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하고 시시콜콜한 마을 이야기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봄봄은 세상과 사람을 이어간다.

올해 봄봄은 좀 더 행복한 노동을 위한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다. 김동규 봄봄 매니저는 “노동인권학교, 청소년알바지킴이, 노동법률학교, 길거리 상담 등을 하며 사람들을 연결하고 모아내는 일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다. 4월 말 출동하는 ‘봄꽃밥차’(가칭)는 움직이는 응원의 목소리이다. 매달 한번씩 노동 현장을 찾아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는 일이다. 출동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지역 내 필요한 사람이나 모임을 위해 공유된다. ‘노동 감수성’과 ‘마을 감수성’이 자라는 봄봄을 찾아가는 길은, 내 노동의 가치를 새삼 알려 주고 ‘함께’의 관계망을 짓는 마을을 향해 나 있다.

김이준수 이피쿱 대표 노동자 jslyd012@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