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정확히 20년 전 이맘때, 정부 고위 관료와 이름 모를 외국인이 텔레비전 안에 나란히 앉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순간이었다. 급전의 대가가 이토록 가혹할 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아이엠에프는 긴축재정과 구조조정, 고금리와 자본시장 개방 등을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3년8개월 만에 아이엠에프를 졸업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은 도산했고, 노동자는 일터를 잃었다. 가족이 해체되고 비극적 선택을 하는 이들도 많았을 터다. 10년 전 맞이했던 1987년의 혼란보다 그 강도가 훨씬 더했다. 가치를 위해 투쟁하던 사회는 이익을 좇는 세상으로 변모했다.
중산층의 몰락과 서민층의 하향화, 카드빚과 가계 빚의 급증, 개인화, 이혼, 자살…. 지난 20년,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사회문제가 터져나왔다. 거대 글로벌 금융자본과 재벌, 중소자본으로 이어지는 자본의 중층성은 골목까지 점령하고, 현대적 빈곤을 부추긴다. 양극화된 삶은 저출산·고령사회를 앞당겼다.
이 모든 사회문제가 집약된 도시, 서울의 구청장들과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편에 서고자 부단히 애를 쓰지만, 금융자본주의의 침투는 그 속도와 깊이를 더한다. 친환경 무상급식, 마을 만들기와 사회적 경제, 찾아가는 복지, 생활임금제,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 등 민선5기 이후 많은 변화가 시작됐지만, 탈규제로 무장한 사유(개인 소유)의 권한 앞에 공공은 무기력하다.
도시적 삶은 이미 개인화, 익명화, 파편화 되어 있는데 시민의 권리투쟁이 유기적 연대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낳기란 지난한 과정이다. 다원화된 시민사회의 이해관계와 시민적 감수성이 결여된 관료주의는 복잡·다양한 욕구를 공공의 의제로 바꾸는 데 걸림돌이 되곤 한다.
위기의 도시에 맞설 시민의 저항에 협치로 힘을 더해야 한다. 창의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수단이 없는 시민과, 도구는 가졌지만 법과 재정의 틀 안에 갇힌 행정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때 비로소 희망(대전환)이 보인다. 아직 결집하지 않은 시민을 위해 조직된 행정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성공적 협치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혁신이 필수다. 시민에 대한 예민함, 존중, 두려움을 가지는 일이 그 시작이다.
첫번째, 시민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도시의 규모가 클수록 정책 고유의 획일성은 크게 작용한다. 시민적 감수성을 지키고 있을 때만이 천만 시민의 개별적 삶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두번째, 시민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 (지방)정부가 할 일이다. 결국 삶의 변화는 시민이 선택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세번째, 시민의 주도권을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남아 있는 관료주의는 전문성과 함께 폐쇄성을 갖고 있다. 과거,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관료적 결정이 우리의 공간에 자본의 무한 침투를 허용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번째, 시민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 (지방)정부가 할 일이다. 결국 삶의 변화는 시민이 선택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세번째, 시민의 주도권을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남아 있는 관료주의는 전문성과 함께 폐쇄성을 갖고 있다. 과거,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관료적 결정이 우리의 공간에 자본의 무한 침투를 허용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8월 금천구청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자치분권대학 금천캠퍼스에서 차성수 금천구청장이 ‘지방분권과 자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금천구 제공
지난 8월, 우리는 노인 인구 비율 14%의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인구절벽은 임박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어떤 힘도 강제할 수 없지만, 비혼과 저출산은 가장 강력한 저항의 형태로 표출됐다. 삶을 밀어내는 자본주의에 대한 분산된 저항이지만, 오히려 자본의 중층성을 굳히는 악순환이다.
위기의 도시 서울. 시간이 많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시민이 있다. 공유지를 확대하는 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은 공공의 엄중한 책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