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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 교육받으면 “나도 정리수납 전문가”

지역자활센터 등 수납 교육과정…2급 자격증은 15시간 교육받아야

등록 : 2017-11-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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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65시간, 강사 168시간 교육받아

자신의 주거환경도 개선 가능

강서·동작구, ‘자봉’ 수납 교육 ‘눈길’

성동지역자활센터의 정리수납 전문사업단 ‘마법의 손’은 저소득층, 홀몸노인, 한부모 가정 등을 찾아가 정리수납과 청소‧방역 서비스를 해준다.(왼쪽부터)정이슬씨, 안양숙씨, 왕태호씨.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리수납 활동으로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더 많이 돕고 싶다.”

보건복지부 산하 성동지역자활센터 정리수납 전문사업단 ‘마법의 손’ 반장을 맡은 왕태호(51)씨의 바람이다. ‘마법의 손’은 센터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을 위해 2015년 만들어 운영·지원하는 자활근로사업단 가운데 하나다. 주 고객은 저소득층, 홀몸노인, 한부모 가정 등이며 정리수납과 청소·방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은 사회서비스형 사업단으로 동주민센터, 통합돌봄지원센터, 복지관 등의 의뢰를 받아 공공서비스를 주로 제공한다. 일감은 하루 평균 1~2건, 월 20~30건 정도이다.

정이슬(60)씨, 안양숙(50)씨는 한국정리수납협회의 민간자격증 1급을 따서 왕 반장과 함께 활동한다. 정리수납 교육에 참여해 2급 자격증을 딴 뒤 추가 교육을 받고 필기와 실습 시험을 거쳐 1급 자격증을 땄다. 모두 6개월이 걸렸다. 장년층인 이들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다. 체력이 약한 정씨는 “어려운 사람들의 집을 깨끗이 정리해주고 나면 나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한다. 원래 집 정리를 잘 못했던 안씨는 “아이들이 ‘엄마 우리 집이 점점 달라지고 있어’라고 말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고 한다.

취약계층의 집 정리를 돕는 정리수납 전문가들이 활동하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수요자들의 거부감이다. ‘마법의 손’ 정리수납 전문사업단도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기 물건에 손대거나 버리는 걸 싫어하거나, 집을 공개하는 걸 자녀들이 반대하는 등 여러 이유로 꺼린다. 왕 반장은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분들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정리정돈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정리수납 전문가로 활동하거나 일하는 데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리수납 컨설턴트(유료 서비스 제공자)로 활동하는 이들은 대개 한국정리수납협회 등 관련 단체에서 발급하는 정리수납 전문가 민간자격증을 딴다. 한국정리수납협회를 기준으로 2급 자격증을 따려면 15시간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러야 하고, 고객 상담 자격이 있는 1급은 50시간의 교육을 더 받아야 딸 수 있다. 강사가 되려면 103시간의 추가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 교육비용은 자격증 검정료까지 포함해 2급은 17만원, 1급은 46만원, 강사는 77만원이 든다.

교육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여성가족부의 여성인력개발센터,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포털(HRD-NET) 누리집에서 구직자 훈련 과정을 검색해 정리수납 관련 교육을 살펴보면 수강료나 검정료를 지원해주는 과정을 찾을 수 있다. 한국정리수납협회 김형주 이사는 “여성인력개발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등의 강의 접수 기간이 대체로 3~4월, 7~8월에 있으니 이 시기를 잘 챙겨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정리수납 자격증 발급 기관은 60여 곳에 이른다. 정리수납 자격증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한국 직업능력개발원(고용부 산하기관) 민간정보서비스 누리집에 들어가 정리와 수납을 열쇳말로 검색해 관련 기관의 자격정보와 자격취득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 자격증으로 등록되어 있으나 취득 현황이 없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최근 자치구들은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정리수납 교육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강서구는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인 등 복지 수요가 많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가 되도록 봉사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강서구 자원봉사학교에서 70명의 자원봉사자가 정리수납 교육에 참여했다. 집 안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홀몸·장애 어르신, 취약계층 가정, 저장강박장애 가구를 돕기 위해서다. 정영익 복지정책과장은 “강서구는 앞으로 자원봉사자들이 팀을 만들어 정리수납 봉사를 해보겠다고 하면 강의, 컨설팅, 실습 기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작구도 2013년부터 정리수납 전문교육을 하고 있다. 총 8회로 2개월 동안 주 1회 교육하는데, 올해 4차 교육은 지난 9월 시작해 이달 3일 끝났다. 동작구자원봉사센터는 정리수납 전문교육 이수자를 중심으로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주민,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차상위계층, 한부모 등 취약계층에 정리수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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